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다는 말의 깊이
우리는 흔히 뭔가 힘들여 다하면 애를 썼다라고 합니다.
애를 쓴 다는 말에는 정상적인 노력보다는 더 많은 노력 - 즉 자신이 평소에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모든 기운을 짜내어 노력하는 모습이 나올 때 애를 쓴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말인 애란 내장을 듯합니다.
예컨대 애를 끓는다, 애를 끊는다, 애간장을 태운다, 혹은 홍어애탕 등에서 보듯이 애란 내장을 뜻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내장중에서 주로 힘을 만들어 내는 장부인 심 간 위장 정도를 뜻할 것입니다. 힘을 내보내는 장부인 폐 신 혹은 대장등은 보통 막힌다 혹은 샌다 라는 뜻을 가진 말을 쓸 것입니다.
결국 애쓴다라는 말은 내장을 평소보다 더 많이 쓴다라는 표현인데 그 생리적인 의미는
1. 평소의 수준으로는 일을 원하는대로 끌어갈 수 없으니 더 높은 수준의 힘을 내기 위해 내장을 항진시킨다는 뜻이고
2. 내장을 항진시킨다는 말은 결과적으로 정(精)을 소모시키는 생리이고
3. 이 항진시간이 길어지거나 항진의 강도가 높아지면 결국은 정기를 다 소모해서 탈진되거나 혹은 죽음에 이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애를 쓰고난 다음에는 반드시 쉬어서 정기를 보해주어야 합니다.
4. 그리고 이 말이 상용화된 이유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옛 사람들의 생리인식입니다.
그것은 바로 에너지의 근원은 근육이나 머리가 아니라 바로 오장이라는 기본의학지식이 생활 속에 그대로 반영된 점입니다.
그에 비하여 요즘 사람들은 힘의 근원이 몸의 근육인 줄 잘 못 알고 있는 듯합니다.
요즘 사람들의 논리에 따르면 운동을 해서 근육이 강해지면 몸 전체가 튼실해지고 기운이 더 난다는 것인데
이런 논리는 본질을 잊은 것 입니다. 근육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역시 오장입니다.
따라서 운동도 오장의 균형을 잡아놓고 난 다음에 할 것인데 몸이 아프다고 하면 무조건 운동하면 낫는다는 허무맹랑한 말에 솔깃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답답하긴 합니다.
참고로 애쓰다라는 말과 비슷한 것으로 용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로 물리적인 힘을 쓸때 용쓰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그 때 용이란 특정한 사물을 지칭하는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필자의 추정으로는 한꺼번에 힘쓸 때 근육전체를 긴장시켜야 하는데 그 때 나오는 힘쓰는 소리 "응" 이라는 소리가 순환된 의성어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샘에서 솟아오른 모습을 한자로 용(湧)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마치 힘이 솟아오르는 모양과 비슷하니 이 말에서 나왔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만 대중한테 쓰인다는 면에서 이는 확률이 적어보입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