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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복용 중에 술을 마시면 안되느냐에 답변 - 몸 상태와 처방에 따라다릅니다.

강남할아버지한의원 2007. 5. 2. 16:07
 

한약과 술


한약을 먹는 기간 동안 술을 먹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늘 그런 것은 아닌데도 사람들은 하나의 상식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술을 먹어도 좋은지 안 먹어야 하는지는 한약처방에 따라 다르고 그 환자의 몸 상태에 따라 다르니 일률적으로 말하는 것은 잘 못된 상식을 퍼뜨리게 되고 나아가서는 한방에 대한 잘 못된 선입관을 심어 주게 됩니다. 마치 한약 먹으면 살이 찐다는 잘 못된 믿음처럼 말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가까운 역사를 잠시 훑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약이 일반대중들이 복용하게 된 시기- 즉 대중화된 시기는 20세기였습니다. 그 전에는 일부 부나 권력을 가진 자들만이 복용할 수 있었고 일반대중은 큰 병이 났을 때야 비로소 개인적으로 돈을 들이든가 혹은 정부에서 행하는 의료사업의 혜택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실제로는 지방이나 외진 곳에서는 그저 동네에서 구할 수 있는 약초 한두 가지로 삶아먹어서 나으면 좋고 못 나으면 말고 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소위 민방(民方)이란 무분별한 처방이 나돌게 되었습니다. 예컨대 감기에 배 속에 꿀을 넣고 다려먹으라는 식의 처방입니다. 이런 막가파식 처방에는 그 환자의 몸의 상태가 전혀 고려될 수가 없기 때문에 소문과는 대부분의 경우는 부작용을 심하게 겪습니다.


20세기는 인구가 늘고 문물이 늘고 정보도 늘어난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는 일본의 영향력이 컸으므로 의료사업을 돌아보는 면에서도 우선 일본에서 어떻게 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편할 것입니다. 일본은 일찍이 난학(네델란드 학문이란 뜻으로 서구학문을 말함)이 발달하여 서구의 의학을 접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나중에 일본이 근대화되기 시작한 씨앗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의학은 전통한의학(황한의학이라고 부릅니다)과 양의학이 병존하게 되었는데 정부에서 어느 의학을 정통으로 인정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다가 드디어는 공개적인 치료실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각기병을 양한방이 동시에 치료하게 하였는데 결과는 한방의 완승이었습니다. 그러자 군부에서 반발하였습니다. 즉 전쟁하는데는 양방의 항생제와 수술이 더 중요하였으므로 결국에는 양방의 손을 들어주게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조선에서도 그대로 양방이 공식의료가 되었는데 문제는 양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였으므로 한의사나 혹은 한의사아래서 일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의생이란 면허증을 주고 일차적인 치료를 담당하게 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한의사의 수도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한의사의 질도 급격하게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수요가 는 까닭에 한의사로서의 영업환경은 그런대로 다른 분야에 비하여 좋았습니다.  여기서부터 각종 잘 못된 상식과 의료사기술과 한방에 대한 허상이 생겨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의료업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여 왔기 때문에 당연히 사기술도 어느 분야보다도 가장 잘 발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뿐 아니라 지금도 그러합니다. 가까운 예를 들면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서도 방송되었듯이 발을 담그면 노폐물이 쑥쑥 빠져 나온다는 기계가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것이라는 것은 몸의 생리를 알면 말조차 성립이 안 되는 사기였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많이 속았습니다. 양방병원과 한방병원 그리고 양의원 한의원 기타 유사한 업자들이 환자들을 속인 것입니다. 이렇듯 한방에서도 예전에 소위 명의라는 사람들의 진정한 실력은 가려져왔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애매한 동양철학으로 포장을 하여 자신의 본 모습을 안게 속에 갇히게 만든 것입니다. (그렇다고 동양철학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시대 나온 얘기들이 한약을 먹을 때의 각종 금기사항입니다. 문제는 금기사항을 이야기 해줄 때는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제대로 설명하는 한의사를 만나기는 참으로 어려웠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위에서 말한대로 형식적인 한의사는 늘었지만 그에 맞게 개개인의 한의학 공력이 높아질 수 없었기 때문에 옆 사람이 이렇다고 하면 생각도 없이 그리고 생각할 공력도 안되니 너도 나도 따라서 그렇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따라서 각종 금기사항을 붙여놓은 배경에는 얄팍한 상술이 언제나 있어왔습니다.



오늘은 한약 먹을 때 술 먹지 말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약을 먹을 때는 술을 먹을 수도 있고 술을 먹지 말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복약 중의 금기사항은 한약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환자의 몸 상태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입니다. 몸 상태에 따라 술과 함께 복용하는 한방처방도 많고 술을 피하게 하는 처방도 잇습니다.


우선 술의 기미를 알아보겠습니다.

술은 기분 혈분 정분에 바로 들어가고 뜨겁습니다. 따라서 기운을 바로 내게 하고 피를 빨리 돌게 하고 정분의 기화를 빨리하게 합니다.


그런데 그 환자의 몸 상태가 열이 있고 순환이 지나치다면 술의 기미와 탕약의 기미가 합해지니 더욱 열이 나고 순환이 가빠질 것입니다. 그런 상태라면 술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상태의 환자라면 술 뿐 아니라 커피나 쵸코렛도 당연히 피해야 합니다.


그러나 만일 몸의 기운이 쳐져있고 속이 냉하고 순환력이 떨어져 있다면 한약을 복용한 후에 적당한 술이 오히려 몸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므로 한약을 복용한 후에는 술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 일률적으로 말하는 것은 이치에 닫지 않습니다.


만일 현재 복용중인 처방이 몸의 열을 돋우고 순환을 빠르게 하는 처방이라면 이 때 술이 더하면 열이나 순환이 지나칠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이 때는 당연히 술과 처방을 동시에 복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만일 중요한 자리가 있어 술을 마셔야 한다면 술을 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왜냐하면 그 술이 몸에 심각하게 영향을 줄 정도라면 물론 피해야 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단 술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옛 날에는 한약복용 자체가 큰 돈이 들어가는 일이었으므로 그 약성을 내 몸 안에서 오래 동안 보존하기 위하여 생활을(술자리) 포기하는 경우도 말이 되었습니다만 지금은 그 정도로 궁핍한 것이 아니므로 일단 생활을 하고 필요하면 다시 복약하면 됩니다. 오히려 술로 인하여 오장이 지치면 한약으로 빨리 다스려야 합니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일수록 오장을 편하게 하는 한약을 가까이 두어야합니다.

그렇다고 골프장에서 유통되는 공진단같이 일시적으로 힘을 내지만 나중에는 오장을 손상하는 것은 피하고 내 몸 상태에 맞는 처방을 받아야합니다.


생활의 기미 - 술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