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의 남산구경과 난치성 만성병 예방
서울에 살면서 서울의 상징 가운데 하나인 남산을 구경하지 않은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요즘은 남산의 의미가 색바랜 맛이 있습니다만 다른 상징, 즉 예컨대 경복궁이나 덕수궁같은 관광지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렇게 상징적인 곳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언젠가는 가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서울에 살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그곳에 가기는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울에 수십년을 살아도 그리고 매일 남산이나 덕수궁 혹은 경복궁을 지나 다닌다고 하더라도 그 곳을 방문하지는 않습니다. 즉,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이번 휴일에 가봐야지 하면서도 막상 휴일이 되면 다른 약속이나 다른 일로 다음으로 미루기 쉽상입니다. 왜냐하면 다음에 언제라도 갈 기회가 많기 때문이거든요. 그렇게 미루고 미룬 것이 수십년이 쉽게 지나가는 것입니다.
똑 같은 현상이 만성병 예방과 치료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관광이야 보아도 그만 안보아도 그만이고 직접 가보지 않더라도 각종 매체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으니 그럴 수도 있거니 합니다만 그러나 건강이야 누가 대신해줄 수도 없는 것이고 또한 꼭 챙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조치를 매번 뒤로 미루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것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앞에서 편작의 육불치에 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 가운데 특히 두번째 불치증인 사람들이 이러한 타성에 길들여진 사람들입니다. 두번째 불치는 경신중재(輕身重財)로 쉬운말로 바꾸면 몸이 아파도 돈이 아까워 스스로 예방이나 치료를 멀리한다는 것입니다.
가진 것이 정말로 없어서 그럴 수 밖에 없는 분들도 있지만 적잖은 사람들이 단순히 돈을 몸보다도 아끼다가 갑작스런 - 결코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런 분들은 갑작스럽다고 표현합니다. - 사고를 당하는 것입니다. 몸보다는 돈을 쫒는 분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축약하여 표현하면 사물의 우선순위(Prioty)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임상경험에서 추려보면 다음과 같은 경우나 비슷한 경우에 해당하시는 분들입니다.
- 자동차사고로 자보에서 주는 합의금으로 그냥 용돈으로 소비하는 사람들. 보험사는 그냥 돈장사하는 곳입니다. 거기에서 합의금을 줄 때 아무 이유없이 주는 것이 아닙니다. 후유증을 극소화하기 위해서 몸조리하라고 주는 것인데 특히 젊은 분들 일수록 이것을 공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합의금을 건강관리에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술이나 기타 몸을 피로하게 하는 곳에 소비하는 것은 결국 그 돈이 자신의 몸을 판 돈 혹은 팔게 될 돈이라는 것까지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 몸이 힘들어 진료받으로 와서 처방을 받고 진료비 납부도 끝냈는데 나중에 그 환자의 배우자가 취소시키는 바로 그 환자의 배우자. 이런 분들하고 같이 사는 분들은 나이가 들면 결국 만성질환으로 고생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배우자로 하여금 아파도 몸으로 버티라고 강요하는 본인 또한 세월이 흐르면 힘들이 질것이라는 것은 비록 의료에 대한 지식이 없는 분이라도 쉽게 추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니거나 혹은 고급 주거지에 살면서도 진료비에 대하여 유난히 아까워하는 사람들. 의외로 자주 만나는 분들인데 아마도 이 나라 국민의 개성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명이 길어지니 간단히 비유하면 한 달 만에 일, 이억씩이나 오른 아파트는 쉽게 사도 시장에서 콩나물 살 때 몇 백원을 아까워하는, 아직도 천민성을 벗겨내지 못한 자본주의 수혜자들입니다.
- 가장 안타까운 분들이 있습니다. 몸에 분명히 이상이 있음을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몸을 움직이는데 이상이 없으니까 지나치는 사람들입니다. 직업이 한의사인지라 침구치료를 목적으로 오는 많은 분들에게 병증과 관련하여 최소한의 도움말은 해줍니다. 병증이 단순히 기병(가벼운 병으로 침이나 부항 혹은 사혈 혹은 안마 혹은 외용약으로 칠가 가능한 병)인 경우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데 기병이 아니고 오장병( 생명력의 근원인 오장병인 경우는 뿌리가 깊고 치료가 어렵습니다.)인 경우에는 저는 일단 탕약치료를 권합니다. 이런 멘트가 많아지면 저는 환자들한테 비난을 받게 됩니다. 왜냐하면 제 멘트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제가 장사속으로 환자한테 겁주고 비싼 탕약치료를 은근히 권한다고 주위 사람들한테 입소문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잠재적인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저는 관련 병증에 대해서는 반드시 이야기 해주고 탕약도 권합니다. 누군가는 저한테 설득당하여 탕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란 기대때문에 그러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의자라는 최소한의 직업윤리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루 끼니가 어려운 분들한테도 이치에 합당하면 뻔히 안되는 줄 알면서도 복약을 권합니다. 제가 우선 고려하는 것은 병증이지 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한번이라도 얘기를 듣는다면 나중에 증상이 심해지면 그 분들한테 제 말이 자신의 건강에 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한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환자 가운데 본인이나 양의사들이 가볍게 보는 증상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난치성의 만성질환으로 빠르게 가는 것이 확연하게 눈에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혀모양이 마치 아래가 넓은 꽃병처럼 커져있는 경우라면 아무리 양방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심장병이 진행되는 증거인데 저로서는 이런 혀를 갖고 있는 환자한테 도저히 괜찮다고 이야기해 줄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그 환자가 가난하더라도 그렇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눈감고 강으로 뛰어가는 어린이를 보았다면 그 어린 아이가 정신장애가 있다거나 혹은 공부를 못한다거나 혹은 남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가요? 마찬가지의 마음이 제 마음입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심장질환에 노출되었거나 신부전이 이미 시작한 경우나 간질환의 증상이 보이는 경우에는 기본 병리를 설명해 주고 우선 치료를 권합니다. 제 도움말을 받아 들이고 안받아 들이고는 전적으로 그분들의 선택입니다. 그 가운데는 증상이 정말 위험한 지경에 이른 경우도 가끔 봅니다. 그러나 위험한 지경에 이른 젊은 사람들 가운데 자신의 증상에 대해서 이치를 인정하려 들지 않고(증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그 증상이 의미하는 병리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말하는데 이는 논리적인 부분이 아니라 단순히 치료하는데 들어가는 돈이 아까워서 말이 안되는 이유를 들어 스스로 부정하는) 병이 진행되는 것을 방관하거나 가속화시키는 경우가 진실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런 상황을 보기에 따라서는 의료상식에 대한 무지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좀 더 본질적으로 보면 몸보다는 돈을 챙기고 싶은 마음때문입니다. 즉 돈이란 현재의 쾌락을 말하는 것인데 몸보다 돈을 챙긴다는 말은 긴 안목보다는 당장의 편의를 중시하는 마음가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의료상식에 대한 무지라기 보다는 인생에 대한 무지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어느 명상인이 말하기를 No where 은 Now here 라고 합니다. 사람의 말이란 우주의 마음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말의 발음이 비슷하면 그 말의 개념이 서로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 당장 여기에서 해야하는데(Now here) 이를 하지 않는 다는 말은 언제 어디서라도 하지 못한다는 말( No w here -> No where)과 같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서 남산에 나중에 가보겠다는 마음은 결국 남산에 가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는 뜻입니다. 몸에 이상을 느꼈지만 지금 당장 움직이는데 문제가 없으나 나중에 진료를 받아보겠다는 마음은 결국 위급상황이 올 때야 비로소 진료를 하겠다는 마음이니 이는 스스로 불행을 부르는 마음입니다.
로마는 하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서양속담은 인생의 모든 공부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난치성 만성질환도 어느날 갑자기 생기지 않습니다. 다만 매일 조금씩 무너지는 신호를 늘 무시해왔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 임계점을 넘어가면 위급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건강에 로또는 없습니다. 남산을 가고 싶다면 지금 당장 스케줄을 잡아셔야 합니다. 급하지 않다고 내일로 미루면 죽는 날까지 남산은 구경하지 못합니다.
[출처] 강남할아버지한의원(www.harabiclin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