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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청소 혹은 대장청소라는 유행에 대한 쓴 웃음

강남할아버지한의원 2007. 8. 30. 18:48
몇 년전 부터 간청소 라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작년 봄에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간청소
전문 한의원에서 일년동안 복약하셨다는 중년여자분이 오신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만성두통으로 고생하고 계신분인데 마치 머리가 기계부속 사이 사이에 먼지가 꽉 낀듯이
아프다는 분이었습니다. 소문을 듣고 멀리까지 가서 간 청소를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일년을 복약해왔는데 전혀 차도가 없어서 고민하시다가 오신 분입니다.
물론 양방병원에서 각종 사진과 검사를 다 하신 분이었습니다.

진찰을 해보니 몸에 습담이 많아서 머리가 아픈 것이었는데 어지 된일인지 본인은
간이 나빠서 머리가 아픈 것으로 알고 있었고 또한 그렇게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황당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일년동안 몇번이나 간 청소를 했다는데
조금도 차도가 없었다면 진작 다시 생각했어야 하는데 그 중년부인이나 간청소꾼이나
더 이상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여간 이 중년부인은 약 2달간의 치료를 받고 더 이상 머리가 아픈 증상으로 고생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 간을 청소한다는 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일반적으로 청소라는 말은 무생물을 깨끗이 한다는 뜻으로 씁니다.
그런데 간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시키는데 중요한 장부입니다. 우선 생명체에 대하여
청소한다는 말 자체부터가 의사가 쓸 말인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영업적인 면에서
좀 더 자극적인 말을 찾다보니 그러려니 해봅니다. 문제는 간을 청소한다는 내용입니다.

간청소란 간이 기능을 무디게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없앤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그러한 것을 한의학에서는 습담이라고 합니다. 습담의 범위는 매우 넓어서 간단히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간에 국한시켜서 말한다면 간 수치가 높거나 콜에스테롤의
수치가 높거나 혹은 기타 고지혈증같은 양방적 수치를 포함하여 아직 수치화 시키지
못하는 일체의 기흐름을 방해하는 것을 습담이라고 합니다. 위에서 말한 머리가 아픈 것도
습담이지만 같은 습담이라고 하더라도 습담의 세부적인 내용이 다른 것입니다.
간에서의 습담은 혈분의 습담이고 머리의 습담은 수분의 습담입니다. 따라서 간 청소라는
말보다는 혈분의 습담이나 중초의 습담을 없앤다고 하는 것이 상식적인 용어선택입니다
.

그런데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 중년 여자분의 말이나 같은 한의계에서 떠도는 말에
의하면 간 청소꾼들은 간을 청소하면 만병통치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나 봅니다.
아마도 이것은 술, 간피로, 간피로회복제를 광고하는 제약회사의 반복적인 교육, 양의학의
간개념등이 어우러진 한국사람들의 간에 대한 인식을 이용한 단순 영업행위에 불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

한방용어에 소간(疏肝)이란 말이 있습니다. 마치 간을 청소한다는 말로도 들릴 수도
있습니다만 내용은 다릅니다.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기의 흐름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인체를 이해할 때도 역시 기가 어떻게 흐르는가에 촛점이 맞추어집니다. 따라서 간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이 이해하고 있는 간장(Liver)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서
가장 먼저 기를 밖으로 발생시키는 조직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오장 가운데 간장(Liver)이
한의학의 간에 해당하고 또한 근육이라면 가장 먼저 힘을 내는 부위나 혹은 시간적으로
처음 작용하는 부위를 간이라고 합니다. 즉 간이란 개념은 처음 에너지를 내는 그 몸의
생리 자체를 간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다만 오장가운데는 그런 생리작용하는 장부가
간장(Liver)이 가장 가깝기 때문에 때로는 간과 간장(Liver)를 같이 쓰기도 합니다.
  

그러면 소간이란 무슨 뜻일까요? 바로 간 기운이 밖으로 뻗어나가야 하는데 어떤 이유로
간기운이 뭉쳐있을 경우에 뭉친 것을 탁 트이게 한다고(疏) 하여 소간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몸 가운데 중초(소화관)의 기운이 뭉쳐있는 곳은 주로 간장(Liver) 입니다.
이 곳을 트이게 만들어 주는 한방처방가운데 소시호탕이라는 처방이 있습니다.
간 청소한다는 사람들이 미리 만들어 놓고 파는 탕약이라는 것이 아마도 이 소시호탕에
약간의 다른 본초를 가미한 것이 아닐까합니다. 그런데 중초의 기운이 뭉치지도 않았는데
이 처방을 계속쓰면 몸이 허해지기도 하고 혹은 다른 장부의 상태도 판단하는 능력을
못갖춘 사람이 이 것만 처방하면 나중에 어떤 부작용이 올지도 모릅니다.

위의 중년 여자분처럼 수분의 습담이 문제인데 간청소를 한다고 황당한 진료를 계속하다
보면 몸은 더욱 무거워지고 습담은 더해져서 나중에 머리에 습담으로 인하여 혈액순환이
안되면 소위 중풍이 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대장청소도 마찬가지 입니다. 소위 숙변이란 것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만일 대장내벽에
숙변이란 때가 끼어 있다면 그 부위는 기의 출입이 안되므로 바로 썩기 시작합니다
.
이런 이치를 생각하지 못하고 대장에 자극적인 물질이나 생약초를 넣어서 대장의 내벽을
허물게 만들면 당연히 설사가 나옵니다. 이것을 숙변이라고 우겨대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또한 황당한 일입니다.

한방에 설사를 유도하는 처방이 있습니다. 승기탕이란 처방인데 이것은 대변이 속열로
인하여 굳어서 안나올 때나 혹은 속열로 인하여 정신을 못 차릴 때 설사를 만들어 내는
처방입니다. 따라서 대표적인 사약(瀉藥) 처방인데 사약이므로 장기간 복용하는 처방이
아니고 병증이 급할 경우에만 잠시 쓰는 처방입니다. 대장을 청소하는 청소꾼들도 역시
이 처방을 기본으로하여 독성이 강한 파두나 나팔꽃씨 혹은 알로에등을 가미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문제는 이것으로 대장이 튼튼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약해진다는 것
입니다. 대장을 튼튼히하려면 대장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대장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이런 처방들은 그와는 반대로 대장을 무력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인체생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통하여 경험해보시기 때문에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도 일반인들의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서 이야기 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자극적인 용어나 혹은
과학적인 표현을 빌려서 상식과는 동떨어진 치료를 광고하는 사람들이 너무 유행하는 것
같습니다.  시대가 그러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겠지만 이럴 수록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