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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교양은 병을 만들어냅니다.

강남할아버지한의원 2019. 7. 11. 16:05

필자가 언젠가 이야기한 적이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가깝지는 않고 그렇다고 만나면 목례만 하고 지나칠 수는 없는 정도의 지인과 이야기하다 보면 특이한 감성이 두 개가 남았었습니다. 즉 저분은 충분히 출세할 수 있겠다는 감탄과 부러움이 하나요 나머지는 그분과의 대화를 끝내고 나면 그분과 무슨 내용으로 이야기했는지 생각나는 게 없었다는 것이 그 둘입니다.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냥 보이는 대로 그리고 그것도 단어가 생각이 안 나면 대충 비슷해 보이는 단어로 급하게 말해버리는 필자로서는 종종 본의 아니게 사람들로부터 오해도 사게 되는데 그분은 배려 깊은 태도와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는 능력이 탁월하여 언제나 주위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니 그런 능력이 부럽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그분과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빈틈없는 대화의 태도나 세상사에 대한 넓은 정보에 대한 감탄으로 필자 스스로 초라해지는 느낌조차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화 당시에는 그런 분위기인데 막상 헤어져서 당시 어떤 말을 했는지 복기해보면 막상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는 것이 희한합니다. 분명히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필자는 속 좁게 이런 말을 한 것 같은데 그분은 무슨 말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처음엔 필자가 너무 분위기에 위축되어서 그런가 했는데 이후에도 그런 기회가 있어서 신경을 써보니 그분의 특이한 대화 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특이한 대화 습관이란 남이 말하면 적절하게 부추겨주어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주제에 대해 이런 말 저런 말들이 있다고 나열해주는 친절감과 넓은 지식 배경도 보입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자신의 의견이 없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닫게 된 것입니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분위기를 완전히 지배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끝내 보이지 않고 좋은 이미지만 남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대화의 태도는 훌륭하지만 그러나 본인은 힘들게 살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흘러 그분은 암수술을 하게 됩니다. 수술 부위도 마음 활동과 관련된 부위였습니다.

사실 비슷한 예는 주위에서 너무도 흔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는 상황은 늘 있는 일입니다.
그때마다 자신의 감성을 억누르도록 훈련된 사람들은 남들로부터 교양 있다는 말을 들을 수는 있어도 자신의 속이 후련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일상은 합리적인 사고는 잠깐이고 대부분은 감성적인 표현입니다. 따라서 이미 도인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사람이라면 감성이 교차되는 순간에 자신의 감성이 손상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그때마다 과잉으로 감성을 표출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교양으로 치장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교양으로 치장한다는 것은 결국은 자신의 감성을 억누른다는 뜻이니 감성이란 기운이 뻗쳐 나오는 것을 억누르게 되면 첫째는 참았다 한꺼번에 통제가 안되게 표출되는 경우와 둘째는 그대로 그 기운이 굳어져 돌이 된다는 것입니다. 전자는 요즘 말로 충동조절장애라고 부르나 봅니다. 후자는 그냥 암이죠.
둘 다 치명적입니다. 전자는 남한테 후자는 본인과 그리고 결과적으로 가족한테 그렇습니다.

필자가 종종 생활섭생을 말할 때 간열은 높은데 심폐가 약해서 발산하지 못하거나 혹은 발산 자체를 기피하는 분들한테 노래방에 가시라고 합니다. 즉 자신의 감성을 편하게 발산시켜보라는 것이죠. 아니면 노래방 분위기 자체가 싫으시면 큰 소리로 기도문을 읽어보시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소리를 크게 내는 것은 자신의 감성을 발산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체간의 뭉쳐잇던 기운을 풀어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사람이 나이가 들면 교양도 지식도 계층도 추억도 그리고 심지어 돈 쓸 일도 다 삭아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냥 체신머리 없게 전국노래자랑에 박수도 치고 가요무대도 보시고 그리고 애들이 느끼는 사소한 일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감성이 좋습니다. 물론 채소밭에서 밭 매는 즐거움이 있다면 그건 더 좋구요.

자신의 사춘기 때에 물든 혹은 전시대의 이상적인 체제에 물든 가치체계 안에서 살면 우아해 보이기는 합니다만 그러나 삶의 이유인 영적인 진화와는 별로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편하게 살아가는 자세를 권하고 싶습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