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퍼야 할 때 아픔을 느끼면 치료도 쉽습니다.
사람의 몸이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사회나 생리적인 이치는 같습니다.
사람의 몸을 진단하다 보면 이상이 있음이 분명한데도 어떤 아픔이나
불편함이 없다고 말하는 환자들을 볼 때마다 난감합니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인데 하나는 그런 경우는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고 둘째는
환자들한테 지금 불편한 사항을 이해시켜야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
입니다. 이런 경우는 오히려 환자들한테 실없이 겁주고 있다고 오해받기
쉽기도 하거니와 환자가 모르는 증상(Sign)을 아무리 설명해 주어도
정작 환자 자신은 불편함을(Symptom) 모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환자의 지적수준이나 배경지식 그리고 마음의 틀 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을 합니다만 대체적으로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몸이 갑자기 아파서 죽을 것깉은 병증을 급성(Acute)이라고
합니다. 서서히 진행되는 병증은 만성(Chronic)이라고 하구요. 요즘은
급성이면 바로 양방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니 양방의 효과는 알지만
그러나 정작 왜 자신의 몸에 그런 병이 왔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는
사람들은 드뭅니다. 실제로 급병이 오기 전에는 내 몸에서 수 없어
신호를(Sign) 을 보냅니다. 다만 보통 사람들이 그 신호를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갑자기 재수 없이 급병에 걸린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마치 신호등을 안지킨다고 바로 사고가 나는 것이 아니므로
계속 신호등을 안지켜도 상관이 없다고 여기는 것과 같습니다.
즉 모든 급성병은 일정한 기간의 만성적인 병증을 거쳐서 그 이상
몸에서 버티기가 어려울 때 급성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갑작스런
외부충격에 의한 사고는 병이라고 하지 않고 손상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지금 이야기 하려는 내용과는 별개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병증이 만성을 지나서 급성이 될 때까지 사람들이
모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람에 생리적인 차이에 따라서 비정상적인 생리현상이 일어날 때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체질적인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그 보다는 잘 못된 건강개념과 후천적인 섭생의 잘못이 더 중요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관의 문제
한 때 체력이 곧 국력이라는 표어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신 전쟁체제의 국가경영시대여서 그렇기도 하거니와 양의학의
영향 탓으로 몸을 많이 움직이는데 문제가 없으면 건강하다고
인식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매우 잘 못된 겅강관입니다. 여기에는
예방과 조기 진단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 몸의 정기가
튼실하면 비록 병증이 들어와도 운동하는데 당장은 문제가 없습니다.
반대로 정기가 약하면 아무런 병증이 없음에도 당장 움직이기 어렵
습니다. 즉 건강을 당장의 전투력으로 인식하던 시대의 오류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깊이 박혀있습니다. 건강은 우리 몸의 항상성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말은 즉 오장의 허실로 건강의
척도로 삼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서 짝퉁트럭이 작은
벤츠승용차보다도 힘이 더 좋다고 짝퉁트럭이 오래 간다고 말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사고방식입니다.
한방진단의 우수함
한방진단의 기본은 생명력의 근본인 오장의 성쇠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오장의 성쇠는 온 몸을 통해서 나타나는 것이므로 온 몸을 살펴보면
오장의 성쇠를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설명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요즘 날이 차지면서 단풍놀이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나무가 어떻게 단풍이 들어가는지 살펴보신 적이 있습니까?
나무잎이 단풍이 들기 전에 우선 나무의 가장 끝에 있는 잎들의 색갈이
밝은 연록색이 없어지면서 어두어집니다. 그러다 조금 씩 탄력성이
없어지다가 급기야는 누렇게 변합니다. 그리고 누렇게 변하는 정도는
점점 나무 밑으로 내려옵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가을이 아닌 여름에
나타난다면 그 나무는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같은 이치로 오장의
기운이 몸의 겉으로 나타나는 증후가 쇠하여지면 나중에 어떤 병이
오는지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에 대한 양방적인 진단은 나뭇잎이
노래져야 문제가 있다고 아니 떨어지지 않으면 아직도 괜찮다고
이야기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방적인 진단은 어느 시간에 떨어진다고
확언할 순 없지만 그 변하는 기미를 살펴보고 이 나뭇잎은 곧 떨어질
것이라고 미리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하여 아직은 대처할
시간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만일 가운데 중심 가지는 이상이 없는데 한 가지만 쇠약해지는 기미가
보인다면 그것은 그 가지만 병충해에 걸렸거나 손상을 입어 그 가지만
죽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중심가지에 문제가 생겼다면 이는 나무
전체의 사활과 관계가 있는 것입니다. 몸에서 중심가지란 바로 오장의
정기입니다. 바로 이러한 전체적인 판단이 한방이 양방보다 우수한
점이고 또한 일찍 치료와 예방할 수 있는 것이 더욱 우수한 면입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상이 있어도 이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몸에 이상이 있어서 아프다고 느끼면 아직은 몸의 신호등이 작동하는
만큼 아직은 건강한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비록 급성으로 죽을 것
같아도 아주 쉽게 치료됩니다. 정기가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대량
출혈을 동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급성이라도 수술없이 한약처방으로
아주 잘 치료됩니다. 예컨대 요로결석이나 당남결석 폐렴 혹은 심부전
등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이상이 있는데 아프지 않다고 하는 것은 이미 내 몸이
거기에 오랜 기간 숙달되어 조절되어 왔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몸의
정기는 고갈되고(이 병증을 내 몸에서 치료하기 위해서 기가 소모된다)
내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전이 그 병에 맞추어져 있어서 치료도
매우 더딜 수 밖에 없습니다. 즉 모든 만성에 해당하는 이야기 입니다.
이것은 몸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그대로 통하는 말입니다.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면 재앙은 곧 극복됩니다. 문제는 의사결정에
영향력있는 사람들이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할 때 병은 더욱
깊어가서 나중에 급병으로 나타날 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병증의 대표적인 것으로 악성 암이 있습니다.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을 대 불행은 확정된 것을 말해주는
사례를 하나 들어보고 긴 이야기를 줄여서 마칩니다.
3년 전에 나이 50대 중반 분이 오셔습니다.
잦은 음주로 몸이 마르고 성질이 불 같고 수전증도 좀 있고
얼굴색은 검었습니다. 밥 먹는 것이 이상이 없어서 본인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이미 성기능은 잃어버린 상태 였습니다. 이 때 와서 해결해
달라고 한 것은 평소와 달리 밥 맛이 없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진단을 해보니 맥은 거의 약해져 있고 혀는 말려서 펴지지 않고
배는 이미 가운데가 바위 같이 굳어져 있었습니다. 병원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하였답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배가 바위처럼 굳어
있는데 눌러도 아픔을 모른다는 것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하고
술을 끊도록 강력히 경고하였습니다.
약을 한재 처방해주고는
그 이후에는 밥은 다시 잘 먹는다는 소식만 들었는데 다시 일년 후인
2년 전에 다시 전화가 왓습니다. 요즘들어 다시 밥을 먹기가 어렵다는
내용입니다. 다시 약을 보내드렸고 그 분의 처에게 단단히 이르기를
이제도 술을 끊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고 양방검사만 믿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미 몸이 안에서 굳어지고 있는데 이런 경우는 갑자기
급성으로 변할 경우 하루 아침에 암이 전신에 퍼져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었습니다.
그 후 한 일년이 더 지난 후에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사람의 일이란 때로는 알면서도 어찌 할 수
없는 일이 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역시 안타깝네요.
요즘의 경제난도 마찬가질 생각합니다. 위험을 알리는 수많은 신호가
들어와도 반성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이런 신호에 무디어 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