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신 칼럼 3회 병인은 스트레스 치료는 운동 예방은 물 많이 먹기? -의자는 유행보다 이치를 따져야
민의신 칼럼 3. 원인은 스트레스 치료는 운동 예방은 물 많이 먹기? -의자는 유행보다 이치를 따져야
문화란 한 사회의 특징적인 현상의 포괄적인 개념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문화란 그 사회의 주된 기 흐름이란 말이다. 따라서 공통된 문화에 속해 있는 개인의 생활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사회의 기 흐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개인의 영역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도 그렇다. 의료 역시 예외일 수가 없다.
현대 우리 사회의 의료적 특징은 풍요한 먹거리와 안정된 치안으로 외상보다는 내상이 대부분이다. 내상 중에서도 그 원인이 불과 수 십 년 전에 대세였던 춥고 배고픈 데에서 오는 내상 즉 허냉(虛冷)으로 인한 내상보다는 풍요와 경쟁에서 오는 내상 즉 부적절한 섭생과 심노(心勞)로 인한 오장의 불균형에서 생긴 내상이 많다. 이런 내상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들어본다면 병증이름은 끝에 ~염, ~증, ~증후군, 사람이름+병, 만성+병, 암,그 외에 어려운 수식어가 들어간 병증명 등이 그런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부적절한 섭생과 심노로 인한 내상에는 우리가 외상에서 그 신효함을 줄곧 경험해왔던 양방에서는 대증치료 외에는 해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데에 있다. 전 세대와는 달리 요즘의 대중들은 지식의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양방의 대증치료의 문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중에게 건강을 안내해야 하는 의료전문가들은 현대내상병증에 관한한 자신들의 한계를 대중 앞에 보여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현실이 제목과 같은 애매한 건강지침을 만들어 내도록 했는지 모르겠다.
요즘 대중매체를 통하여 양의사나 일부 한의사 그리고 건강관련 종사자들이 현대의 내상병증과 관련하여 말할 때는 마치 어조사처럼 반복하는 내용이 바로 원인은 스트레스이고 치료는 꾸준한 운동이고 예방은 물 많이 먹고 그리고 관리는 평생 양약이나 건강식품류를 먹는 것이라고 하니 이는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건강안내다. 무릇 병의 진단과 치료와 관리와 예방에는 일관된 생리와 병리 그리고 약리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그저 생각없이 수군대는 아줌마들의 ~좋다고 그러던데 식의 허황된 내용뿐인데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입으로부터 최소한의 저항도 받지 않고 흘러나와 대중들에 의식 속에 넘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런 무지한 건강안내는 대중들로 하여금 병증을 더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마음현상인데 마음은 만병의 원인이니 스트레스가 병인(病因)이라는 진술 자체가 거짓이라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와 병증과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기전이 없는 것이 문제다. 다행히 한방은 스트레스가 간과 심장에 영향을 주고 그 다음 단계부터는 간과 심장의 병리기전에 따라 병증이 표현되는 이치를 설명할 수 있다. 이 기전에 따라 현대 내상병의 치료 관리 예방이 병리기전의 어느 단계에서 다스리느냐에 따라 양방에 비해서 폭넓게 선택할 수 있다. 예컨대 스트레스로 인한 역류성식도염 환자에게 치료처방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바로 스트레스와 심장과 역류성식도염과의 인과적인 병리를 이해시키고 증상을 그냥 방치했을 때 혹은 소염제로 치료했을 때 병증의 진화가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하여 심장을 치료해 줄 것인지 위열만을 치료해줄 것인지 혹은 음식섭생만을 해줄 것인지 환자의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가장 경제적인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이 치료가 되는 경우는 지극히 제한된 경우일 뿐이다. 병증치료에 운동이 적합한 치료처방이 되는지는 한의학의 정기(精氣)의 튼실함으로 판단이 가능하다. 이에 대한 설명은 종종 몸살이나 주요관절통증 환자와 나누는 대화로 갈음한다. “선생님 운동해야 빨리 낫지요?”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에 체육선생님이 아픈 학생을 나오라고 해서 쉬게 합니까? 아니면 빨리 나라고 운동을 더 시킵니까? 아마 쉬게 할 것입니다. 모든 병증의 치료는 내 몸이 갖고 있는 에너지로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병증을 치료할 때는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니 그 에너지를 보상해주기 위해서는 운동이나 과식도 줄여야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물 많이 먹어야 한다는 사이비 진리는 이제는 없어질 만도 한데 참 끈질기게 오래 간다. 역시 환자와의 대화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피부가 건조해서 물 많이 먹으란 처방을 다른 곳에서 받고 온 환자에게 필자는 이렇게 설명해 준다. “집에 물이 나오지 않아 배관기술자를 불렀을 때 그 기술자는 수도관리당국에 더 많은 물을 보내달라고 전화할까요? 아니면 집 주위의 수도관에 어디 막힌 데나 새는 데가 없는지를 검사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