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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하니까... 라는 표현의 생리적인 해설

강남할아버지한의원 2017. 11. 14. 17:30

주위에서 흔하게 듣는 말 가운데 젊어 고생해서 이제 살만해지니까 병이 났다거나 혹은 죽는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듣기에 따라 어감이 다르겠지만 대체로 팔자가 기구하다는 동정의 뜻이 들어있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고생이 끝났으니 맘과 몸이 편해야 정상인데 오히려 몸에 병이 깊어가니 마치 되는 일이 없는 사람이라는 감성적인 평가가 안타까운 상황을 듣기 좋은 팔자라는 범주에 넣어버리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팔자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이런 경우는 팔자라기 보다는 자기관리에 대해 소홀했던 면이 주요한 이유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젊어서부터 줄 곧 고생해서 사회경제적인 안정을 잡아가는 경우는 대부분이 요즘 말로 흙수저 출신이 많을 겁니다. 비록 흙수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배경이 자신의 성취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결국은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다받쳐야 이루어지는 사업이라면 역시 같은 경우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1) 고생의 강도가 심하고
2) 오랜 시간을 그렇게 보내야 하고
3) 중간에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와 쉼이 없었다는 전제가 들어 있다면

비록 세월이 가면서 돈이나 성취는 더해가겠지만 그러나 무엇보다 몸은 서서히 망가져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종종 이런 상황하에 놓여 있는 분들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 매우 자신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몸을 혹사시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문제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사명감과 만족감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런한 노쇠현상은 어떤 임계치를 넘어가지 않으면 늘 하는 양방검사에도 나타나지 않으니 스스로 강하다고 인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겁니다.

그러다 이제는 되었다라고 안심하는 순간부터 몸은 마치 마라톤 결승선을 지났을 때처럼 긴장이 풀어지면서 그 동안 진행되어 왔던( 그러나 무시되어 왔던) 증상을 호소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몸의 피로는 마치 마라톤과 비슷하게 그 동안 쭉 쌓여왔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긴장을 푸니 한꺼 번에 자신을 돌보아 달라고 호소하는 것입니다.

만일 긴장이 풀려서 그렇다면 긴장을 계속 유지한다면 병증이 오지 않을까요?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긴장을 풀지 않으면 극한대까지 몸은 움직일 수 있는데 대신 임계치를 넘어가는 한 순간에 심장이 정지하게 될 것입니다. 마치 고무줄을 계속 늘려나가면 툭 끊어지는 것 처럼요. 즉 긴장을 풀지 않으면 더 빨리 고통을 당할 것이란 뜻입니다.

결국 쉼없는 일과 성취로 인한 결과는 마치 자신이 타고다니는 차를 한번도 정비하지 않고 다닌 것과 다름없는 것입니다.
예방정비 없는 차운행은 결과를 보지 않아도 뻔한 것이죠.

삶이란 타고날 때의 배경에 따라 그리고 살아가면서 매 순간의 선택에 따라 삶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누구나 바라는 것처럼 오래살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은 상당부분이 개인의 지혜와 선택에 따라 달라집니다. 즉 남들로부터 위와 같은 동정어린 말을 듣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적절하게 쉬고 스스로의 건강을 다스려야 합니다.

사실 임상에서 위와 같은 경우의 분들을 종종 보게됩니다. 문제는 그런 분들의 증상은
1) 너무 오래되어서 오장의 구조적인 허손이나 불균형이 심하고 그에 따라 치료기간도 오래 걸리게 되고
2) 이제는 다 이루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오래 된 습기는 - 너무 돈을 아끼려는 - 버리지 못하여 장기적인 치료를 포기하고 의욕이 상실한 채로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다행히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나이든 분들에 비해 그런 집착에서는 벗어난 듯 보입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내 몸 아끼고 내 즐거움 찾아가면서 가겠다는 것이죠. 필자는 이 부분에 젊은이들의 편을 듭니다.
어떤 경우가 더 합리적이고 더 바람직한지는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택시운행자가 택시의 예방정비는 안하고 하루 종일 손님만 태우겠다고 한다면 그건 분명히 위험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