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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부실한 노인들을 위한 요리

강남할아버지한의원 2020. 6. 4. 15:31
대가족이 밥을 먹을 때면 아기들은 보호를 받습니다. 밥을 먹는 운동이 매끄럽지 못하고 또한 딱딱하거나 뜨거운 음식은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덩어리가 크거나 딱딱한 음식이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도 아기는 이쁜지라 같은 밥상에서 번거롭게 먹여주는 것을 누구도 성가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나이 든 분이 밥을 먹을 때는 약간의 배려는 있지만 아기들만큼은 아닙니다. 물론 아기들이야 음식에 대해 혹은 음식 삼키기에 불편한 것을 잘 모를 뿐만 아니라 밥 먹는 모습이 이쁘기만 하니 당연히 신경이 더 쓰입니다. 그에 반해 노인들은 음식 종류에 관한 대접 외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됩니다. 왜냐하면 치매 등의 병력이 없다면 충분히 분별력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나이 든 분의 문제는 이가 약하거나 이미 없어졌거나 소화기관이 약하다는 것에서 생깁니다.
아무리 의치와 임플란트와 틀니가 발달해도 여전히 타고난 자신의 이와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체로 씹는 운동의 민활함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잇몸에 가해지는 압력 때문에 은근한 통증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젊은 식구들은 그런 불편함을 체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인들은 식구들과 같이 밥을 먹을 때에도 깊은 맛을 느낄 수도 없이 혀 운동으로 대충대충 넘기게 됩니다. 때로는 씹지도 못하고 넘길 때도 있고요.

필자 역시 노인이라 이런 불편함을 - 그러나 어쩔 수 없고 동시에 식구들한테 말하기도 거시기한 - 갖고 매일 밥을 먹습니다. 그러다 보니 단단하거나 밀도가 높은 음식 종류를 피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음식 준비하는 사람들을 신경 쓰게 만들게 되고 그렇다고 외식은 더욱 반갑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밥을 같이 먹을 때는 이로 씹어서 나오는 맛을 음미하지는 못하고 몇 번 씹는 운동을 살짝만 하고 그냥 삼키게 됩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만 그러다 보니 같이 밥을 먹을 때 예전과는 달리 같이 먹는 사람들과 시간 맞추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노인들을 위한 (정확히는 이가 약하거나 없는 분들을 위한) 요리법을 다음과 같이 다양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식단은 고정한 상태에서 그 식단에 들어가는 요리의 대부분을 잘게 부수어 마치 햄처럼 만든다는 것입니다.
첫째 이렇게 하면 혀로만 움직여도 음식은 부서지고 소화액과 섞이게 됩니다.
둘째 밥상 위에 나열하는 음식은 요리사의 개성과 기술이 필요할 것입니다.
셋째 이런 응용을 공식화시킨다면 다양한 나이대의 회식자리에서도 노인들이 무엇을 먹을까? 하고 상을 살피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것이고 주방에서는 요리와 동반되는 다른 시간도( 단순하므로) 절약될 것입니다.
넷째 요즘 배달음식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뒤처리가 깨끗한 음식은 김밥 말고도 여러 종류의 식단이 개발될 것입니다.

이런 음식문화를 만들어가는 데에는 노인 비율이 높아지면서 점차 여러 방법이 개발될 것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가 부실하거나 소화기가 부실한 사람들이 주위 사람들한테 눈치 받지 않고 같이 밥을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혹여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 식당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식단에 노인 특식으로 이런 유의 요리를 개발하시기를 기다려봅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