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위대한 역사가이자 기록자인 사마천은 말년에 사기(史記)를 씁니다. 사마천은 한대(漢代) 이전의 역사를 기록하였는데 황하유역을 지배했던 세력을 정통세력으로 전제하고 그 세력의 가장 정점으로 부터( 이른바 황제가 지배하는 왕조) 시작하여 힘이 약하다고 생각했던 순서로 차례를 매깁니다. 사기란 책의 구성이 본기(황제나라) - 세가 (작은 나라 왕과 공자) - 그리고 마지막에 열전(사마천이 별볼일 없다고 생각했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한 주변국이나 인물) 으로 되어 있습니다.
오늘 날 우리 나라 사람의 시각으로 보면 다소 당혹스런 채점입니다만 그 당시 그 지역의 상황에서는 사마천의 이러한 역사인식은 비교적 존경스러울 만큼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애쓴 흔적은 분명합니다. 물론 단군 자손의 시각으로 보면 황당한 면은 의외로 상당히 많습니다.
열전가운데 편작열전이 있는데 편작이란 의자(醫者)에 대하여 열전의 한장을 할애했다는 것은 사마천이편작을 그 만큼 높이 평가했다는 뜻입니다. 편작열전에는 편작뿐 아니라 편작의 첫째형과 둘째 형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둘은 편작보다도 내공수위가 한참 높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반대중이 무식하여 진실로 명의였던 편작의 형들은 몰라보고 의림말단인 편작만 알아본 까닭에 편작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열전에도 편작열전이라고 제목을 붙인 것입니다.(참고로 편작의 형은 사람의 얼굴만 보아도 이 사람이 언제 어떤 병이 올것을 알아 약을 쓰니 무지한 대중이 볼 때는 그저 그런 의자로 보일 뿐입니다. 그러나 편작은 이미 병이든 다음에 약을 쓰니 일반 대중이 볼 때는 정말 명의로 보일 것입니다. 마치 오늘날의 한방진단과 처방이 편작의 형이라면 양방의 응급진료는 편작과 같은 경우라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그 가운데 편작이 남겨놓은 유명한 육불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육불치란 아무리 의자가 신의(神醫)라고 할지라도 고칠 수 없는 여섯가지 유형의 환자들의 취향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선 원문을 인용하고 해석을 하자면
故病有六不治, ... 그러므로 병에는 여섯가지 치료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驕恣不論于理, 一不治也; 환자가 교만하여 자신의 병의 이치를 따져보지 않는 것이 첫째 불치이고
輕身重財, 二不治也; 병증보다는 돈을 아까워하면 그게 두 번째 불치이고
衣食不能適, 三不治也; 생활섭생을 지키지 못하면 세번째 불치이고
陰陽倂 臟氣不定, 四不治也; 몸의 전체적인 균형뿐 아니라 오장의 기운이 깨져있으면 네 번째 불치이고
形嬴不能服藥, 五不治也; 이미 몸이 너무 쇠약하여 약기운을 받아들일 수 없으면 다섯 번째 불치이고
信巫不信醫, 六不治也. 헛된 돌파리를 믿을 분 진정한 의자를 믿지 못하면 여섯 번째 불치인데
有此一者則重, 難治也. 위 여섯가운데 하나만이라도 그 정도가 심하면 난치로다.
편작의 위와 같은 정리를 요즘 세태에 대입을 해봅시다.
1. 驕恣不論于理, 一不治也
요즘 소위 교양녀나 교양맨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중매체를 통해서 일관성이 없는 수 많은 단편적인 건강정보를 그 이치를 구하지 않고 기억만 하고 있다가 의자가 이 말하면 저 말로 도망가고 그래서 저 말에 대해서 다시 이치를 설명해 주고자 하면 또 다른 말로 답하여 스스로 자신의 병증에 대하여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런 분들이 갖고 있는 정보들을 분석해보면
의료상품이나 건강식품 광고에서 얻은 정보를 진리로 착각하는 경우(예:술 안먹으면 간이 좋다는 등)
대중매체에서 의료전문가로부터 얻은 단편적인 정보(예: 혈압약 먹으면 중풍이 예방된다는 등)
대체의학자들로 부터 얻은 의료정보 (예: 암에는 뭐가 좋다 혹은 안좋다 등)
식물애호가들로부터 얻은 약재정보 (예: 민들레는 뭐에 좋다는데 등)
어른들로부터 얻은 잘못된 정보(예: 한약먹을 때 돼지고기 밀가루 먹으면 안된다는 등)
의료전문가들로부터 얻은 근거가 희박한 정보(예: 하루에 물을 얼마만큼 먹어야 한다는 등)
옛의서의 한귀절을 의료정보로 착각하는 경우(예: 기침에 배가 좋다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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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히 열거하자면 끝도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단편적인 정보가 인체의 기본적인 생리나 병리에 합치된 설명이 있다면 비록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이 비의료인이라고 해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만 들어보면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들을 진리인양 믿고 싶어하는 분들은 대책이 없습니다. 물론 말하는 이나 듣는 이의 교육수준이나 이해의 폭이 문제가 될 수는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왜 그렇게 생각하시냐고 되물어보면 남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합니다.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답이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 나도 그렇다라는 답일 것입니다. 비록 가방끈이 길어서 책을 많이 읽었어도 생각이 그 만큼 따르지 못하는 고등교육자분 가운데에서도 이와 같이 일불치에 해당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학은 전문적인 지식인데 비록 그 이치에 대해서 전문의료인이나 혹은 비의료인으로부터 자신의 병증에 대해서 설명을 듣는다고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어찌 알수 있겠냐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당연한 반문입니다. 그래서 건강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진리 하나를 말씀드립니다. 그 어떤 의료정보도 이 진리에 어긋나면 그것은 이치를 구한것이 아닌 것입니다.
그 진리란 아주 단순합니다. 밥을 먹으면 똥(오줌 땀 등등)을 싸는 것입니다. 즉 들어오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나가는 것이 있어야 몸이 건강한 것입니다. 많이 들어 오는데 그 만큼 나가지 못하면 병이 되는 것이고 반대로 들어오는 것이 적은데 많이 나간다면 이 역시 병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몸에 이미 병이 생겨 치료를 하는데 그 치료법이 들어오는 것이 많은데 나가지 못하게 하는 치료법이든가 혹은 들어오는 것이 적은데 나가는 것을 많게 하는 치료법이라면 그 치료법은 이미 이 진리에 어긋나는 것으로 판단내리면 좋을 것입니다.
2. 輕身重財, 二不治也
요즘 주말 드라마에 "수상한 삼형제"라고 있습니다. 그 주인공 가운데 첫째 아들을 유교적인 분위기에 쩔어있는 나이든 사람들이 보면 쓸개 빠진 놈 이라고 욕부터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그 첫째 아들이 다소 주책이 없고 무능해 보여도 사람으로서 기본기는 잘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 첫째 아들의 방에 붙어 있는 가훈이 비록 조잡한 글시체이지만 "머니 머니해도 건강이 최고" 라는 내용때문 입니다. 머니라는 말은 중의적인 표현인데 먼저 뭐니 뭐니라는 뜻도 있고 그 다음은 돈 돈이라는 뜻도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아들은 사람나고 돈이 낳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고 그 인식을 사람들한테 내보일 정도로 신념이 뚜렷합니다.
드라마에서도 돈없고 힘들 때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사기를 당해도 쓸개빠진 놈으로 보일 정도로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겁니다. 이런 사람은 된 사람입니다.
드라마니까 그렇지 현실적으로 이런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목숨보다는 돈을 갈구합니다. 물론 누구나 남들한테는 사람이 중하다고 말은 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그런 환경에 처하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오늘날 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의 자살율이 1등하는데 이것은 실제로 전 세계에서 자살율이 가장 높다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OECD에 들어오지 못하는 가난한 나라에서는 싸움으로 죽는 사람은 많아도 자살로 죽는 사람은 적기 때문에 결국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율을 갖고 있는 것이죠. 이 글을 쓰는 필자 역시 과연 돈보다도 생명을 우선시 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누구라도 몸과 돈의 뚜렷한 경계를 지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중요함이 문제가 될 것입니다.
편작이 바로 이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하였습니다. 자신의 몸을 위해서 돈을 아끼지 말라는 것입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자라온 환경이 어려운 사람일 수록 본능적으로 돈을 보호하려는 것이 늘 눈에 보입니다. 당연히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서는 의료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경제상태를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서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도록 돈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면 그런 환자의 병증은 치료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없을 것입니다.
3. 衣食不能適, 三不治也
외부 온도에 따라 체온을 조절해 주지 못한다거나 음식을 몸에 맞게 먹지 못한다면 치료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의식이란 말은 단순해 보여도 우리 몸의 생리의 근본을 지적해준 말입니다.
옷이라는 것은 체온조절을 말합니다. 우리 몸에서는 체온을 유지하는데 소비되는 에너지가 몸 안에서 생산되는 총 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 합니다. 체온조절은 그 만큼 중요합니다. 따라서 바람이나 저온에 노출되면 소모되는 에너지가 너무 많아서 치료하는데 쓰일 에너지가 모자라므로 병증이 나을 수가 없습니다. 예컨대 비염을 치료하는데 아무리 신효한 처방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매번 에어컨 앞에 가 있으면 그 때마다 비염은 다시 생기게 되니 비염은 나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혹은 아침이나 저녁이면 기침하는 아이가 연예인들 흉내를 내고 싶어 가슴이 패인 옷을 입고 생가슴에 찬바람을 맞게 한다면 기침은 나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음식이란 천기와 지기를 통하여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음식은 자체로 기미가 있으니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게되면 병증은 나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예컨대 담궐두통이 심한 사람이 늘 물을 많이 먹는다든가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사람이 커피를 많이 마신다든가 혹은 아토피가 심한 아이가 인공조미료 내지는 양약을 많이 먹는다든가 하는 것은 오히려 병증을 악화시키는 것이니 아무리 신의라고 할지라도 어찌할 수 없습니다.
옷과 음식은 기(에너지)의 소모와 생산을 말하는 것으로 이것의 적절성은 환자의 몸과 음식이나 주거의 기미를 알아야 처방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양의학에서는 이 기미에 대한 인식자체가 없고 심지어 한의사들조차도 기미를 모른 척하거나 혹은 모르니 만성환자들은 돌파리들의 말을 쫓아 잘못된 섭생을 하는 세태가 참으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만성환자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제발 암(신부전, 간, 심장, 폐)에 좋은 음식을 찾지 마시구요, 그런 것을 광고하는 각종 인터넷 정보에 자신의 몸을 맡기지 마시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만성병에 시달린다고 생각한다면 평범한 사람들의 말에 귀를 귀울이지 마시고 우선 기미를 아는 한의사를 찾아가 생활섭생에 관해서 도움을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원래 음식과 약은 다르지 않습니다. 이것을 게을리 하는 환자는 치료할 수 없습니다.
4. 陰陽倂臟氣不定, 四不治也
음양과 오장의 기운이 고르지 않는 환자는 치료할 수 없다는 뜻인데 단순히 생각하면 말의 뜻을 깨닫지 못합니다. 몸을 이루는 기운은 모두 오장에서 나오는 바 오장의 균형이 깨지면 병에 걸리는 것입니다. 반대로 병에 걸렸다는 것은 이미 오장의 균형이 깨져있다는 뜻이니 말 그대로 논리를 이어간다면 모든 병은 고칠 수 없다라는 뜻이 되니 이는 편작이 하고자 하는 말이 아닐 것입니다.
우선 음양의 뜻부터 말하고자 합니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물질적인 부분은 음이라고 하고 이 물질적인 부분이 운동성으로 변화되는 기능을 양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세포(정분)나 피(혈분)는 음에 해당하고 세포가 활동하거나 피가 흐르는 것(기분)은 양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음식과 공기가 들어와서 정분이나 혈분을 만들어내는 기능을 갖고 있는 세포 혹은 조직 혹은 기관을 오장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오장이 튼실해야 음양도 건실해집니다. 그런데 병이 생겼다는 것은 바로 이 음양이나 오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고치기 위해서 의자가 필요한 것이구요.
편작이 말한 음양과 오장이 부정(不定)하다는 말은 일시적으로 오장의 균형이 깨져서 생기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즉 영구적으로 몸의 구조가 그렇게 바뀌었을 때 그 구조를 바꿀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사고로 장애인이 되었다면 오장의 기를 원래대로 돌리 수가 없고 그에 따라 음양이 맞아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이런 사고를 당하신 분들을 고려해서 예를 들고 싶지는 않지만 글을 위해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예를 들겠습니다. 교통사고로 한 다리를 잃었다면 오장의 기 생산은 문제가 없지만 원래 없어진 다리로 가서 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은 할수 없으므로 오장의 기는 울체되고 이 울체된 기는 세월이 흐르면 흐를 수록 어혈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이는 이미 음양에서 양이 무너지고(물론 다리라는 음도 무너졌지만) 이는 다시 오장의 기능을 재조정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미 타고난 오장의 능력을 재조정한다는 말은 오장의 일정한 대사기전을 교정한다는 뜻이니 이로 인하여 만성적인 병증은 어찌 할 수 없이 나타나게 됩니다. 똑 같은 사례는 중풍으로 뇌의 일부가 이미 죽어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간경화가 그렇고 종양의 일부도 그런 것입니다.
편작의 이말은 알기 쉽게 풀이하면 아픈 사람은 살릴 수 있어도 죽은 사람은 살릴 수 없듯이 병든 세포는 살릴 수 있어도 이미 죽어버린 세포는 살릴 수가 없으니 죽어버린 세포로 인하여 생긴 몸 전체의 병증은 고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병증이 나타나면 지체없이 치료여부를 결정하고 치료시기를 놓치지 말라는 것입니다.
5. 形嬴不能服藥, 五不治也
이 말은 몸이 너무 쇠약해서 약발을 받지 못하면 나을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말이야 너무 당연하여 쉽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으나 그러나 우리 사회에 이것을 무시하고 치료를 한다고 우를 범하는 사례는 도처에 너무도 많습니다.
약발을 받지 못한다면 음식발도 받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즉 이미 죽음에 이르렀다는 뜻입니다. 옛부터 의자는 치료해도 죽을 사람과 치료하면 살릴 수 있는 사람을 구분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명의의 반열에 오른 하나의 기준이었습니다. 이는 오장이 이미 쇠하여 기를 생산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을 외형으로 판단해보는 방법인데 이것은 생각보다 결코 쉽지 않습니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노인인 경우 음식을 거부하고 가래를 끓기 시작하면 이미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고 죽음을 맞이하는 최선의 준비를 합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뚜렷하지 않은 효도관념으로 종합병원으로 일단 이송시켜 억지로 생명을 연장시키려고 합니다. 오장의 기운이 끊기면 아무리 해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치료시도는 결코 효도도 아니고 치료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의 치료행위는 보다 폭넓은 사회적인 합의와 개개인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인 경우에는 비교적 넓은 범위에서 이런 치료가 필요없겠구나 하는 것을 공감합니다. 그러나 아직 어린 아이거나 젊은 사람이 오랜 병증이나 혹은 사고로 몸이 수척해지고 음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물론 치료에 대한 결과를 판단하기에 앞서서 일단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편작의 시대와는 달리 지금은 응급의학이 발달하여 비록 오장의 정기가 끊어진 것으로 판돤되는 경우에도 나이가 있다면 혈관주사를 통하여 회복의 가능성은 찾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예컨대 암이나 기타 다른 만성병으로 오랫 동안 병상에 있다가 이제 오장의 기운이 다하여 병증이 급성으로 변하고 그것이 다시 말기로 접어든다면 아무리 현대의학으로 생명을 잠시 연장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때의 생명연장은 이미 혼백이 떠나 있는 상태이므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편작이 당시에 이런 말을 한 배경에는 그 당시(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못난 의자들이 환자의 죽음이 곧 올 것을 알면서도 치료에 임하는 행위를 가족들의 애절함을 이용하여 자신의 권위를 새우거나 혹은 돈을 취하려는 것으로 보고 이를 경계하기 위한 말로 판단됩니다.
6. 信巫不信醫, 六不治也
쉽게 말해서 돌파리 말을 믿는 사람들은 치료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돌파리란 그야 말로 사이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에도 기도로 병을 낫게 한다거나 기수련으로 병을 낫게 한다거나 요상한 물건( 예컨대 특수제작한 비누 혹은 건강식품 혹은 기를 불어넣은 기타 잡것 등등) 으로 낫게 한다거나 특별한 치료만(예컨대 머리에서 피를 뽑으면 만병통치라는 사람 혹은 뜸난 뜨면 다 낫는다는 사람들 )으로 불치병을 낫게 해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이 많이 있습니다. 합리적인 병리를 구하지 않고 신기한 힘이나 일반적인 산지에서 획득하기 어려운 약재로 병을 치료한다는 사람들 가운데는 사이비는 물론이거니와 때로는 정식 면허증을 갖고 있는 양의사 한의사도 있고 사회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종교인들이나 유명인사들도 있습니다. 그 사람의 신분이나 지위와 관계없이 모두 경계 해야할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그런 주장에 아무런 이치도 생각하지 않고 그들의 권위나 분위기에 휩싸여 쫓아가는 환자들 또한 문제입니다. 이런 환자들은 제대로 치료해 주어도 나중에 꼭 문제를 만들어 냅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굴곡된 시각으로 바른 이치를 판단하려고 하니 바른 이치 조차도 언제나 굴곡되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신기한 힘으로 불치병이 치료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만일 그렇게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실존하여 그런 시술을 할 정도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돌맹이를 바로 떡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야 가능합니다. 어설픈 수련능력으로는 턱도 없는 이야기이니 결코 속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상일이란 아는 만큼 보이고 보고 싶은 만큼 보이는 것이니 자신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는 환자나 의자나 모두 편작의 말을 되씹어 볼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출처] 강남할아버지한의원(www.harabiclin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