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후 산후조리와 호르몬변화의 생리
너무도 흔한 사례이지만 혹여 정보가 부족한 독자들을 위하여 유산 후의 몸조리에 관한 전형적인 사례를 올립니다. 아울러 호르몬에 대한 생리에 관해서 의료전문가이든 혹은 평범한 비전문가이든 우리가 무엇을 지나치고 있고 무엇을 더 생각해야 하는 지에 대한 내용을 덧붙입니다.
일반적으로 정상출산이든 유산이든 일단 출산을 하게 되면 이후의 몸 조리는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자연스러운 정상분만에서는 몸의 생리가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에 비하여 유산, 그 가운데 인공유산은 갑작스런 변화에 몸이 자연스럽게 적응할 시간이 없으므로 이후의 몸 관리는 필수적입니다.
인공유산이라는 개념은 현대에 생긴 것입니다. 양의학의 발달로 수술이 가능해지자 물리적인 방법으로 유산을 시키는 것이니 현대에 생긴 개념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옛날에도 수술은 없는 것은 아니나 진통제 항생제 그리고 사진 등이 없으므로 지금처럼 정교한 수술은 없었고 운좋게 살면 좋고 아니면 죽는 그런 수술이었습니다. 자궁과 관련한 수술은 제왕절개라는 말이 있듯이 로마의 케사르가 태어날 때 어머니의 배를 갈라 아이를 출산시켰기 때문에 제왕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입니다. 물론 어머니는 당시에 죽었다고 합니다. 당시야 의료기술 자체가 워낙 열악했으니 산모가 죽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만 요즘도 드물기는 하지만 수술 후에 산모가 죽는 일은 발생합니다. 수술이라고 하니까 서양에만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잘못된 것이고 동아시아에서도 옛날부터 있었습니다. 사기 화타열전에 보면 2천년전의 화타는 장염을 수술하는 장면을 비교적 상세히(요즘과 같은 방법으로 배를 가르고 화농진 곳을 치료하고 그리고 꿰메고) 기록한 장면도 있고 삼국지에는 관우의 팔을 수술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물론 옛 이집트나 남미 인디오 유산에서도 수술기구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수술은 아주 오래 전에도 범 세계적으로 있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인공유산의 생리적인 변화가 특이한 점은 정상분만이나 자연유산과는 달리 몸의 정상적인 (혹은 자연유산기가 있는 경우라면 조금 비정상적인 생리) 생리가 갑작스럽게 중단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임신을 유지시키는 기전이 갑자기 중단되면 마치 요즘 전국적으로 전기가 갑자기 나가는 것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갑작스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몸은 비상체제를 가동시키고 그로 인하여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부작용이라는 것도 마치 전기수요자의 상황에 따라 정전의 부작용이 다르듯이 그 임부의 체질과 그 당시의 몸 상태에 따라 다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말은 그에 대한 처방 역시 획일적일 수가 없고 반드시 임부의 상태를 제대로 진단하여 그 사람의 몸에 맞게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요즘 산후조리원이나 일부 양방산부인과 의원에서 산후보약이라고 하여 이미 조제되어진 공장제품인 산후보약은 절대 피하시라는 말입니다.
일단 치료사례를 통해서 관련되는 생리와 병리를 알아봅시다.
1. 인적사항
ㅇ 0 0, 여, 37세
주소 : 경기
전업주부
2. 주소
LMP 기준 10주, 인공유산
아침에 얼굴이 붓는다. (안면부종)
눈도 붓는다.
배가 가득하고 답답하다.
햇볕을 보면 눈이 빠질 듯 하다.
3. 부수증상및 진단지표
자궁외 임신으로 수술 1번
인공유산은 2 번
녹색 변을 본다.
가슴에 식은 땀이 많다.
눈 충혈과 눈 빡빡
맥 : 실, 긴, 탁, 미대, 미부, 미지
설 : 태백 질암적(약간의 지도설)
흉복 : 무기력한 복근
왼쪽 등허리 조금 울림
4. 변증
간대간허
심소약
비대비강
폐약
신미약
5. 병리
1) 이 분의 지금의 병리를 야기시킨 것은 갑작스런 유산(인공유산)입니다.
임신을 하게 되면 자궁에서는 우리 몸의 최고의 조절기관인 뇌에 신호를 보냅니다. 아이가 생겼으니 아이를 자랄 수 있도록 기, 수, 혈, 정을 보내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그 신호를 보내는 방법이 오늘 날 양의학에서 발견한 호르몬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반복해서 말하면 호르몬은 몸의 변화를 - 장부의 변화를 - 관련 장부에 준비하도록 내보내는 하나의 신호인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같은 말을 반복하는 이유는 호르몬이란 물질은 몸의 변화를 유도하는 제1의 원인이 아니고 하나의 수단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하면 큰 식당에가서 된장찌개를 주문하면 종업원은 주방과 계산대에 된장찌개라는 종이쪽지를 건내게 됩니다. 얼마 후에는 주방에서 된장찌개를 만들어내고 종업원에의해 된장찌개은 손님한테 전달됩니다. 자 이과정에서 된장찌개가 주방에서 만들어지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종이쪽지 일까요? 아니면 손님의 주문일까요? 당연히 손님의 주문입니다. 종이쪽지는 하나의 전달수단이구요. 호르몬은 바로 이 종이쪽지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호르몬이 결코 손님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만일 손님이 된장찌개를 주문했는데 종업원이 잘못하여 김치찌개를 종이에 적었다면 당연히 주방에서는 김치찌개를 만들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이지 그렇다고해서 종이쪽지가 결코 주방에서 만들어내는 식단의 제1 원인이 될 수가 없습니다.
같은 이치로 요즘 흔한 갑상선항진증이나 저하증도 역시 호르몬 치료가 최선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이 증명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갑산선 항진증인 경우 양방에서는 무조건 갑상선 호르몬 때문이라고 해서 항진증에 길항작용이 있는 호르몬제를 투여하게 됩니다. 이것은 병리의 제 1원인을 무시하고 단순히 신호를 조작하는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갑상선 항진증의 제 1원인은 기가 지나치거나 혹은 혈이 부족하여 기혈분리를 조절해 나가는 과정에서 열도 나고 온 몸의 기능이 항진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갑상선 항진증이란 말 자체가 병증의 중심을 사람이라는 생명 전체에 둔 것이 아니고 호르몬 치료를 염두에 두고 붙인 것입니다. 당연히 허열 혹은 기혈분리 증후군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렇게 이름을 붙이면 치료 역시 기혈의 조절을 통하여 근본적으로 치료가 됩니다. 항진증의 결과로 저하증이 나중에 오지도 않구요. 양방의 이러한 모순은 내과 질환의 너무도 많은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선 일일히 말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자 다시 본 내용으로 돌아와, 수정이 되면 그 자체로 하나의 생명체를 형성합니다. 정자와 난자는 둘 다 살아있는 생명체입니다. 다만 몸에서 떠난 정자와 난자는 기혈을 스스로 공급받을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곧 죽게 되겠지요. ( -> 이 부분에서 독립적인 대사를 할 수 없으니 학문적 혹은 사회적인 의미에서 아직은 생명체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자와 난자, 그리고 수정란에 대한 자궁은 서로 항체반응을 하지 않도록 자연이 그렇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서로 만나면 합쳐질 수가 있고 동시에 적당한 환경만 되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자궁안에서 수정이 되면 본래의 정자와 난자는 합쳐진 상태의 또 다른 생명체로서의 시작이 되는 것입니다. (-> 이 부분에서 생명의 정의를 스스로 생존을 위한 대사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면 수정란은 이미 생명입니다. 그런데 만일 생명의 정의에 정신적인 면을 고려한다면 아직은 수정란을 생명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
수정란이 자궁에 뿌리를 내리면 자궁은 존재의 본질( 책 밥상위의 한의학에서 본질 영 혼 백 과 육체에 관한 글을 참조하시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 에서 가르쳐준 대로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게 지금부터 아이를 기르겠다고 뇌와 오장에 신호를 보냅니다. 이 신호 방법이 소위 임신호르몬들입니다. 그러면 오장은 각기 태아를 성장시킬 수 있도록 비상계획을 세우고 준비합니다. 기의 공급을 위해서 폐도 비상체제, 혈을 공급하기 위하여 혈압도 올려야 하니 심장도 그렇고 혈의 내용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간도 그렇고 혈의 조습을 조절하기 위해서 비도 그렇고 그리고 늘어나는 수기를 적절히 배출하기 위하여 신장은 삼초와 협조를 긴밀하게 준비할 것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임부의 몸에서는 수기와 혈기가 늘어나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이 자궁에 급작스런 사고로 ( 인공유산 수술은 자궁으로서는 대형사고입니다. ) 이런 비상체제가 필요없게 되어 버린 것입니다.
2) 인공유산의 병리
말을 줄이고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하여 임부의 몸을 공장에 비유합니다. 지금 공장에서 큰 주문을 받아서 모두가 들떠서 납기를 맞추기 위해 야근을 해가면 생산량을 늘여나가고 그것도 모자라 새로운 생산설비도 건설하고 있는데 갑자기 수요처가 물건을 사지 않겟다고 해 버리면 늘어난 생산설비와 이미 생산된 재고품 그리고 새로이 고용한 노동력과 그와 관련된 관리비는 공장에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이것을 적절히 소화해 내지 못하면 공장은 어쩌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상황이 바로 이와 같은 것입니다.
바로 생산설비를 증설하는 것은 오장의 항진과 비대등이고 재고량은 습담과 어혈입니다. 인공유산 후의 증상은 이미 타고난 체질과 그 동안의 몸 관리 그리고 지금의 오장의 항진증과 습담 어혈등의 요인으로 후유증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 분은 이미 나이가 30대 후반이라 비상시에 대응할 수 있는 기동력도 떨어진 상태입니다. 타고난 체질이 습담체질인데가 다시 습담과 어혈이 늘어났고 자궁에는 직접적인 물리적 상처가 난 상태가 된 것입니다.
위의 주 증상과 부수증상이 모두 습담과 혈허와 어혈에 의한 증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타고난 체질이 삼초가 약하고 간허하므로 이를 고려하여 처방해야 할 것입니다.
6. 치법
거어거습
소간보간
7. 투약및 결과
소간 이수 거어
결과
20일 후에확인한 결과로는 모든 것이 정상 상태로 돌아온 것입니다.
안면부종, 눈주위 부종, 배의 가스참, 햇볕아래 눈 통증 그리고 혀가 허는 것이 다 없여졋다고 합니다.
다만 아직도 혀 가장자리에 진한 자주빛은 남아 있는 것은 심장에 어혈이 있다는 뜻인데 이것마저 완전히 없앴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후기
모든 분들에게 말하고 싶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 모든입니다. - 증상은 그 원인이 내부이든 외부이든 내 몸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몸에 아무리 사소한 일이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은 몸 전체를 보아야 합니다. 만일 몸의 일어나는 부분적인 증상을 보고 몸 전체를 보지 못하면 이는 마치 번지수는 아는데 어느 도시 어느 동인지는 모르고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예컨대 미국에서 총기사고가 났고 한국에서 총기사고 났다면 그 증상이야 같은 총기사고이지만 그러나 그러나 몸 전체에 미치는 의미(병리)는 사뭇 다르고 또한 재발방지대책(치료나 예방)도 사뭇 다릅니다. 이 다름을 무시하고 미국의 총기사고 대처 교범을 그대로 번역하여 한국에 적용하려고 한다면 아마도 국민 모두가 비웃을 것입니다. 특히 의료인들은 제발 생각 좀 하고 진료에 임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