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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사혈과 급성신부전

강남할아버지한의원 2014. 7. 7. 16:04

세상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만 만약 어떤 사고(병증)이 나면 전문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 사실상 알고자 하지 않습니다. 그냥 어떻게 지나갈 지에 대한 생각만 가득한 것 같습니다. 필자가 여기서 사실상이라고 말한 이유는 종종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고 체계를 세워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 들여다 보면 그건 사고의 직접적인 과정에 불과한 것을 원인이라고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오히려 그런 단견이 실제로는 사고의 원인을 더욱 알지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이유를 모르게 다리가 아프다면 그건 피로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건 신경이 눌려서 그렇다는 말이 더 자세하고 과학적으로 들립니다. 더구나 피로라고 말하면 범위가 넓고 두리뭉실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누구라도 추정할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피로와 신경이라는 단어에서 더 나아가 왜? 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원인과 과정을 흔히 혼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피로는 두리뭉실하지만 원인입니다만 신경은 자세한 것 같지만 하나의 과정입니다. 보통 신경도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원인과 과정을 구분해야 하는 차이는 치료에서 크게 나타납니다.  만일 신경이 눌린 것이 원인이라면 치료는 신경이 눌리지 않게 해주는 것입니다. 만일 피로가 원인이라면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치료일 것이구요. 자 그러면 신경이 눌리지 않게 해주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기계적으로 근육을 들어 올릴 수도 없구요 또한 어느 부분의 신경이 눌려 있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한방에서는 침구치료를 하는데 침구치료가 피로를 풀어주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효과는 바로 나타납니다. ( 그 치료기전은 침구치료는 사법으로 전신의 피로를 가중시키기는 하지만 국부적으로는 피로를 풀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전신피로가 심하여 국부적인 치료로 국부적인 피로를 풀기 어려울 때는 침구치료도 효과가 없습니다.) 양방에서는 일반적으로 한방치료를 조금 변형시켜 용어를 바꾸고 기계 등을 사용하여 마치 양방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치료합니다만 근본은 한방치료와 같습니다. 만일 양방에서도 이런 물리치료가 효과가 없으면 진통제 스테로이드 소염제 등을 처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양약치료는 진통제의 효과로 통증은 바로 없어지지만 시간이 가면 피로를 더욱 가중시켜 증상을 더욱 고질화 시킵니다.

이렇게 병의 원인을 두고 원인과 과정을 혼동하면 결과적으로 엉뚱한 치료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사례는 너무도 흔합니다. 특히 내과질환에서의 양방치료에는 현저하다고 생각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병증의 이름에 ~증, ~염, 사람이름, ~증후군 등이 들어간 것은 기본적인 병리가 양방에서는 모른다는 뜻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리를 모른다와 치료한다는 말이 서로 앞뒤가 맞지 않음에도 양방에서 이런 류의 병증을 많이 치료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부분은 의료소비자들이 충분히 알고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에 늘 다니시는 할머니께서 갑자기 얼굴이 붓고 얼굴에 홍반이 나타나서 치료차 오셨는데 이건 급성 신부전 증상이라 탕약치료로 위기를 넘겼는데 이 과정에서 병리를 제대로 이해하실 수 있는 분과 모르는 분이 치료에 대한 대응 방법에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기에 글을 올립니다.

1. 인적사항
ㄱ  0   0. 여, 68세
주소 : 도시거주
용모 : 평균 키, 조금 통통한 편
직업 : 가정주부

2. 주소
며칠 전부터 얼굴에 뭐가 나기 시작하더니 어제는 갑자기 얼굴이 풍선처럼 붓고 사지가 붓고 턱과 이마에 넓은 고속도로처럼 가로지르는 홍반이 나타났다. 이유를 설명하시는데 하라비가 평소에 콩을 들지 않도록 섭생을 안내했었는데 엊그제는 누가 유기농 콩이라고 보내와 입맛이 당겨 하라비 말을 잊고 지나치게 많이 먹은 후부터 바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셨다. 따님이 이걸 보고 바로 한의원으로 모시고 왔다. 그런데 한약을 두 봉드시고 전화가 오기를 얼굴의 홍반은 빠지는데 이상하게 소변으로 한약이 그대로 다 나온다고 하신다. 바로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중요하다.

3. 부수증상및 진단지표
1) 평소에 늘 한의원에 다니시는 분으로 생리와 병리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다.
2) 평소에 신장결석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매번 처방할 때도 신부전을 고려한 바 있다.
3) 평소에 운동을 잘 하시지만 무리한 편은 아니고 호흡기 질환에 취약하다.
4) 당뇨가 있지만 운동으로 잘 관리하고 있다.
5) 몸에 습담이 많은 편으로 종종 두통이나 속이 더부룩하다.

맥 : 대, 실, 현, 긴, 강 ( 맥진상 혈압이 140 전후로 올라 있었다.)
설 : 태암백미후 설대 설질 부분적으로 암.
흉복 : 전중압통, 쇄골하 압통
         왼쪽 CVA 타통
         상복부 불편

4. 변증
간대간허
심소미강
비대비강
폐약
신대신허

5. 병리
이 분은 평소에도 약간의 신부전기가 있고 신장결석도 잘 생기는 편임. 그 때마다 한약처방으로 치료해왔음.
반년 만에 갑작스런 증상으로 내원해서 보니 평소의 체질대로 나타난 증상인데 이번에는 신장에 무슨 일이 있었음에 틀림이 없었음. 그러니까 얼굴이나 기타 피부에 나타나는 홍반이 간허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신허에서 온 것이라는 것이 홍반의 양상에서도 나타나고 있었음.

6. 치법
이수거담
소간거어

7. 투약및 결과

1차 투약
이수거습과 거어

1차 결과
탕약을 급히 해드렸더니 밤에 한봉 드시고 아침에 한봉을 드셨는데 오전에 소변을 보는데 소변에서 한약이 그대로 나온다고 하심. 그런데 얼굴의 홍반은 줄어드는 것 같다고 하심. 그래서 입으로 들어간 한약이 소변으로 그대로 나올 수는 없고 암갈색의 피가 나오는 것이라고 답해 드렸음. 할머니는 처음 당하는 일이라 겁이 날만도 한데 배운 지식이 있고 그 동안 하라비 설명을 잘 이해하시는 편이라 그 이치를 바로 깨닫고 복약을 계속하였음.

시간이 갈 수록 갈색뇨(콜라색뇨)은 옅어지더니 저녁 때는 정상적인 소변으로 돌아왔다고 함.

자, 바로 이부분이 정말 중요한 고비였습니다.

만일 따님이 바로 서두르지 않고 시간이 좀 더 지나서 치료하기 시작했다면 급성신부전은 만성신부전으로 악화되었을 것이고 그리고 결국은 신장투석으로 갈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콜라색 피는 죽은 피인데 그것이 신장에 몰려 있다가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그대로 신장 모세혈관이나 기타 조직에 침착되어 버린다면 신장 손상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며칠 후에는 얼굴부기, 전신부기 그리고 얼굴 홍반이 깨끗하게 없어졌습니다. 이번 건이 아주 고비였던 것을 아는 따님한테 감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처음엔 필자도 평소에 약간의 신부전기는 있는 분이라 복약한지 반년이나 지났으니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으나 이렇게 혈뇨가 많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는 아무래도 할머니의 설명이 뭔가 부족한 것 같고 그 사이에 어떤 사건이 있었을 것이란 추론을 하고 그 부분을 정확하게 알고 싶었습니다.

2차 투약
몸이 편해지시자 무리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다시 여행도 다니시고 평소에 늘 하시던 운동도 가볍게 하십니다. 그러나 보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 2차 복약을 위해 내원하셨습니다.

이 때 신장상태를(CVA) 타진해보니 전에 비해 통증은 없고 조금 뻐근하다고만 하십니다. 복약을 지속하면 이 부분도 없어질 것입니다. 한편 신장에 죽은 피가 몰려 있었다면 죽은 피를 분해하는 장기인 간이나 비장에도 죽은피가 몰려 있을 것임은 당연할 것입니다. 이 부분 역시 정상화 될 것입니다.

이런 병리를 설명하면서 묻기를 그런데 이런 출혈은 비록 아무리 콩이 체질에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콩을 많이 먹었다고 생기기는 어려운데 올초부터 무슨 일이 있었는 지를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답변은 긴 이야기였습니다만 간단히 요약합니다.

1) 올초부터 어깨가 너무 아팠다.( 이부분이 왜 쉽게 낫지 않는지를 설명드렸습니다. 참고로 자유게시판에서 오십견에 관한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 여기 저기 안되어서 한 달전에 사혈을 잘해서 용하다는 사이비 의료인한테 갔다. 왜냐하면 옛날에도 아프면 사혈하면 몸이 나은 경험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사혈 할 때는 한의사들과는 달리 아주 살 속 깊이 찌른다. 그러면 금방 났는다. 어깨 쪽 두군데, 앞 가슴쪽 어깨부위 한 군데 사혈하는데 그렇게 세 번인가를 시술을 받았는데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어깨 쪽 가슴이 너무 아팠다. 나으려니 했는데 시일이 지나도 낫지않고 점점 더 심해져 이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양약을 사다 먹었다. 양약을 먹고 2-3일 후에 바로 얼굴과 전신이 붓고 피부가 붉어졌다.
는 내용입니다.  

간단히 윗 내용이 의미하는 바를 정리합니다.

첫째, 바로 이런 것이 사이비에 의한 무서움입니다. 어떤 생리나 병리를 생각하지 않고 사혈을 위해 깊이 찌르면 찌를 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깊이 지르기 위해서는 침이 두꺼워져야 합니다. 즉 손상 범위가 크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쉽게 나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극이 강하면 그 만큼 내 몸에서 그 자극에 대한 저항력도 커지게 되므로 그 정항력이 바로 치료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러다가 신경이나 혈관에 손상을 주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의사들이 함부로 침을 깊이 찌르지 않는 것입니다. 가볍게 찔러도 경락의 흐름을 잘 이용하면 충분히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바로 지금과 같은 경우가 그런 것입니다. 해부학적인 지식이 없는 사이비가 앞 가슴 쪽 어깨 부위에 사혈을 깊이 하다보니 아마도 쇄골하정맥이나 쇄골하 동맥을 손상시켜 살속에서 출혈이 지속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쇄골하 동점맥은 큰 혈관이므로 출혈이 지속되면 바로 염증이 생기고 통증도 생기게 됩니다.

둘째, 혈관 밖으로 나온 피는 주위의 여러 세포에서 (아마도 중력의 영향으로 유방쪽으로 스며들고 그리고 복부 전체로 퍼져나갔을 것임) 흡수하게 됩니다. 즉 몸에서는 비상이 걸린 것입니다. 출혈이 적었다면 별 문제 없이 지나갔을 텐데 이미 출혈량이 많았고 통증이 지속된 것으로 보아 미세한 출혈은 며칠 동안 지속되엇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죽은 피를 가장 쉽게 내보낼 수 신장에 몰려 들었고 평소에 신장이 약했던 이분은 바로 바로 소변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죽은 피가 신장에 몰려 있게 된 것입니다. (참고로 양약에 의한 신장 손상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출혈을 야기할 정도는 결코 되지 못함.) 

한약이 들어가 신장의 기와 혈을 소통시켜주자 신장내부에 몰려 있던 죽은 피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왔고 한번 나오자 바로 소변이 정상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이 때 만일 한약투여로 치료가 며칠만 늦었어도 아마 신장내에 죽은피가 침착되어 심각한 만성신부전으로 굳어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정말 운이 좋은 사례였습니다.

현재 투약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