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학의 생활생리 - 자율신경실조증? 진실은 자율신경효율최대화증입니다.
누구나 한번 쯤은 자율신경실조증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숨이 차고 얼굴이 붉어지고 열이 오르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반복되면 한의사건 양의사건 이렇게 진단아닌 진단을 내리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우선 말뜻을 알아보면, 두 단어가 합쳐진 개념입니다.
자율신경이란 단어와 실조 즉 잃어버렸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풀어보면 뭔가 기분이 이상합니다. 자율신경이 기능을 잃어버리다니 그러면 혹시 위험한 건 않을까 하는 느낌이 팍 옵니다. 마치 자동차의 전자제어장치가 고장난 것과 같은 뜻이니까요. 뭔가 잘 못된 것은 확실한데 현상이 잘 못된 것인지 말이 잘 못된 것인지를 차분히 알아봅시다.
자율신경이란 예컨대 심장박동은 잠을 자거나 혹은 다른 것에 집중할 때도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심지어 정신을 잃어도 지속되는데 이런 심장박동기능은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몸의 상태에 따라 스스로 가동되는데 이것이 신경을 통해서 가동되므로 이런 기능을 가진 신경을 자율신경이라고 합니다. 생명체의 이런 장치는 그 생명을 유지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되는 것이죠.
이 기능을 신경이라는 해부학적인 구조물을 중심으로 볼것이 아니라 생명성이라는 더 높은 개념으로 해석하면 자율신경은 사람의 비생명적인 의지나 일시적인 감정으로 인하여 생명에 위험이 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신 (자연 )이 어리석은 개체의 생명성을 직접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몸 속에 심어 놓은 장치인 것입니다. 양의학에서는 이러한 경이로운 장치가 신경을 통해서 작동이 된다고 보기 때문에 스스로 작동하는 신경이라는 뜻으로 자율신경이라고 부를 뿐인데 이렇게 이름을 붙여놓으면 그 이름으로 하여금 종종 현상의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조란 그대로 잃어버렸다는 뜻인데 만일 자율신경이 자신의 고귀한 임무를 잃어버리면 생명체는 곧 죽게 됩니다. 그러므로 자율신경실조증이란 말은 그 자체로 말이 안되는 개념입니다. 이렇게 잘 못된 개념으로 현상을 이해하면 그에 대한 치료도 당연히 잘 못될 것입니다.
쉽게 말해 맥박이 빨리 뛰고 열이 오르는 것은 자율신경이 실조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귀한 임무를 아주 잘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 사회적인 사건의 예를 들어봅니다.
지금 어느 나라에 지진이 나서 사람이 상하고 시설물과 재물이 손상되었다면 그 나라는 갑자기 비상용 물품을 실은 차들이 더 많이 다니고 방송이나 사람들의 대화에서는 연일 지진과 관련된 내용으로 흥분되고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말 할 필요도 없이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나라에서 비상적인 임무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나라가 후진적이어서 그런 사건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비상용 차들도 다니지 않고 방송이나 사람들의 대화에서도 흥분된 모습이 없다면 지진지역의 회복은 불가능할 것이고 나아가 한 나라에 그런 비상상황에서의 구조기능이 없다면 그 나라는 나라로서의 최소한 조건도 모자란 것이니 곧 망할 것이란 것은 안보아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지진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지진을 비상상황으로 인식하지 않은 사람은 눈앞에 차들이 왔다 갔다하고 사람들이 흥분하는 모양을 보고 왠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냐고 사람들의 흥분을 비난 할 것입니다. 자, 이런 상황에서 흥분해서 뭔가 움직이는 사람과 흥분하지 말고 가만있으라고 비난하는 사람 가운데 누가 정상적인 사람일까요? 당연히 흥분해서 뭔가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가만있는 사람은 이미 인지능력을 잃었거나 무기력에 빠져있는 사람입니다.
마찬가지로 몸에 어떤 이유로 비상상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비상상태는 보지 못하고 비상사태의 결과인 겉으로 나타난 현상만을 보고 그 현상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바로 지금까지도 자율신경실조증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흥분된 상태를 비정상으로 보았기 때문에 사태를 정상화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흥분된 상태를 가라앉히려 할 것입니다. 약처방으로 보면 신경안정제가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비상상태에서의 사람들의 흥분, 즉 응급조치가 가라앉을 수 있을까요? 결코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흥분이 가라앉으면 즉 응급조치를 못하게 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보통의 인식수준을 가진 이해관계자라면 지진상황하에서는 우선적으로 사람들을 안전하게 피신시키거나 무너진 건물과 도로를 복구해서 피해를 줄이려할 것입니다. 그렇죠? 이런 대응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현명한 의자는 이런 증상에 자율신경이 실조된 것이 아니라 자율신경이 평소보다 더욱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판단할 것이고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찾아 원인을 해소시켜주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면 비상사태인 증상도 안정될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았던 병증조차도 뿌리까지 치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 그러면 소위 자율신경실조증, 아니 자율신경효율최대화증이란 증상의 제대로된 병리는 무엇일까요?
한의학에서는 그것을 허열(虛熱)이라고 합니다.
허열이란 몸에 상처가 났거나 병이 생겨서 그 병소에 국부적으로 열이 나는 것이 아니라 모자란 부분에 기혈을 빨리 그리고 충분하게 공급하기 위해서 오장이 쉬지않고 일하다보니 오장에서 나는 열을 말하는 것이고 이는 오장이 연일 야근하는 것이니 결국은 오장을 피로하게 합니다. 아무리 장사라고 할지라도 그 누가 연일 야근에 쓰러지지 않겠습니까? 결국 허열도 이것이 오래가면 몸, 그 가운데서도 에너지의 근원처인 오장은 망가진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허열의 치료는 모자란 부분을 정상화시켜주는 것입니다. 어디가 모자란 것인지는
그 장소가 사람마다 다르고 때에 따라 다릅니다.
그것을 회복시키는 기전도 사람마다 다르고 때에 따라 다릅니다.
이러한 병리를 구별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한의학에서는 변증이라고 합니다.
변증이야 말로 한의사의 개별 내공입니다. 이 개별적인 내공은 사람마다 학교성적이 다르듯이 획일화 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다만 수학점수는 달라도 숫자나 기호를 읽어내는 기본은 갖추어야 하듯이 한의사라면 병증에 대한 기본인식은 같아야 할 것입니다. 그 기본인식 가운데 잘못된 인식의 하나가 지금까지 말한 자율신경실조증이 아닌 자율신경효율최대화증(구태여 말을 붙인다면, 즉 허열이지만)인 것입니다.
참고로 정말로 자율신경이 실조되면 사람은 죽습니다. 마치 자동차의 RPM이 오르는 경우에 그 이유가 전자장치가 제기능을 잃어버려서 그렇게 된 것이라면 바로 급발진 사고나 충돌 사고가 나는 것과 같습니다. 보통의 경우 자동차의 RPM이 오르는 경우는 언덕을 오르거나 혹은 차에 짐이 많이 실었을 경우 입니다. 이럴 때 높은 RPM을 해결하는 방법은 자동차의 과부하를 덜어주는 것이 합당한 것이지 전자장치를 조작하여 RPM이 오르지 않게 한다면 눈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여도 오래지않아 자동차의 부속이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부서질 것입니다.
우리는 문제를 마주치면 항상 그 문제의 결과인 겉으로 나타난 현상보다는 그 현상의 원인, 또 그 원인의 원인을 찾아가야 문제를 쉽게 해결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