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품과 섭생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보통 사람들은 마음을 즐기기 위한 일들을 찾습니다. 그것을 예술이라고 합니다. 그 가운데 시간적으로 변하지 않고 오래가는 것을 미술이라고 합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돈이 넘치는 곳에서는 언제나 미술품이 예술의 경지를 넘어 예술을 이용한 돈의 저장수단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이야 돈 많은 사람들의 돈관리의 수단이 그런거구나 하고 받아 들이면 될 것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그런 미술품들을 기회가 있을 때 즐기면 됩니다. 오늘은 미술품을 어떻게 즐기고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알아봅시다.
1. 미술품의 본질
모든 예술이 그렇듯이 작가의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때로는 이미 나와 있는 미술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사람들이 이런 것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미술품을 부자연스럽게 만들어내기도합니다. 이런 건 모사품이라고 합니다. 그런 모사품에도 어느 정도는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표현됩니다.
미술품은 장르가 여럿이니 이야기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그림을 예를 들어 말합니다. 작가의 마음이 아프다면 그 그림에서 아픈 감정이 작가가 기쁘다면 기쁜 마음이 들어 있을 것입니다. 또한 보통 그림에는 작가의 현재의 마음 뿐 아니라 앞으로 희구하는 마음이 담겨지게 됩니다. 희구하는 마음에는 비록 그림의 대상이 지난 역사상의 이미지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바라는 앞으로의 세상과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픈 내용이 같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그림에는 어떤 아름다움이 있어야 합니다. 그림은 평면이지만 그리고 아무리 추상화라고 할지라도 그리고 그 대상이 비록 추한 것이라고 할 지라도 그 그림 자체는 그림에서 표현하는 공간화된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어야 그 기운이 전달됩니다. 따라서 여기에는 작가의 마음 뿐 아니라 표현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표현기술은 어디까지 부차적인 것입니다.
2. 그림 감상의 의미
그림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작가가 그리워하는 세상을 공유하는 것을 감상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작가의 인식수준과 감상자의 인식수준의 교감할 수 있는 공통 영역이 필요합니다. 만일 공통 영역이 없다면 그 그림은 그 감상자한테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입니다. 예컨대 초등학교 학생이 대학교수의 어려운 말을 들으면 초등학생은 그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런 경우 대학교수의 강의는 초등학생한테 다만 시끄러움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 누가 그럼 그 초등학생한테 그 교수의 강의 내용을 녹음해 두었다가 나중에 찾는 사람한테 비싸게 팔수 있다고 말해주었다면 그리고 그 초등학생이 돈에 대한 욕심이 있다면 내용은 이해하지 못해도 열심히 강의를 들을 수는 있습니다. 이런 장면은 보통 보는 이들한테 연민을 느끼게 합니다.
결국 그림이 진정한 가치는 (사람들이 평가하는 가치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인 가치는 아니고) 작가가 희구하는 세상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가에 달려 있네요. 여기서는 그 그림이 전하는 역사적인 가치는 별개로 합니다. 예컨데 피카소의 베르니카가(맞나요? 기억이 가물하네요)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시대가 바뀐 현대인들한테 베르니카 시대를 아는 사람만큼 감동을 주지는 못합니다.
이런 면에서 작가는 마음수련(기술이 아닌 진실성)과 세상에 대한 안목 그리고 그런 분위기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3. 우리는 어떤 그림을 보고 싶어하는가?
그림을 보는 사람 역시 자신이 희구하는 세상이 담겨진 그림을 좋아합니다. 예컨대 젊은 총각이 홀로 떨어진 곳에서 일한다면 보통 여배우 사진이나 그림을 벽에 붙여놓습니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고 가장 진솔한 자기 표현입니다. 도 닦는 젊은 이도 아니고 벽지에서 토목현장에서 일하는 젊은이가 뭉크의 괴이한 그림을 방에 붙여놓고 좋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젊은 이는 반드시 그 현장에서 사고를 낼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마음 속으로 그런 기이한 세상을 희구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종교적인 수련을 하는 사람들이 벽에다 현란한 술집 그림을 붙여 놓는다면 이 또한 황당한 일입니다. 왜 그럴까요?
4. 그림에서 받는 기운의 섭생
우리는 그림을 보면 그 그림에서 그려주는 세상을 보고 그리고 그런 기운을 자신이 스스로 조절합니다. 위에 예를 든 것처럼 젊은 총각기운을 발산하여야 하는데 이것이 잘 발산이 안되면 작업능률도 오르지 않고 생활이 지겨워집니다. 이럴 때 여배우의 관능적인 사진은 자연스럽게 그런 기운을 발산시켜주는 촉매역할을 해줍니다. 만일 이런 환경에 여배우 사진을 도덕적인 잣대로 판단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할 자격이 모자라는 사람입니다.
여배우 사진은 비록 싸구려 잡지에서 오려낸 것이라도 그 사람한테는 천금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봅니다. 예컨대 부동산과 부식등으로 땀흘리지 않고도 큰돈을 버는 사람이 드디어는 탐욕에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 여배우 사진은 오히려 독이 될 것입니다. 그 대신 뭉크의 가지않는 길(역시 가물하네요) 같은 기이하고 어두운 기운이 담겨져 있는 그림을 보고 그 감정을 공유한다면 자신의 들뜬 기운을 조금이라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운이 들뜨면 결국은 거품이 꺼지듯이 탈진하게 되면 사람과 사랑과 돈도 다 잃게 됩니다.
이렇게 그림은 눈에 보이는 작용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큰 영향을 우리에게 늘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깨어난 눈으로 보면 이것이 보이고 또한 이런 공간적인 시각을 이용하여 대중들을 속이려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여기에서 하고자 하는 것은 마치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우리는 늘 주위 사물이나 소리에 의해 우리의 인생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정치 경제만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고 바로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것에 그런 것입니다. 이 사소한 것들을 우리가 잘 인식하고 있다면 더 큰 정치 경제도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미국의 노예해방이 정치가의 말보다도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란 소설이 더 큰 영향을 주었듯이 그리고 대 공황에 분노의 포도라는 소설이 사람들의 인식을 더 깨우쳐 주었듯이요.
5. 집에다 어떤 그림을 걸어두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집에다 걸어두는 그림은 하루 하루 늘 식구들한테 영향을 주는 그림입니다. 따라서 전시회장이나 회사 혹은 영업소 혹은 공공장소에 걸어두는 그림과는 기운이 달라야 합니다. 가정이라는 사랑과 안정과 에너지가 솟는 기운이 필요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집에 걸어놓고 보는 그림은 꼭 유명하거나 돈 되는 그림이 필요없다는 말입니다. 가정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 돈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냥 눈이 안띄는 귀퉁이에 보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식구들한테는 독이 되기 때문입니다. 입으로 먹는 독이야 설사를 하든지 해약을 먹으면 되지만 기운으로 들어오는 독은 막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집안 식구들이 다혈질이고 툭하면 싸우고 시끄러운 체질을 갖고 있다면 (강열이나 심열이 많은 체질) 조용한 정물화나 목가적인 풍경화 혹은 선(禪)적인 분위가 물씬 풍기는 글자등도 좋을 것입니다. 그 반대로 조용한 성격의 체질이라면 뭐가 기를 발산시키는 그림 - 예컨대 체육활동이나 거친바다를 헤쳐가는 모습이라든가 동물이 움직이는 그림 글자라면 기운차게 휘갈겨 쓴 것 등이 좋을 것입니다.
이렇게 식구들의 기운이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는 것을 조절해 주는 그림이 좋고 그런 그림 가운데 작가의 정성이 깊어서 그 그림의 기운이 깊이 미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자주 드나드는 제 안방의 문에는 초등학교 일학년 여자 처조카아이의 그림이 붙어 있습니다. 그 그림의 한쪽에는 크레용으로 이모방이라는 글씨가 써있습니다. 이모방에 붙여놓으라는 조카의 뜻입니다. 이 아이는 가장 어려서 온 일가친척들한테 사랑만 받고 자란 탓인지 얼굴에 티끝이 없는 아이라서 그런지 그리는 그림마다 모두가 밝은 분위기입니다. 방문에 붙여 놓은 그림은 이모를 그린 것인데 평소에 이 아이가 이모를 보고 느낀 마음을 그대로 그린 것입니다. 환하게 웃는 모습과 스카프로 멋을 낸 이모의 모습인데 비록 그림자체는 단순하고 조잡할 수 밖에 없지만 그 분위가 너무도 조카의 마음을 담아낸 것이라 매번 볼 때마다 처의 모습과 조카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밝은 웃음이 주는 기운을 받으면 피로가 확 풀리는 것 같습니다. 사소한 것이지만 이 그림은 저한테는 매우 중요한 그림입니다. 표현 기술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오직 분위기만 그렇게 좋게 그려낼 수 있는 그림이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가운데 방안에 그림이 없다면 밖에 나가서 그림을 한번 골라보기 바랍니다. 자신이 가장 그리워 하는 세상을 그린 그림을 찾으시면 됩니다. 다만 방안에 붙여놓을 것이라면 안정과 진실과 밝은 것이 좋습니다. 그림 값이나 작가의 명성에 관심두지 마시구요. 그냥 내가 좋으면 명화입니다. 돈이 없다면 좋은 그림이나 사진을 인터넷에서 다운 받거나 잡지에서 오려 낸 것이라도 좋습니다. 이런 사소한 것이 바로 삶을 즐겁게 하는 섭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