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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봄날의 생활섭생

강남할아버지한의원 2011. 5. 3. 13:32

* 이 글은 SPP라는 조선회사의 사보 봄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여기에 재등합니다.

따뜻한 봄날 - 우리 몸과 마음 다스리기

요즘은 어디서나 꽃구경하는 사람들로 붐비네요. 봄날의 꽃구경은 봄꽃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겨우내 움츠려진 몸과 마음을 활짝 펴고 싶은 기운 때문에 여느 계절의 꽃구경과는 의미가 다릅니다. 봄날에 벚꽃이 사랑받는 이유도 높고 넓은 하늘로 밝게 퍼져가는 꽃기운이 그냥 발산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과 딱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생명은 해와 달 그리고 땅 기운의 영향을 받고 살아갑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런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는데 꽃구경도 그러한 적응가운데 하나입니다. 환경과 잘 적응하여 어울리면 우리는 아름답게 느끼고 적응이 적절하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봄이 되면 날씨가 따뜻해지는 것은 누구나 느끼는 감성입니다. 그러나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것에서 오는 감성은 쉽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낮이 길어지는데서 오는 감성은 사람들의 의식보다는 몸에서 더 잘 느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몸은 자신의 기운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준비를 동지부터 시작하여 입춘이 되면 세상 밖으로 내보냅니다. 봄이란 본다는 뜻이니 새로운 기운(생명)이 안에서 밖으로 나와 세상을 보는 때라는 것입니다. 예컨대 새싹이 밖으로 나오면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이 그러합니다. 즉 봄은 사람이 세상의 변화를 본다는 개념이 아니고 개개의 모든 생명체가 세상을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기운이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도 가득하니 봄이 되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입니다.

몸 안의 기운이란 마치 물이 아래로 흐르는 이치와 같아서 일단 밖으로 나가려는 기운이 생기면 반드시 나가야 합니다. 만일 억지로 이 기운을 억누르면 기운은 다른 방법을 통하여 흐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몸과 마음은 피로하고 급기야는 병이 생기는 것입니다. 따라서 봄이 되면 봄기운에 알맞은 섭생이 필수입니다. 그러나 먹고 살기에 바쁜 일상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자연스런 섭생법을 잊고 있으므로 이런 분야에서 밥벌이 하는 제가 섭생에 대하여 몇 가지 거들어 봅니다.

우주의 변화
시간이 나면 밖으로 나가 봄 햇살을 쬐고 봄바람을 쐬는 것이 좋습니다. 봄 햇살과 봄바람은 우리 몸 깊은 곳까지 있는 세포들에게 기운을 열게 하여 스스로 생명력을 만들어내는 것을 도와줍니다.

생리의 변화
봄에는 나가는 기운은 많고 들어와서 저장되는 기운은 적습니다. 따라서 움직이면 쉽게 피로해집니다. 간이 허약한 아이들은 코피도 자주 흘리기도 합니다. 이런 상태를 옛 사람들은 봄을 탄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따뜻한 봄날은 소화가 쉬운 음식으로 충분히 영양을 공급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마음
봄의 발산하는 기운은 마음을 들뜨게 하므로 적절한 놀이나 취미활동으로 이 마음을 풀어주어야 합니다. 이것을 무시하면 반드시 나중에 이유 없이 화를 쉽게 내거나 몸으로 나타날 경우 설사 위장관염증 혹은 여러 자가면역성 피부질환이 생기게 됩니다.


봄 햇살은 양이 많고 따듯합니다. 그러므로 한낮에는 창문을 열어 실내를 환기시켜주고 봄 햇살이 안으로 들어오도록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주위의 건물이나 산천은 아직도 찬 기운을 내뿜고 있습니다. 찬 기운은 특히 폐가 약한 사람한테는 여러 호흡기증상이나 알러지증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온도가 갑작스럽게 변화하는 아침 저녁 혹은 산 아래 큰 물 곁에서는 반드시 실내온도를 따듯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노인이거나 만성병이 있는 분들도 실외에서는 꼭 마스크를 준비하고 다니시는 것이 좋습니다.


음식은 봄철에 나는 나물 등을 곁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봄철에 나는 음식은 봄기운을 받은 것이므로 이런 음식은 내 몸의 봄기운을 자연스럽게 발현되도록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편이 때문에 혹은 물자가 부족했던 옛날의 습관대로 아침에 입은 옷을 잘 때까지 입고 다닙니다. 그러나 가장 합리적인 옷입기는 추우면 더 입고 더우면 더 벗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봄 날씨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온도와 바람과 습도가 자주 변하므로 하루일정을 생각하여 적당한 겉옷을 준비하여 상태에 따라 옷입기를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가진단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내용은 계절과는 상관없이 늘 자신의 혀를 거울 앞에 내밀어 살펴보아 혀가 커져있는지 이빨자국이 많이 있는지 백태가 많은지 혓바늘이 잘 돋는지 혓바닥이 유난히 붉은지 혀에 물기가 많은지 혀 색갈이 자주색이나 보라색이 있는지 확인해 봅니다. 만일 혀에 그런 이상이 있다면 이것은 오장에서 병리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니 반드시 믿을 만한 한의사에게 몸 전체에 관한 진단을 받아보실 것을 권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몸의 병증은 양방검사에서 나타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양방적인 병리로 해석할 수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