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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했을 때 함부로 죽을 먹지 마세요.

강남할아버지한의원 2010. 10. 8. 15:36

체했을 때 죽이 좋다는 것이 과연 진실일까요?

 

사람들이 체했다 싶으면 밥대신 죽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죽은 단단한 밥알이나 기타 곡식을 삶았으므로 소화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죽을 먹으면 오히려 속이 더 힘들다는 분들도 종종 있습니다. 그렇다면 죽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많이 다른 작용이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물많이 먹으면 좋다는 상식처럼 이것도 허구가 있는 것입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알아봅시다.

 

체했다는 증상의 병리

 

사람들은 보통 위장관이라고 생각되는 부위가 답답하고 트림이 나고 음식먹기가 시원하지 않으면 체했다고 말합니다.  먹은 음식이 내려가지 않고 위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부분적으로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위장관은 늘 운동하고 있으니 음식이 위장에 계속 머물러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운동이 둔화되면 장으로 내려가는 속도가 느려지므로 부분적으로 음식이 머물러 있을 수는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음식이 머물러 있어도 시간의 차이일뿐 며칠 혹은 몇달을 머물러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손으로 몇 달전 혹은 몇년 전에 먹은 돼지고기를 빼어냈다라는 말은 순 거짓말입니다. 옛날 돌파리들이 무지한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칠 때 써먹는 말 소위 요즘 쓰는 영어로 멘트인 것입니다. 아직도 이런 사기술에 속는 분들이 종종 보이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야기가 조금 벗어났는데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체했다는 증상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알아봅시다. 일일히 다 열거할 수 없어 보통 흔하게 보는 몇가지만 나열해 봅니다.

 

명치 끝이 쓰리거나 답답하고 트림이나 입냄새가 나는 경우는 그 병증의 원인이 심장에서 비롯합니다. 주로 심장이 약한 사람이 스트레스나 심장이 피로해지면 위식도 부위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소염제나 항생제는 일시적입니다. 왜냐하면 병증의 원인이 심장에서 비롯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땅속에 묻혀있는 기름탱크가 새어 주위에 흙을 적시는데 그 흙을 시멘트로 덮으려 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근본치료는 심장을 보해주는 것입니다.

 

속이 그득하지만 그러나 입맛은 좋아서 밥을 먹을 수 있는 경우 주로 위와 소장에는 문제가 없는데 변이 나오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즉 위장관 안에 음식물이 가득차서 속이 그득하고 입으로 가스가 나오는 경우입니다. 이런 증상의 원인은 간에 허열 혹은 실열이 많아서 생기는 것이니 간열을 내려주고 대장활동을 활발하게 해주는 것이 근본치료입니다.

 

체했는데 물만 먹어도 토할 듯하고 아무것도 먹기 싫은 경우 바로 죽을 먹으면 증상이 더욱 악화되는 체증입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체한 증상입니다. 이런 체증의 원인은 위장관에 습이 많아서 생기는 경우입니다. 주로 두통을 동반하거나 배를 물러보면 물거품이 꺼지는 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몸 전체에 습이 차있기 때문입니다. 몸에 습이 차면 마치 옷에 습이 차서 옷이 축 늘어지는 것과 같이 몸안의 모든 조직이 축늘어져 기능이 저하되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습이 원인인데 여기에 죽을 먹게 되면 그 습을 더욱 강화시키게 되니 증상은 점점 더 악화됩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습을 말려주는 처방이 근본치료가 됩니다. 습담이 잘생기는 체질은 주로 폐가 약한 사람들한테 가장 많이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근본치료는 한의사가 해야 할 일이고 집에서 당장 해결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체했을 때 집에서 응급으로 해결하는 방법

 

체한 증상 자체는 단순한 증상이지만 그러나 그 체한 증상이 나타내주는 내 몸의 오장상태는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역류성식도염은 심장을, 변비나 맹장염등의 대장에서의 문제는 간을 그리고 마지막 습담은 폐를 진단하고 보해주는 처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체증으로 오는 증상을 집에서 간단하게 처치하는 방법을 남용하면 반드시 나중에 오장병으로 오는 큰 질환의 화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즉 체증도 내 몸을 돌보아 달라는 하나의 신호입니다.

 

여기서는 습과 관련된 체증에 대해서만 언급합니다. 왜냐하면 염증이나 변비유사증상으로 오는 체증은 집에서 간단하게 처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염증은 음식재료로는 치료가 안되고 변비유사증상은 변비에 좋다는 각종 음식료가 오히려 간에 부담을 주기 때문입니다.

 

습에 의한 체증, 즉 쉽게 말해서 배를 눌러보면 물거품 소리가 나고 아무것도 먹기 싫고 머리가 아프거나 둔하고 평소에 잘 먹던 과일도 싫어지고 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체증에는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죽과는 반대로 기미가 조(燥)한 음식이 좋습니다. 조하다는 말은 마르게 한다는 말인데 위장관의 습을 말려주는 음식이 약이 된다는 말입니다.

 

예컨대 마른 백설기나 찹쌀 떡, 바케트 빵, 기타 조미료등이 들어가지 않은 마른 빵을 먹으면 그런 체증이 사라지고 또한 영양공급도 됩니다.  물론 먹을 때는 오래 씹은 후에 삼키는 것이 좋습니다.

 

사례

 

며칠 전에 있었던 사례를 하나 들어봅니다. 경기도에 계신 40대 중년 여자분이 체했는데 머리도 아프고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토하기만 한답니다.  힘이 없어서 죽을 먹어보아도 다 토하고 이제는 물만 먹어도 토하는데 내일 당장 강의는 나가야 하는데 어찌했으면 좋겠냐고 전화로 상담해왔습니다. 멀어서 한의원에 올 시간도 없고 기력도 없다고 합니다. 내용을 들어보니 습에 의한 체증이고 또한 과거의 진료 기록을 살펴보니 이 부인은 평소에 습이 많은 체질이라서 백설기와 마른 빵을 먹도록 처방해 주었습니다.

 

그 다음 날 전화가 왔는데 목소리가 쾌활합니다. 진실로 고맙다는 전화였고 마침 집에 우리밀로 만든 마른 빵이 있어서 그것을 먹었더니 바로 체증이 가라앉고 머리도 개운해져서 편하게 출강도 하였다고 합니다. 죽도 못먹는 데 빵은 정말로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이제 체하면 백설기나 빵을 먹겠다고 말해서 늘 그런 것은 아니고 그 때 그 때 증상에 따라 원인이 다르니 시간이 나면 래원하시든가 아니면 전화를 주시라고 답해드렸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많습니다만 반복해서 말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체했을 때 원인에 따라 처방이 필요한데 그 원인을 제대로 알면 간단한 집안 음식이 약이 되는 이치가 바로 한약처방의 이치입니다. 이제부터는 주위 사람이 체해서 고생하거나 감기로 누워있을 때 위로인사로 함부로 죽을 사갖고 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출처] 강남할아버지한의원(www.harabiclin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