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신 칼럼 4회차 체질이란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가 ?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을 판단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그 사람의 생김새 옷차림 말투 얼굴빛 기타 등등이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런 기본 요소를 고려하여 상대와 교통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그만큼 합리적이란 말이다. 일상에서도 이러할진대 하물며 건강(의료)과 관련해서는 더욱 상대방의 생리적 특징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바로 그 생리적인 특징을 이른 바 체질(體質)이다.
세상 사람의 얼굴이 모두 제각각이듯이 체질 또한 사람 수 만큼 다양하겠지만 체질을 분류하는 목적에 합치되는 편이를 고려하면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단순화 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체질의 분류범위와 단순화의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한의학에서 몸의 생리의 근본을 기 흐름과 오장으로 정의하였으니 체질의 분류 또한 기 흐름과 오장이 기준이 되어야 함은 필연적인 연역이다.
제한된 지면에 추상적인 단어가 나열되면 오히려 애매하니 비유로 설명하는 것이 빠르겠다. 지금 어떤 유체(기흐름)가 파이프(타고난 몸=오장)를 지나가는 것을 상상해보라. 유체나 파이프의 성질에 따라 그 유체가 흘러가면서 주위에 발산하는 에너지의 표현양상은 다양할 것이다. 그 유체가 기체, 물, 진득한 물, 고체형태일 경우는 생각하면 각각 氣分, 水分, 血分, 精分 이 될 것이고 그 파이프가 나무관 기름칠한 유리관 토관 철망관 돌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이는 오장에 해당될 것이다. 이에 따라 유체의 속도와 량 그리고 파이프의 크기나 내표면의 마찰계수 등에 따라 각각의 특징을 나타낼 것이다. 이 특징은 타고날 때부터 거의 고정된 것이니 마치 자동차 모델처럼 세월이 간다고 해서 변하지 않고 다만 체질적 증상의 발현(發現)과 비발현(非發現)의 정도 차이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체질의 분류기준은 단순하다. 오장의 크기나 처리효율성 처리시간과 오장을 통과하는 기흐름의 속도와 량을 추정하면 개인의 체질적인 특성이 연역된다. 이를 한의학적인 용어로 바꾸어 표현하면 오장의 대소, 허실, 한열이고 기흐름의 한열로 단순화된다. 이렇게 최단순화시켜도 체질은 오장 5, 기흐름의 기수혈정 4, 대소 2, 허실 2 한열 2 만 고려해도 바로 160가지의 체질적인 특징을 추론할 수 있다. 이론상 이것들을 세분하면 무한한 체질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이는 다음세대의 숙제로 남겨놓기로 하자. 그런데 체질이 적어도 160가지가 된다고 번잡하고 어렵다고 생각할 것은 없다. 근본생리에 맞추어 추론해가면 체질의 분류는 의외로 단순하다.
예컨대 한 사람이 살이 토실하고(간대비대) 체강이 넓고(폐대) 얼굴색은 핏기가 없고(심허) 망막은 회청색인데(혈허) 눈동자는 초롱하고(기실) 피부는 칙칙하고(간허폐허) 걸음걸이가 무거운 것(심소신소)을 관찰하였다면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대략적인 정보는 오장대소에서 간비폐는 크고 심신은 작으며 기흐름면에서는 기는 강한데 혈은 허하며 수는 체하고 정은 실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 다음 단계는 생리적인 해석이다. 그 기전설명은 길므로 생략하고 결론만 말하면 이런 체질의 단순한 병리는 들어오는 기는 많으나 나가는 기가 더뎌서 생기는 습담증상으로 두통 눈피로 간질 만성피로 담석 신장결석 심부전이거나 역류성식도염 수족냉증 생식기종양류 치질 호흡기 질환 아토피 숨참 등이 생긴다. 여기에 문진(聞診) 문진(問診) 절진(切診)을 고려하면 좀 더 구체화된다. 또한 이런 체질적인 증상은 평생 갖고 간다는 말이기도 하고 동시에 피로 시에 가장 먼저 나타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면 이렇게 체질을 아는 것이 어떤 도움이 될까? 먼저 환자의 입장에서는 불노장생을 위하여 자신이 평소에 어떻게 음식섭생과 생활섭생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될 것이고 의사의 입장에서는 거의 같은 증상을 갖고 있는 환자군 에서도 개인에 따라 처방의 범위를 정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위와 같은 체질의 환자에게 손발이 차다고 온열제를 처방하면 간과 심장의 허열은 더 올라갈 것이고 혹은 하초가 약하니 신허하다고해서 육미류를 처방하면 결석은 더 늘어날 것이고 혹은 감기로 목이 아프다고 해서 물이나 수박 등을 먹으라고 처방하면 목이 잠기는 증상은 더 악화될 것이니 이는 병을 주는 처방이 된다.
옛 의서에는 증상과 처방은 있으나 증상과 처방을 이어주는 상세한 생리나 병리가 없거나 있어도 애매모호하여 지금의 한의학도들이 옛 의자들이 이치를 몰랐지만 경험으로 얻은 것과 개인적인 인식은 있었지만 적절한 표현수단이 없어 애매하게 표현했던 소중한 경험을 깨우치기 어렵다. 따라서 지금의 한의학도가 지극정성으로 옛 의서를 읽다보면 자칫 맹신으로 빠지기 쉽고 반대로 부정하면 사이비양의사가 되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이런 이유로 한의학의 가장 근본이론인 오장과 기흐름으로 체질을 분류하고 그 생리와 병리에 따라 처방과 섭생에 응용하는 체질론을 - 결국 한의학 변증론- 오장체질이라고 이름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