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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은 음양으로 분류할 수 없는 이유와 잘못된 관습

강남할아버지한의원 2018. 7. 11. 14:41

우리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전통이 전부 합리적인 면만 있지는 않습니다.
전통이 처음에 안착할 때는 어떤 합리적인 필요에 의해 탄생은 됩니다만 그러나 이어지고 퍼지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습관과 생각이 첨삭되면서 나중에는 엉뚱한 불합리를 만들어 낸 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가까운 예를 들면 ( 아직 전통으로 안착된 것은 아닙니다만 ) 한약을 먹을 때 밀가루 음식이나 돼지고기를 먹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나 혹은 믿음도 그런 것입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말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말인지 알 수 있습니다. 예컨대 우리보다 한약을 더 많이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주식에 가까운 음식은 밀가루와 돼지고기인데 만일 한약을 먹을 때 그런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중국에서 한약이 보편화 될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종 문의를 받는 내용이 왜 돼지고기와 밀가루를 먹어도 좋다고 하냐는 것입니다. 잘못된 인식이 한번 대중화되면 바꾸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을 실감하는 사례입니다. ( 밀가루 돼지고기에 금기에 대한 이야기는 책 "생활에 기미" 에 상세히 설명하였습니다.)

이 보다 확실한 전통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제사상 차림입니다.
제사상의 의례에 관한 과정은 생략하고 어떻게 전통이 불합리화 되는지에 대한 과정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종종 눈에 보이는 제사상 차림가운데 밥과 국의 자리를 바꾸어 놓는 관습이 있습니다. 전통을 존경하는 집안일 수록 이런 형식에 엄격하죠. 그런데 좌우를 바꾸어 놓는 이유가 문제 입니다. 필자가 원전을 확인해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이유는 이승은 양인데 귀신이 있는 저승은 음이기 때문에 밥과 국을 바꾸어 놓아야 음양의 이치에 합당하다고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말이 안되는 이유이고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유입니다.<br />

한의학에서 이와 같이 음양이 바꾸어야 한다는 논거를 제공해 주는 의서가 있습니다.

명대의 유명한 유의 (유학자이면서 동시에 의자인) 장경악이 말하기를 생체는 양이니 혼백은 음이라고 말한 것이 기억납니다. (전거는 불필요해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그 말을 읽는 순간 이 분은 유의라고 대대로 받들여지지만 그러나 이런 말을 할 정도면 의학내지는 생명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생체는 양, 귀신은 음이란 이분법적인 인식방법을 마구잡이로 적용해낸 결과에서 나온 것입니다.
음양을 말할 때는 기의 흐름을 기준으로 해야하는데 이 분은 외람됩니다만 이러한 기본 중의 기본을 망각한 것입니다. 그냥 육체와 혼백은 맞상대되는 개념이니까 음양으로 나누어 본 것입니다. 그런데 음양을 가르기 위한 기본전제는 동질성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남자와 여자 하면 같은 생체가 동질성이고 다만 평소의 기흐름이 남자가 더 활발하니 여자를 음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귀신과 생체는 동질성이 없습니다. 기 흐름으로 보면 귀신은 맘대로 시공을 추월하니 더 활발합니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오히려 귀신이 양이고 생체는 음이어야 합니다.
이런 오류는 바로 음양이론은 공식화 한것을 그대로 암기해 생각없이 응용하는 사례를 그대로 보여준 것입니다.

자, 그럼 한의학의 원전 중의 원전인 황제내경으로 돌아가 이에 대해 확인해 보겠습니다.

어느 장(章)에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으나 분명한 구절이 있습니다.
음양불측위지신 ( 陰陽不測爲之神 )이라고 필자가 원문까지 기억합니다. 즉 귀신은 음양으로 헤아릴 대상이 아니란 것이죠. 유의라는 사람이 내경의 이 유명한 구절을 읽지 않을 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본질을 꿰뚫지 못했기 때문에 그 시대의 풍조에 휩쓸려 귀신은 음, 산 사람은 양이라고 규정하여 나름대로는 내경의 오류를 지적질한 것입니다. 지적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생각하고 난 다음에 오류여부를 판단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치를 궁구하지 않고 그 시대에 퍼져있는 유행되고 세뇌된 공식으로 적용시키려는 시도는 그야말로 선무당이 사람잡는 이야기 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무지는 이후에 죽 내려와서 귀신은 음이라고 마치 전통화됩니다.
그런데 귀신은 사람의 영혼백인데 이는 시공이 없는 마음의 영역이라 음양이 생기기 전의 상태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사상의 밥과 국도 음양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인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은 가장 먼저 그런 전통이 왜 생겼는지에 대한 편견없는, 그리고 가장 자연스러운 마음에서 바라보게 되면 가치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형식에 관해서는 그런 마음에서 시키는대로 따라가면 됩니다. 즉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합리적이란 말입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아직도 우리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남들이 알려준 일정한 공식 안에서 다투는 현실이 안타가운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 끝 -

 

[출처] 강남할아버지한의원(www.harabiclin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