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학에서는 습담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습담의 개념은 모든 병의 1차적인 원인이 되기도 하고 혹은 2차적으로 생겨나 병의 악화나 호전을 방해하는 2차, 3차적인 원인이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습담을 강조하는 표어로 10병 9담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병이 10가지이면 그 가운데는 9개는 담(원인이야 어찌 되었든지 습의 강도가 깊어진 것을 담이라고 합니다.)이다 라고 뜻입니다. 이렇게 습담이 중요한데 정작 양의학에서는 치료법이 없다는 이유로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양의학에서는 습담의 반대 개념인 탈수는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생명에 위험을 준다는 이유때문이지요.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수액주사라는 치료법을 시술할 수 있다는 이유때문에 탈수를 강조한 것입니다.
탈수를 배고픔에 비유하여 말하고자 합니다. 배고픔은 생명에 위험을 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배고픔을 중요시 하지 않는 이유는 배고픔이 지속되면 죽는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배고픈 상태를 모르고 지나칠 수 없는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탈수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몸에 물기가 빠지면 당연히 위험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모르고 지나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탈수문제가 크게 부각된 이유는 바로 수액주사라는 개념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수요가 공급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공급이 수요를 창출해해 낸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나치게 모자란 것이 문제라고 하니 당연히 지나치게 많은 것도 문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배고픔이 문제가 된다면 과식도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과식으로 인한 문제는 그것이 급하게 나타나든(소화기 장애) 서서히 나타나든(비만등) 우리 몸에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마찬가지로 탈수가 문제라면 당연히 과수 즉 지나치게 물을 많이 먹는 것이나 물기운이 몸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것도 큰 문제가 됩니다. 그런데 - 물론 일부이겠지만 - 대중매체를 통하여 사람들한테 물많이 먹으라고 난리치는 한의사나 양의사 혹은 건강관련 전문가들을 보면 답답합니다. 가방 끈이 길면 그 만큼 생각도 깊어야 하는데 그 반대로 생각은 없고 대신 남의 말을 듣는 즉시 남보다 빨리 곧바로 공기 중에 퍼뜨리는 것을 전문가의 역할로 알고 있나 봅니다.
올 여름 유난히 더웠고 공기 중에 습기도 많았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더운 날씨와 짜증나는 습도로 차가운 음료를 많이 먹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더위먹은 증상가운데 유난히 배탈나는 환자를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배탈 환자가운데는 설사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설사를 동반하면 거의가 양방에서는 대장염이라고 진단하고 설사로 인한 탈수를 막아야 한다고 수액주사를 처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차가운 음료를 많이 먹어서 생기는 배탈은 대부분이 습담이 1차적인 원인이고 그리고 그 환자의 몸 상태에 따라서 찬기운이 있을 수 있고 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즉 습냉인지 습열인지를 구별하여 습담을 없애주면 치료가 되는 증상들입니다. 그런데 양방에서는 습담 개념이 없으므로 그냥 수액주사와 지사제 소염제를 처방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하여 바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나 오히려 증상이 더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악화되면 그 다음 처방은 강하게 되어 나중에는 이로 인한 2차적인 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2차 적인 병증은 의원급에서는 치료가 안되니 더 큰 병원으로 옮겨 가면서 검사횟수만 더 늘어나게 되어 마지막에는 처음의 병증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검사결과, 그러나 별로 의미가 없는 검사결과를 받게 되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지난 8월에도 한 여대생이 매일 설사와 복통 그리고 발열로 한 동안 고생하더니 탈수때문이라며 수액주사와 해열제 치료를 받았는데 주사를 맞으면 좀 나은 듯 하다가 하루 지나면 더 심해지기를 반복하여 진단을 해보니 몸에 습과 열이 많은 상태여서 수액주사와 해열제 치료를 중단시키고 습열을 내리는 섭생과 탕약처방으로 치료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설사하면 무조건 탈수를 막는다고 수액주사부터 맞는 현실을 직접 확인한 것입니다.
탈수의 반대되는 개념인 습담이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치료사례를 통하여 근거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아래의 사례는 86세 되신 할머니께서 오랫 동안 밥을 못드시어 고생한 끝에 체중이 줄고 힘도 없고 따라서 말이 힘들고 하니 주위 사람들은 이제 나이가 들어서 수를 다하시는가 보다고 생각했던 경우입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소원은 곧 죽어도 좋으니 하루라도 밥을 당기게 해달라는 것이어서 아드님과 며느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소원이나 풀어드리자고 하여 래원했던 사례입니다. 며느님의 효성이 아니었다면 할머니를 굶겨서 돌아가시게 했을 지도 모르는 아슬 아슬했던 사례입니다.
1. 인적사항
ㅇ 0 0, 여, 만 86세
주소 : 부산시
용모 : 조그만 체구의 허리가 굽은 할머니인데 아직 눈빛에 혼이 떠난 느낌은 아니었음.
2. 주소
속이 늘 미식거려서 먹지를 못하겠다. 물만 조금만 마셔도 그렇다.
엎드리면 더 미식거린다.
움직여도 역시 더 미식거린다.
몸 가슴에 뭐가 걸린 듯한데 커피를 마시면 좀 낫다.
최종적으로 할머니게서 하시는 말씀은 단 하루라도 밥 좀 당기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3. 부수증상및 진단지표
당뇨약을 먹었었는데 지금은 먹지 않는다.
10년 째 칼슘제를 먹고 있다. -> 바로 중지 시켰음.
(나중에 안 이야기 이지만 할머니께서는 이 약을 드실 때 처방해준 양의사가 물을 물컵으로 세컵식 마셔야 한다고 해서 늘 그렇게 하였다고 함.)
10년 전 허리골절로 10년째 진통제를 들고 있음 -> 이것은 금단현상이 올 수 있으므로 서서히 끊어가도록 하였음.
속이 미식거리는 것이 치료가 되지 않자 양방에서 뇌신경에 문제가 있다고 하여 신경약을 주었다고 함. 그러나 처음 한 달은 좀 나아지는 듯 하다가 지금은 효과가 전혀 없는데 그래도 하루에 세번식 꼭 드신다고 하심. 그런데 이 약을 먹으면 속이 쓰리고 아파서 더 못먹겠다고 함. 당연힌 바로 끊도록 했음. 신경약이란 쉽게 말해서 뇌를 마비시키는 약인데 그러면 위장기능이 쳐지는 것은 당연하고 습담을 증가시킴.
밥을 먹지 못하니까 변비가 생겨서 4,5일에 한번 화장실에 간다.
얼굴이 말라 입술 주변에 주름이 생겼는데 마치 아이들이 속눈썹이 긴 아줌마 눈을 그릴 때 속 눈썹을 빗살처럼 그리듯이 그렇게 깊고 많은 주름이 있음.
맥 : 부 미실 대 미현 활
설 : 배태가 아주 두껍고 설질이 어두움
흉복 : 우협하가 단단하게 뭉쳐있고 아픔.
4. 변증
간허
심미약
비대
폐약
신평
5. 병리
간단히 정리하면
현재의 음식불납은 양약과 함게 먹는 물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습담이고
다음이 오랜 양약복용으로 어혈로 인한 오장기능 저하이고
이외에 습담과 어혈, 양약부작용으로 인하여 2차적으로 생긴 위 십이지장의 염증 때문임.
6. 치법
거습담
7. 투약및 결과
1차 투약
거습담과 청열하초
1차 결과
보름 후에 아드님과 함께 래원하셔서 연신 고맙다고 하십니다. 굽어진 허리가 더욱 안쓰러워 보입니다. 이제는 밥을 드시고 속도 편하다고 합니다. 다른 증상은 없고 남아 있는 증상은 침이나 가래가 나오면 침을 뱉으면 침이 끊어지지 않고 입에 가늘게 늘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폐가 약해서 오는 체질적인 요인에 습담이 아직도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제가 진단한 결과는
일단 얼굴에 살이 올랐고 말씀도 잘하십니다. 처음 오실 때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겠다는 염려는 더 이상 안해도 될 것이 확실합니다.
혀에 그렇게 두껍던 백태가 뒷 부분에 흔적만 남고 앞 부분에서는 전부 사라졌습니다. 이 부분은이 말해주는 것은 원래 할머니의 백태는 없었는데 최근에 생겼다는 말입니다. 즉 습과 냉은 본질이 아니었고 표(겉)이었다는 말입니다.
혀질도 검었던 것이 지금은 부분적으로 조금만 검습니다. 맥이 크고 현하고 실한 것으로 보아 이제는 할머니께서 습냉으로 인하여 가려졌던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복부의 단단하던 것도 매우 줄어들었고 통증도 매우 줄었다고 하십니다.
입술주변의 주름도 매우 작아졌습니다. 그 만큼 볼살이 올랐습니다.
2차 투약
겉을 덮고 있던 습냉은 다 치료되어 이제는 밥을 잘 드시지만 이제부터는 허열로 인한 증상들이 나타날 것임. 그러므로 거습하되 청열발표를 가미하였음.
지금 투약 중임.
[출처] 강남할아버지한의원(www.harabiclin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