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신 칼럼 14차 - 에너지보존법칙은 한방생리의 기본
바야흐로 마라톤 계절이다. 이와 함께 심장마비 소식도 거르지 않는다. 며칠 전에는 외국의 프로 축구선수의 사고소식도 있었고 아마도 이 시간에도 등산이나 실내운동 등의 생활체육에서도 사고는 나고 있을지 모른다. 운동 시의 사고는 상해가 아니라면 거의가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이다. 오장가운데 다른 장기의 병증에는 돌연사가 없는데 어찌 심장에만 돌연사가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장병에 돌연한 사고는 결코 있을 수가 없다. 다만 무지사(無知死)만 있을 뿐이다. 예컨대 자동차의 엔진이 갑자기 폭발할 수 있겠는가? 반드시 기계소리나 배기냄새 질주감 그리고 계기판 등이 위험을 알려주었을 것인데 운전자는 이런 신호를 무시하고 달렸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무지한 운전자는 자동차가 달리기만 하면 고장은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무지는 의료에서도 만연하다. 건강에 무지한 사람은 몸이 잘 움직이면 병이 없다고 생각하고 또한 심장이 잘 움직이면 심장에 병이 없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러한 무지가 돌연사라는 말을 만들어 냈고 돌연한 것이니 예방도 할 수 없어 환자의 운명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는 의료인의 교묘한 말장난도 엿보인다. 차라리 그냥 의료의 한계라고 표현하는 편이 솔직할 것이다. 필자도 의료인인데도 이런 지적을 거침없이 하는 이유는 이 부분에서 한의학적인 진단과 치료가 탁월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심장과로사에 관해 한의학적인 진단과 치료와 예방을 말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하는 생리론은 바로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다.
인체 생리를 기의 흐름으로 설명하면 개인이 천기와 지기를 흡수하고 내보내는 과정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저절로 추론된다. 이것을 현대 물리학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다. 바로 이 부분이 한방이든 양방이든 생리의 기본 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의학교과서에 없다는 것이 필자에게는 불가사의하다. 양방이야 생리에 관한 주된 이론이 생화학적인 분석으로 전개되니 유기적인 에너지 흐름에는 무지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치료에도 부분적일 수밖에 없으니 그렇다 하더라도 한방은 주된 이론이 오장과 경락이어서 생리와 치료에 항상 전신의 유기적인 관계를 언급하면서도 이렇게 간단한 물리 법칙을 한방이론으로 수입하여 개념화시키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개념화란 보편적인 활용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인체는 개인마다 기의 승강출입에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결정짓는 구조를 정분(精分)이라고 한다. 그런데 천기와 지기를 받아들이는 것에는 정분의 크기에 따라 어느 정도 일정하지만 그러나 기를 소모시키는 것에는 그 사람의 타고난 체질과 생활양식과 섭생에 따라 다양하다. 이 정분이 에너지보존법칙의 계(界)에 해당하고 증상이 에너지 순환의 다양성에 해당된다. 이 한계는 모든 증상에 적용되는 이치다. 제번하고 여기서는 심장마비와 관련된 부분을 말하자면 운동으로 인하여 근골에 과도한 기가 몰리면 그 기를 생성시키는 오장은 과로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보존법칙에 따라 근골의 과도한 기운행은 오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기부족과 동시에 몸 전체를 유지하기 위한 기발생의 항진을 야기한다. 그런데 이것이 반복되어 임계치에 이르면 오장의 정분은 서서히 쇠하게 된다. 쉽게 말해서 기계가 낡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심장이 여타 장과 다른 점은 심장이 쉬면 생명도 끊어지기 때문에 비록 심장의 정분에 모손이 생겨도 몸의 다른 부분의 에너지를 희생해서라도 심장은 스스로 쉽게 수리되도록 또한 설사 고장이 났다고 하더라도 그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운행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하게 되어 있어 여타 장에 비해 심장의 과로를 몸으로 바로 느끼지 못한다.
결국 엔진에 과부하가 걸려도 폭발하기 전까지는 자동차가 계속 달릴 수 있는 것처럼 심장도 그러한데 그러나 심장이 갑자기 멈추기 전에 반드시 나타나는 증상들을 관찰하면 돌연사의 진단과 치료와 예방이 가능하다. 즉 두꺼운 설태 큰 혀 어두운 혀의 색깔 빈맥 부정맥 지나치게 강한 맥 가슴통증이나 쪼임 역류성식도염의 악화 복대동맥 항진 소변무력 하지불안증후군 가슴과 등의 유난한 열감 지나친 겨드랑 땀 갑작스런 수족냉증 신부전 치주염 정신불안증 등은 모두가 심장이 지쳐있다는 신호이다. 이런 증상과 다른 장부의 증상을 조합하여 에너지 보존법칙에 대입하여 보면 돌연사에 대한 위험도를 사전에 대략은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심장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지에 대한 섭생법을 알 수 있다.
세상은 기가 끊임없이 순환하므로 세상일에도 영원히 일방적인 것이 없다. 정신적이건 물리적이건 일정계(一定界)의 영역이 변하지 않는 한 하나가 늘면 반드시 하나가 줄어든다. 이 간단한 이치를 알지 못하는 치자(治者)에게 몸 마음 가정 사회 나라 등을 맡기면 반드시 그 화려함 뒤에 오는 결정적인 손실은 환자 스스로가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