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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요법 (III) - 부항과 사혈

강남할아버지한의원 2009. 4. 1. 16:26

부항과 사혈은 모든 한의원 그리고 일부 양의원에서 형태나 이름만 조금 달리할 뿐 시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눈으로 보면 누구든지 따라하기 쉬워서 아무나 집에서 혹은 목욕탕에서 혹은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서 아예 이것으로 돈벌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의사나 양의사들이 이 시술을 하면서 어떤 치료기전으로 하고 있는지를 다 조사한 것이 아니므로 다양한 시술법에 대하여 가타부타 이야기 하기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아무 생각없이 시술하는 전문가들도 눈에 띄는 것이 현실이므로 이에 대한 정리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입장에서 이에 대한 치료기전과 주위할 점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1. 부항및 사혈의 치료기전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및 오류

부항이나 사혈은 치료법 가운데 사법(瀉法)에 속합니다. 부항이란 특정한 부위에 혈과 체액을 모아두면 그 곳에 모인 사기(나쁜기운)이 밖으로 빠져나가 그 곳의 통증이나 기타 불편한 증상이 없어지게 하는 시술법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절반은 바르나 절반은 잘 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기가 나가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볼 수도 없거니와 논리적인 사고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예컨대 어깨가 아파서 부항을 뜨고 사혈을 했다고 하면 거기에 사기만 모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목적은 사기를 내보내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사기 뿐 아니라 정기 또한 빠져나가고 따라서 온 몸의 에너지 손실을 가져 옵니다.

2. 올바른 치료기전

그렇다면 이렇게 정기나 사기도 빠져나가는데 병증이 치료되는 기전이 무엇일까요?
부항이나 사혈은 내 몸에서 바라 볼 때는 하나의 상처이자 곧 병증입니다. 그런데 이 상처는 갑작스럽게 생긴 것이고 외부에서 온 것입니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생명을 존속하는 데에는 부항이나 사혈은 하나의 비상사태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이 비상사태에 대하여 우리 몸에서는 기와 혈을 그 부위로 급파하게 됩니다. 따라서 그 부위는 기혈유통이 잘 되면서 치료가 되는 것입니다. 사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기혈을 유통하기 위한 부수적인 기전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 말을 이해해야 다음에 이어가는 주위점을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이것을 사회의 안전에 비유하면 마치 외부에서 무장괴한이 나타난면 온 나라의 경계병력이 거기에 집중하는 것과 같습니다. 한명의 무장괴한이 나타났는데 진압병력은 수백명 혹은 때로는 수천명이 동원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3. 치료의 장점과 문제점

국부적인 증상에 대해서 부항과 사혈은 순간적으로 기혈을 그 부위에 집중시키기 때문에 치료효과는 매우 빠릅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듯이 반드시 그에 대한 댓가는 치루어야 합니다.

위에서 무장괴한의 예를 들었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수백명 혹은 그 이상의 병력을 동원했다면 그 병력은 어디에서 나온 병력일까요? 하늘에서 떨어진 병력은 아닐 것입니다. 결국은 다른 곳에서 늘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병력을 급하니까 끌어다 투입한 것입니다. 자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경기도에 무장괴한이 생겨서 급한대로 서울의 병력을 출동시켰다면 서울의 치안은 그 만큼 허술해 집니다. 그렇다면 비상사태 진압책임자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서울의 병력을 어느 정도까지 차출해야 서울에 문제가 없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만일 경기도의 안위가 급하다고 하여 생각없이 서울의 병력을 빼면 인구가 많은 서울이 더 위험해질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서울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경기도의 안위가 급하다고 하더라도 서울은 모른 척해야  합니다. 이것이 나라 전체를 지키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한의사나 양의사의 입장에 대입하면 환자가 호소하는 국부적인 치료에 눈이 멀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항상 몸 전체를 보고 국부적인 치료의 한계를 정확하게 알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실제 임상에서 흔하게 보는 한의사의 예를 들면 뒷 목이 뻐근하다고 해서 함부로 뒷목을 풀어주기 위해 국부적인 외부치료(부항 사혈 혹은 침 뜸 모두포함)를 강하게 하면 환자한테는 당장 좋은 소리를 듣겠지만 그러나 만일 그것이 고혈압에 의한 뇌를 보호하기 위한 근육경직이라면 그런 치료는 오히려 뇌질환에 환자를 노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 때는 뒷목을 풀어줄 것이 아니라 고혈압의 원인을 찾아서 그 원인을 없애기 위한 처방을 받도록 환자를 설득해야 합니다. 물론 이러면 환자한테는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합니다. 그래도 이것이 정도입니다. 양의사의 사례도 너무 많습니다. 각종 진통제나 불필요한 수술등이 그런 것입니다.

전문가들도 이런 면에서는 소홀하기 쉬운데 하물며 일반인들은 이런 것을 알 턱이 없습니다.  비전문가들이 부항이나 사혈을 시술하게 하는 것은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자에게 병력지휘권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후에 그 후유증은 대한민국이 당하듯 비전문가에게 몸을 맡기게 되면 반드시 나중에 내 몸의 어딘가는 심각한 후유증을 겪어야 할 것입니다.

4. 사이비의료인들의 시술에 관한 구체적인 문제들

환자들 가운데 등이나 허리가 아프다고 온 등에 부항을 뜬 자국이 가득한 분들이 계십니다. 등이 온통 멍든자국으로 검보라색입니다. 대부분 이들은 목욕탕이나 비슷한 업소 혹은 얼마 전에 미국에서 잠시 한국에 와 호텔에 묵으면서 용하게 침이나 부항 뜸을 잘한다는 사이비들에게 다녀온 분들입니다. 온 등에 부항자국의 생리적인 의미가 무엇일까요?

이런 치료를 받게 되면 마치 모든 지역에 병력을 출동시킨 것과 마찬가지이니 몸만 피곤하고 치료효과는 없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꺼멓게 변한 죽은 혈구나 세포찌꺼기들은 내 몸의 어디에선가 처리해야 합니다. 내 몸이 정기가 튼튼하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이들의 처리는 큰 후유증을 남깁니다. 이미 등이  아플 때는 오장이 피로한 상태입니다. 이 때 이런 어혈(부항시술로 인한 죽은 피나 기능이 떨어진 피 혹은 체액등을 포함)을 오장이 처리하기가 부담이 됩니다. 그런 경우 이런 어혈은 간이나 신장에 침착되어 나중에 간이나 신장의 기능을 떨어뜨리거나 혹은 병증을 유발시킬 것입니다. ( 관련되는 여기서 크러시 증후군 Crush Syndrome 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이 문제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것입니다. 갓 태어난 아이한테 독하디 독한 간염 예방주사를 맞히면서 이렇게 간단히 주위하면 될것에 대해 의료인들이 무관심한지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음은 무분별한 사혈입니다. 내 몸의 나쁜 기운(각종 비생리적인 기혈체액등)은 내 몸에서는 일차적으로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밀어냅니다. 이것을 이용한 것이 사혈입니다. 즉 피를 빼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피를 빼게 되면 앞서 이야기 했듯이 나쁜 피가 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필요한 피도 같이 나가게 됩니다. 이렇게 나가는 피가 몇 방울이라면 전혀 문제가 안됩니다만 사람들의 표현대로 한바가지 쏟았다고 하면 약한 사람한테는 치명적일 수가 있습니다. 몸이 아픈 사람은 이미 간과 혈이 모두가 피곤하고 허한 상태입니다. 이 때 국부적인 치료를 한다고 몸에서 함부러 피를 빼게 되면 정기가 심하게 손상되어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능이 떨어집니다. 그러면 당연히 병으로 바로 갑니다. 언제가 매스컴에서 말이 많았던 무슨 사혈요법으로 사망한 사건들이 그런 경우입니다.

사혈에 대한 바른 치료기전은 이런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나쁜 기운을 가장 경제적으로 몸 밖으로 밀어내는 것은 피부를 통하여 내보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장을 거쳐서 내보내기에는 이미 굳은 병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근거로 이야기합니다.

어렸을 때 넘어져서 무릎에 피를 심하게 흘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의무실에서 빨간약을 바르고 나았습니다. 물론 상처는 좀 남았습니다. 그리고 아무 일없이 세월이 수십년 흘렀습니다. 어느 날 방바닥을 무릎으로 기어가는데 무릎이 좀 이상했습니다. 아프기도 하고 간지럽기도 해서 살펴보니 무릎 피부에 붉게 솟아 오른 것이 생겼습니다. 바로 상처난 부위였습니다.  전에도 약간의 그런 기미가 있었지만 그렇게 한번 심하게 생기더니 그 후부터는 몸이 조금만 피로하면 바로 생겨납니다. 그래서 긁거나 압력을 가하면 점점 더 붉어지고 단단해집니다. 소위 알레르기성 자가면역질환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것을 뿌리 뽑으려고 쑥뜸을
떠서 살을 태우고 고름을 빼어냈습니다. 아주 시원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다시 나타납니다. 물론 크기는 전보다 줄었습니다. 매번 살을 태우기도 그렇고 하여 그 다음부터는 편하게 사혈을 합니다. 사혈하면 바로 시원해지고 편해집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올라 옵니다. 아직도 그 자리는 그렇습니다.  저는그 자리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지금도 절대 무릎으로 방바닥을 기어다니지 않습니다.

이 경험이 말해주는 것은 소위 사기라는 것이 혈분이나 정분에 들어가면 쉽게 없앨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기도 이미 스스로 자기복제를 한다는 것입니다.(구체적으로는 처음 상처가 난 곳의 피부나 근육세포가 상처를 기억하고 있다가 특정한 환경이 되면 혈구나 기타 혈액에 신호하여 과민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추정합니다.)  따라서 사혈을 많이 한다고 해서 사기가 다 나간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사기가 생기는 원인을 찾아 그 원인을 없애야 자기 복제가 안되어 사기는 없어지는 것입니다. 다만 사혈을 하면 일단의 사기는 따라 나갑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쉽게 추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사혈을 한다면 어느 부위에 어느 정도 그리고 2차적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생각하고 해야 합니다.

5. 부항및 사혈시 일반적인 주위사항

첫째 의료면허증 가진 사람한테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둘째 부항이나 사혈은 한군데 혹은 두군데 정도로 치료목적에 충분합니다. 즉 한번에 여기 저기 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셋째 사혈도 몇 방울의 사혈이면 치료목적에 충분합니다. 특히 피를 많이 뽑아내는 것을 자랑하는 사람은 일단 경계를 해야합니다.

넷째 부항이나 사혈을 시술한 후에는 반드시 어혈제거를 위한 탕약을 복용하든가 혹은 어혈을 없애주는 부약(붙이는 약)을 붙여주어야 합니다. 만일 어쩔 수 없이 집에서 혼자 시술했다면 그냥 맨 밀가루를 개어서 시술 자리에 붙여주면 부작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밀가루를 검색해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다섯째 모든 사법에는 에너지가 손실됩니다. 따라서 내 몸이 허약한 상태에서는 부항이든 침이든 뜸이든 사혈이든 기타 다른 치료법이든 함부러 해서는 안됩니다. 잘 못하면 병증을 더욱 악화시키거나 다른 병증을 유발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는 반드시 한의사와 상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여섯째 누군가 나에게 밥을 주었다면 그 밥이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나에게 준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아무나 준다고 생각없이 밥을 먹었다가는 나중에 엄청난 비용과 이자가 청구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 에너지가 흐르는 곳에는 공짜가 없습니다. 즉 내 몸에 병이 있어 치료하면 그 에너지는 어디에서 어떤 종류의 에너지인지를 반드시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찾아가는 의료인 가운데 양의사이든 한의사이든 혹은 기타 다른 사람이든 이런 이치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과 자신의 건강을 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곱째 환자가운데 부항자국이 피부에 침착된 분들이 계십니다. 이분들한테 언제 부항을 떳냐고 물어보면 적게는 한달 길게는 몇 달 전 혹은 일년 전에 뜬 적이 있다고 답합니다. 이런 분들은 몸에 상처가 나면 쉽게 없어지지 않고 모기에 물린 자국이 때로는 일년 씩 가기도 하는 분들입니다. 즉 간이 허하여 어혈을 쉽게 해독하지 못하는 분들입니다. 이런 증상이 바로 나타나고 부풀어 오르면 알러지라고 부릅니다. 이런 분들은 함부로 부항을 뜨거나 사혈을 하지 말고 대신 반드시 간을 보하는 처방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