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신 칼럼 2회 오장을 알아야 한의학이 보인다.
칼럼 2회 오장을 알아야 한의학이 보인다.
일반인이든 한의학도이든 한의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기(氣)라는 단어와 오장(五臟)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왜냐하면 기와 오장은 한의학의 근간이 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것은 임상에서 그대로 입증되는데 날마다 만나는 수 없이 다양한 병증의 진단과 치료와 예후와 예방이 마지막으로 단순화되는 종점은 역시 기와 오장이다.
기는 우주와 인체를 연결해주는 인식도구이자 과학적 실체이자 철학적 실체인데 다만 형태를 인식할 수 없다는 이유로 혹은 연구자들이 서구의 물리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직은 모든 사람들한테 그 존재적 실체를 인정받고 있지 않다. 또한 그 만큼 한의학도 내에서도 개념정의가 아직은 통일되어 있지 않다는 말도 된다. 따라서 기의 개념을 정의하기는 짧은 글로는 어렵다. 그러나 오장은 그 형태적 실체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으니 누구도 그 존재 자체는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오늘은 오장이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생명체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형태보다는 기능으로 인식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왜냐하면 형태는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결국 생명체를 그 기능으로 단순화시키면 생명체란 스스로 밥을 찾아 먹고 똥을 싸는 존재다. 바꾸어 표현하면 기를 흡수하고 내보내는 존재란 것이다. 기를 흡수하고 내보내는 기능에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구조와 기능을 인체에서는 오장이라고 한다. 따라서 오장은 생명력이 강해야 하고 항구적이어야 하고 인체의 음분(陰分)인 정혈(精血)을 만들어내야 하고 스스로의 기능은 인체의 전반적인 기흐름을 혈분(血分)과 기분(氣分) 둘로 단순화시킨다면 혈분에 속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목적을 위해서 구조적인 오장은 몸 안에 있어야 하고, 뼈로 보호되어야 하고, 세포의 재생과 죽음이 쉬워야 하고, 피가 몰려있는 곳이니 피 색갈이 나야하고, 천기와 지기를 조화시키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바로 이런 조직이 간 심 비(지라) 폐 신이다. 이런 특성으로 비가 췌장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췌장은 중요한 기관이지만 그 안에서 혈을 생혈(生血) 혹은 청혈(淸血) 하여 혈분의 기화를 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형태적인 오장의 정의다. 뇌 역시 인체에 가장 중요한 기관이지만 생혈 청혈과 직접 관계가 없으므로 생리나 병리에서 뇌를 자주 언급하지 않는 이유다. 즉 뇌도 오장에 의하여 조절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예컨대 뇌의 태생적인 손상이 없는 간질의 경우 간을 보해주면 간질이 쉽게 치료되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기능적인 오장은 간심비폐신의 기능을 갖고 있는 모든 기관 조직 세포의 활동과 그런 활동을 담당하는 곳 모두를 말한다. 예컨대 기를 처음 음에서 양으로 막 발산시키는 것을 간, 발산을 유지시키는 것은 심, 처음 기가 나온 음의 경계를 넘어 밖으로 발산 시키는 것을 폐, 그리고 남은 기를 재생시키고 탁기를 수분화시켜 배출하는 것은 신 그리고 혈분 전체의 조습을 조절하여 청혈시켜주는 것을 비라고 한다. 이 말은 하나의 단위세포에서도 간심비폐신의 오장은 다 들어 있다는 뜻이다. 또한 하나의 오장, 예컨대 간이란 기관에서도 간심비폐신이 다 들어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구조적오장과 기능적 오장의 뜻을 정확하게 인식할 때 한의학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한의학은 생명이 스스로 영원히 존재하려는 본질을 이용하여 오장의 기흐름을 정상화시켜줌으로서 병증을 치료하는 의학이다. 따라서 세상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모든 병증의 뿌리를 찾아가면 생명활동의 근원인 구조적(해부학적) 오장과 기능적 오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오장을 구조적 기능적으로 분리해서 설명했지만 결국 오장은 기 흐름의 단계를 말한다. 즉 간(肝)이라고 하면 단순히 정(Stock)적인 공간점유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간이란 공간점유물을 흐르는 기와 다른 곳에서 흐르는 기가 간과 같은 성질이라면 모두 간을 뜻하는 것이니 한의학의 오장은 동(Flow)적인 오장이다.
한의학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바로 이 동적인 개념의 오장을 한의학도 자신부터 뚜렷하게 인식해야 함은 너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