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때되면 오는 손님 - 초여름 몸살
사람의 체질은 마치 자동차의 모델과 같아 병증이 나타나는 양상이 일정한 방향이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가족력을 보면 그 구체적인 양상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나타나는 시기도 종종 비슷한 경향을 띄웁니다. 나이가 들어서 나타나는 큰 시기도 있지만 매년 나타나는 작은 시기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 작은 시기 가운데 늦봄이나 초여름에 나타나는 감기 몸살에 관해 정리해봅시다.
1. 왜 계절에 따라 감기 몸살 증상이 나타날까요?
일반적으로 감기는 유행성이거나 혹은 추울 때 혹은 피로할 때에 나타납니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 매년 비슷한 시기에 보통 유행성독감이나 일반적인 감기보다는 유별나게 고열을 동반하고 온 몸이 아픈 증상을 갖는 심한 몸살을 겪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 증상은 환절기인 가을이나 봄철에 많은데 가을 보다는 늦봄이나 초여름에 더 많이 그리고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해가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가게 되면 몸의 모든 세포의 활동성과 활동량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에 비해서 이미 겨울이란 환경에 익숙해진 몸은 아직은 기의 소모(활동성/활동량의 증가)에 따른 탁기의 배출의 속도나 량 그리고 종기를 만들어 내는 생산량의 부족으로 정기( 보유하고있는 에너지 량, 때로는 요즘 흔하게 면역력이란 말과 동의어)의 불균형이 생겨납니다. 즉 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에서 괴리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 괴리는 정기의 손상인데 이것이 조금씩 쌓이게 되면 초기에는 약간의 불균형은 정기로 벌충하게 되지만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쌓이게 되면 결국은 비상사태를 선언하게 됩니다.
해가 길어지고 날이 따뜻해지는 시기는 이미 2월부터이지만 이 괴리가 쌓이는 시간을 감안하면 결국은 그런 비상사태는 빠르면 4,5월 늦으면 6월에 나타납니다.
비상사태란 정상화를 위하여 비상적인 조치를 하는 것으로
1) 기의 소모를 줄이려 하고 -> ( ) 못하게 하고
2) 탁기를 배출하고 -> ( )을 내고
3) 기의 생산체계를 바로하기 위해서 -> ( ) 기관을 한단계 높은 수위를 유지하게 됩니다.
( ) 안은 윗글에서 단어를 골라서 메꾸어 보시기 바랍니다. 집중해서 읽어보면 답은 쉬울 것입니다.
비록 답은 쉽게 말할순 있지만 그러나 그 의미는 매우 깊습니다. 아마 답은 쉽게 연결할 수는 있어도 그 의미를 현실에서 응용하기는 내공이 깊지 않으면 어려울 것입니다.
2. 이런 증상을 갖게되는 체질적인 특징은 어떨까요?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바로 몸의 구조적 기전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특징은 체질적인 특징입니다. 따라서 연례행사처럼 오는 이런한 증상은 특정한 사람들한테만 나타나게 됩니다. 그 사람들의 체질적인 특징을 알아봅시다.
1) 정기(요즘 비슷한 말로 면역력, 그러나 동의어는 아님)의 량이 적은 사람, 대체로 마른 사람
2) 속열이 많은 사람들, 즉 간기가 센 사람들로 열을 쉽게 받는 사람들
3) 그러나 음분(陰分)은 적어야 함. 따라서 간혈은 허한 사람들로 지구력이 없는 사람들
4) 심폐가 약해서 순환이 느린 사람들로 찜방에 들어가면 쉽게 얼굴이 붉어지거나 답답해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상의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후천적으로
5) 그외 만성피로로 이미 1)-4)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사람들도 그러할 것입니다.
3. 심한 몸살감기에 치료는 어떻게 하는 것이 합리적일까요?
사실 모든 감기가 그렇듯이 이런 경우에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쉬고, 영양공급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고열이 나고 온 몸이 늘어지고 아프면 겁이 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치료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방법은 양방치료 즉, 해열제 진통제 소화제 거담제 소염제 혹은 항생제로 구성된 양약치료는 권하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필자가 한의사니까 이렇게 말한다고 비난받을 수는 있습니다만 그러나 그런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양약치료를 피하라고 말하는 이유는 있습니다. 그 이유를 들어보시고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부분입니다.
그 이유는 위에 나열한 양약은 즉효는 있지만 그러나 증상을 억제하는 약일 뿐이지 병증의 근본적인 원인, 즉 정기의 허함을 메꾸어주거나 혹은 몸의 대응력을 높여주는 약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휴식과 영양공급 외에 치료해줄 수 있는 방법은 한약이 거의 유일합니다.
한약은 그 사람의 몸 전체를 변증하여 개인별로 맞춤처방(변증시치)이 필요합니다.
그 맞춤처방에는 위에 나열한 병리를 생각해보면 소간보간제와 거습담지제가 아마도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4.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든 예방이 그렇듯이 예방이란 말이 쉽고 생각도 쉽습니다만 그러나 실천은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실천은 꾸준해야 하고 늘 깨어있어야 하는데 세상살이는 반대로 즉흥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또한 깨어있음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경험을 통하여 매년 연례행사처럼 초여름 전후로 독한 몸살감기가 온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면( 본인이나 부모가 ) 계절을 찬양하는 분위기를 보면 한편으로 음양을 생각하여 자신의 몸을 돌보아야 할 것입니다. 마치 흰눈이 내리면 이쁘게 보여도 나중에 눈치우는 것을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이런 것이 지나치면 문제지만 적절하면 균형있는 시각을 갖추게 해주기도 합니다.
즉 날씨가 더워지고 해가 말고 나뭇잎이 한참 푸르러 가면 그런 분위기를 즐기되 우선 잠을 많이 자고 음식을 조절하고 생각이나 사람들과의 어울림을 조금 줄여서 정기의 손실을 막아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간기가 강한 사람은 이것이 억제가 안됩니다.). 그러면 반드시 그냥 지나갑니다. 설사 몸살감기를 만나도 가볍게 지나갑니다. 이 부분은 실천을 통해서 각자가 입증하고 인식할 수 밖에 없습니다.
5. 사례를 통한 공부
이미 경험한 분들이 많아 따로 사례를 들어서 들여다 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만 혹시나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사례를 하나 듭니다.
어린이 집에 다니는 아이가 정말 날씨 최고라고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좋아할 시기에 감기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전부 4일 정도 지속되었습니다. 낮에는 38도 근처 밤에 39-40도의 열이 납니다만 그러나 아이는 늘 추워합니다.(바로 이 부분에서 양의사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병리가 들어 있습니다. 왜 열이 그리 나는데 추워할까 하는 이유죠. )
그러나 엄마는 오랜 경험을 통해서 아이는 늘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아프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또한 이런 경우에 병원에 가면 아이는 더 힘들어 진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이 정도 내공이 쌓이려면 공부를 오래 했다는 뜻입니다. 책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요.). 열이 40도가 넘어갈 때는 주위의 어른들이 얼른 큰 병원에 보내야 한다는 압력을 받았지만 현명한 엄마는 감기 몸살이외에 오장에 나타나는 특별한 증상이 없기에(물론 하라비와 상담을 통해서지만...) 한약 보험약과 냉장고의 야채로 아이의 병증을 다스렸습니다.(지방이라 적절한 약처방을 할 수가 없어서 갖고 있는 상비약을 활용하고 야채로 부족분을 메우는 처방) 때로는 40도가 넘어가는 열이 났습니다만 3일째 되는 날 아이가 심하게 냄새나는 변을 보고나서부터는 열이 떨어지기 시작하여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열이 40도를 넘어 갔음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하라비의 조언에 따라 양방병원에 가지 않았던 이유는 병리를 잘 이해해서 그런것이라기 보다는 엄마는 아이가 간기는 강하고 간혈은 약하여 나타나는 증상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열이 나도 아이는 아무런 증상이(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합니다.) 없었기에 아이의 몸이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한번 이렇게 큰 몸살을 겪으면 가을까지는 아무런 문제없이 잘 지나갑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것은 몸에서 이렇게 병증이 나타나면 때로는 그런 병증이 몸을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입니다. 육아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한 엄마들이 종종 아이가 조금만 이상하면 바로 양약을 먹이는것은 오히려 아이의 건강을 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