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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요법의 기원과 그 위험성( I )

강남하라비한의원 2009. 3. 30. 16:13

피를 뽑거나 부항을 떠서 노폐물을 제거하면 몸이 낫는다는 믿음은 이미 너무도 넓고 깊게 퍼진 것 같습니다. 어제 저녁 우연히 TV를보는 중에 소위 민속의학이라는 - 개념이 조금 불명한 이름 아래 행해지는 의료행위를 보고 마침 생각이 나서 이글을 씁니다.

민간의학이란 무엇일까요?

모든 학문이 그렇듯이 의학이란 자체가 수 많은 사람들의 경험이 모이고 모여서 정보화 되고 거기에 체계라는 비교적 합리적인 설명도구가 만들어지면 학문이 만들어집니다. 학문이 되는 조건이 여러가지겠지만 하나의 이론이 생기면 그 이론으로 다른 사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귀납이 다시 연역의 근거가 되었을 때 학문으로서 인정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개개인의 경험은 매우 소중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개개인의 경험이 곧 다른 사람한테도 바로 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민간의학이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즉 어떤 개인의 경험이 곧 바로 일반화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선동적인 매스컴의 역할도 첨가됩니다.

소위 민간의학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민간의학을 시행하는 본인들은 자신의 오랜 노우하우에 자부심을 가지며 몇 가지 사례를 들어서 제도권에서 인정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그 가운데는 정말로 우리가 무엇인가를 얻어 내야 하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무분별하게 보이는 치료가운데 우연하게 의학도의 눈에 들어와 하나의 의학이론내지는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과학이 관찰에서 비롯하듯이 그것도 또한 하나의 실험이니까요. 그러나 거의 대부분은 소비자들이 정보의 부재에서 생기는 편견과  사이비 시술자들의 우물안 개구리식의 의료지식에 근거한 불합리한 치료법입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아봅시다.

민간요법과 정보의 편재

민간에서 내려오는 치료요법들은 거의가 한 동네를 벗어나지 못하고 전해 내려오다가 최근에 정보매체의 발달로 널리 퍼지게 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면 어떤 동네에서 특정한 질병에 대해 나름대로 노우하우를 가지게 된 동기가 무엇일까요? 여기에 공통된 특징은 누구나 시행하기 쉽고 돈이 들어가지 않는 요법들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이 부분이 민간요법을 널리 퍼지게 하는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습니다만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그 동네에서 그런 요법을 처음 시행한 사람은 어디에서 그런 요법을 가져왔을 것일까요?  차분하게 알아봅시다.

우선 옛날의 지식전달체계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책이 대량으로 발행되는 시대가 아닙니다. 지금 40대만 되어도 청계천에 수없이 줄지어진 헌 책방집을 기억할 것입니다. 7,80년대 까지만 해도 새책을 사는 것은 부담스런 돈을 지출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책 하나 나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구요. 하물며 조선시대나 그 이전 시대는 이야기 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책이 비교적 간행이 많이 된 것은 조선후기에 들어서부터 입니다. 그러나 그 때에도  책 하나를 발간하려면 거대한 돈이 들어갑니다. 더구나 그 책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데에도 종이가 충분하지 않으니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출판은 거의가 국가의 사업으로 행하였고 개인들이 책을 내고자 할 때는 그냥 손으로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 동네에서 책을 가진 사람은 지극히 소수였습니다. 의학서적의 예를 들자면 동의보감 한질을 제대로 갖고 있는 경우는 개인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따라서  한 동네( 큰 도가 될수도 있고 현이 될 수도 있고 세력가나 기타 요인에 따라 다를 것임.)에 책이 한질이 들어오면 대부분의 수요자들은 그 책을 빌려보는 것이 일반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쩌다 책을 빌려준 곳에서 사고가 나거나 관계가 좀 애매해지면 그 책은 그냥 빌린 사람의 집에서 후손에게 내려가면서 그 집안의 소유가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의서야 당시 사회적으로 상위 지배층이 아니었으므로(중인계층) 당연히 책을 소유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의사나 의사 지망생들은 동의보감같은 의서를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 일부만 여기 저기서 빌려보고 때로는 베끼고 하여 이 동네 저 동네에 조각난 의료정보가  퍼지게 됩니다. 그래도 큰 도시라면 관련자들이 정보를 그럭저럭 주고 받는 것이 있었을 것이지만 벽골이라면 그렇지 못했을 겁니다.

예컨대 배가 많이 나던 태릉골( 그 당시에 배가 많이 났는지는 모르지만 예컨대)이라면 그 당시에 제대로 공부한 의사가 돈없고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태릉골 사람들한테 이렇게 말해 주었을 것입니다.( 아래의 상상은 동의보감  서문에 나오는 이야기를 근거로 함)

"그렇지, 만일 감기가 들면 너희 동네에서 많이 나는 배에다 꿀을 넣고 다려 먹으면 나을 수도 있어."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그 동네 사람이 감기가 걸렸을 때 바로 이것을 시술합니다. 대부분이 낫지는 않지만 그 가운데 몇몇 사람은 신기하게 낫습니다. 그 때부터 이 처방은 그 동네의 비방이 되고 전설이 됩니다. 어느 날 이 동네에 온 방물장수가 이 이야기를 또 다시 옆 동네에 퍼뜨립니다.  옆 동네 사람이 다시 시술해 봅니다. 안 낫습니다. 나중에 그 방물장수한테 안낫는다고 말합니다. 방물장수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태릉골에 와서 세세히 묻습니다. 그리고 다시 말합니다. "아하  길동엄마 그 때 그걸 다리는데 물은 얼마큼 꿀은 어디 것 그리고 물은 동쪽 샘물에서 퍼와서 뽕나물 불로 다리야 하는데 바로 그렇게 했나 몰라 하며 별로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갖다 댑니다. 그 때부터는 이 설이 서서히 권위를 입게 됩니다. 내용보다도 절차가 더 중요시 하게 되고 점점 비밀스런 정보가 됩니다.

한편 또 다른 의사는 강원도 어디 사람들한테 말하기를
"감기 걸리면 그 동네에 많은 도라지를 다려 먹어보게나" 합니다. 그리고 태릉골과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저 남도에서는 생강이 많이 나니 생강하고 대추를 다려 먹어보라는 말을 듣습니다.
충청도 어디에서는 살구씨를 다려 먹어보라고 합니다.

이렇게 각 동네마다 비방이 만들어 집니다. 의료유식자한테는 돈없고 의료헤택을 받을 수 없는 궁향벽지 사람들한테 그 동네에서 나는 특산물을 이용하여 한번 해봐서 나으면 좋고 안나으면 말고 하는 식의 시혜하는 식의 단순한 정보가 무식자 한테는 그야말로 위대한 정보로 받아들여 집니다. 동의보감의 병증 해설의 맨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러한 특산물을 이용한 단방 처방이 줄줄이 붙어 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이제는 동의보감이나 기타 의료서적들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태가 되자 이러한 정보에 상술이 가미되면서 마치 중요한 의료정보 혹은 건강식품정보로 광고됩니다.

민간비방을 그대로 따르면 위험한 이유

위에 감기의 예를 들었으니 감기 얘기를 그대로 합니다.
첫째 감기의 증상은 다양합니다. 감기에 걸려도 어떤 때는 열이 나고 어떤 때는 맑은 콧물만 나고 어떤 때는 목이 아픕니다. 제반 증상으로 보아도 감기임에 틀림이 없는데 그 때 마다 증상은 다릅니다.(증상이 다른 것)
둘째 만일 두 아이가 감기에 걸렸는데 증상도 거의 비슷합니다. 그런데 한 아이는 평소에 늘 짜증을 잘내는 아이인데 비하여 한 아이는 신경쓰면 배아프다는 아이가 있습니다.(체질이 다른 것)
셋째 만일 형제가 감기에 걸렸는데 증상도 같고 타고난 체질도 같은데 형은 운동을 많이한 탓인지 체력이 좋고 동생은 공부만 해서 그런지 체력은 매우 약합니다.(후천적인 몸의 상태)
넷째 만일 형제가 감기에 걸렸는데 증상도 같고 체질도 같고 체력도 같은데 형은 따뜻한 사무실안에서 일을 하고 동생은 토목현장에서 일을 합니다.(섭생의 환경이 다른 것)

이런 경우 의학종류에 따라 처방이 어떻게 다를까요?
우선 양방은 증상에 따라 약이 정해집니다. 기침을 하면 기도확장제 열이 나면 해열제와 소염제 소화안되니 소화제 두통이 있으면 진통제 그리고 간혹 쉬라는 뜻에서 안정제등이 들어갑니다.

민간요법은 위에서 말한대로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배 도라지 꿀 생강 대추 무우씨 살구씨 등을 사용하거나 요즘은 엄마들이 스스로 의사가 되어 짬뽕하여 애들한테 먹입니다.

한방은 어떨까요?  한의사마다 다르겠지만 저라면 증상과 체질과 몸 상태와 섭생을 고려하여 비중을 정하고 그리고 그 사람이 감기로 인한 증상이 어떤 생리기전이 있는지 이해하고 그 다음에 처방을 설계합니다. 아마도 옛부터 제대로 공부한 한의사들도 그랬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방에서는 감기에 쓰는 처방이 널리 알려진 것만해도 5,60가지의 처방이있고 이것은 다시 수 백가지로 변형하여 한의사가 처방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의원에서 감기약을 미리 만들어 놓고 쓸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 - 감기의 개인별 병리기전이 다르것 - 때문입니다.

이렇게 비교하니까 무조건 비방이라는 민간요법이 왜 위험한지 이해하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병리가 없고 치료기전이 없습니다. 즉 사람의몸이 없는 것입니다. 소위 민간요업이라는 것이 약재(농산물) 혹은 기술이 주인이고 정작 사람의 몸은 처음부터 없고 감기라는 증상만 있을 뿐입니다. 예컨대 도라지를 써야할 사람한테 생강을 쓴다면 이건 독약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마치 냉수를 부어야 할 곳에 뜨거운 물을 붓는 것과 마찬가지이니까요.

일부 몰지각한 한의사 양의사 한약사 혹은 약사 혹은 돌파리들이 자신은 선조 대대로 비밀리에 전수한 비방 혹은 최신에 개발한 신기한 약재 등등을 갖고 있다며 특정한 병을 귀신같이 치료한다고 광고하면서도 정작 그 병에 대한 병리나 처방본초에 대한 (구체적인 것이야 그 사람의 개인 노우하우이니 물어볼 권리는 없습니다)  기본 이치를 전혀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더구나 한약처방인 경우에는 아예 약을 미리 만들어서 모든 사람한테 효과가 있는 만인통치의 특수한 약이 되는 것처럼 광고하는 모습은 소비자들이 가장 피해야 합니다. 차라리 제약회사 그렇게 광고하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왜냐하면 제약회사는 약을 파는 곳이니까요. 그러나 한의사나 양의사는 그래서는 안됩니다. 바로 몸의 기전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가 길었습니다만 이럴 때 이런 것이 좋더라 라는 각종 민간요법은 그 기원이 모두 옛 의서의 한 귀퉁에 모두 열거되어 있는 것이 거의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결코 비방이 될 수 없습니다. 이미 그런 것들은 사람들에 의해 파악되어 있고 관련되는 연구도 되어 있지 않은  것이 거의 없습니다.  한의사들이 그런 민간요법을 쓰지 않는 것은 그 만큼 이치에 닿지 않거나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모든 병증은 우리 몸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몸을 보지 않고 증상만 보면 그 병리기전을 알 수 없으므로 어설픈 처방이 약보다는 독이 되는 확율이 매우 높습니다. 의료소비자들이 반드시 기억하셔야 할 부분입니다.

이 글에 이어서 요즘에 민간 사이에 유행하는 대표적인 침 뜸 부항 사혈 각종 난치병비방에 관하여 시간이 나는대로 이야기합니다.

뜸에 대한 것은 여기서 뜸은 어디에 언제 뜨는가? 로 대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