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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신 칼럼 9 차 - 허실의 구별은 보이는 것 너머를 보아야

강남하라비한의원 2012. 2. 13. 17:52

언젠가 이웃집 부인께서 자랑하기를 중학생 아들이 경제에 관심이 많아 경제신문의 주식면을 열심히 본다 해서 같이 있던 사람들이 똑똑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필자는 뭔가 어색한 것 같아 그냥 조용히 지나친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필자는 중학생이 주식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그렇고 더구나 경제와 돈놀이를 혼동하고 있는 그 부인의 개념이 그래서였다. 즉 본질과 그 본질이 다양하게 겉으로 표현하는 현상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린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요즘에 어디에서나 흔하게 경험한다. 예컨대 대중매체로부터 들리는 말장난, 각종 성형수술의 유행, 개인이력 화장술, 그 외 각종 수치조작 등 때로는 이익집단이 의도적으로 펼쳐는 본질흐리기 때문에 세상을 편하게 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일상생활 안에서 본질을 찾아보는 눈을 훈련시키는 데에는 많은 지식이나 정보가 필요 없다. 그저 중등학교에서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왜냐하면 중등학교의 교과서에는 세상살이의 가장 기본이 되는 내용이 대부분 들어 있으므로 일상생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학으로 보이는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일상적인 삶의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얼마 전에 대기업 임원과 담론을 한 적이 있었다. 요즘 취직이 옛날 대학입시만큼이나 어려운데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떤지 물어보았다. 그 분의 대답은 담백하였다. 같은 업종의 임원들과 늘 업계현황을 협의를 하는데 그 가운데 인사부분도 포함된다고 하면서 기업에서 사람을 뽑는데 특별할 것이 있을 수 없고 성실하고 실력있는 젊은이라면 좋은 것이라면서 요즘 유행하는 면접과외 스펙쌓기 그 외 여러 눈길끌기 등의 허접한 화장술은 인사부에서 가장 먼저 걸러낸다고 한다. 과연 대기업다운 원칙이라고 생각했다. 즉 대기업은 사람을 뽑을 때 직원으로서의 본질을 먼저 파악하고자 한 것이다.

대기업이 그렇듯이 세상의 현명한 사람들은 항상 본질을 먼저 보고자 한다. 그에 비해서 세상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사람들은 본질을 생각해보려는 개념은 희박하고 그저 눈과 귀에 좋은 것만 쫒으려 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사기꾼들에게 늘 당하기 쉽다. 왜냐하면 사기란 언제나 실상은 숨기고 허상으로 현실을 오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본질을 숨기는 화장술을 과학이라는 형식을 빌면 사람들을 속이기 훨씬 쉽다. 과학적으로 보이는 화장술은 마치 사기당하는 사람 스스로가 확신을 갖고 본질을 잊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마침 오늘 한 환자로부터 문의 받은 예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 환자는 액취증환자인데 필자가 액취증을 한약처방으로 고친다고 하니 도무지 이해가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냄새는 겨드랑 땀샘에서 나니까 땀샘을 수술로 없애버려야 냄새가 나지 않겠느냐고 불만기가 배어있는 문의를 한 것이다. 상대의 지적 수준을 고려해서 간단히 답해주기를 땀샘을 제거해서 냄새가 없어진 환자를 찾아보면 한명도 없을 것이니 그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면 무엇을 잘 못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본질을 숨기려는 화장술은 사회의 여러 분야에 널리 퍼져있다. 때로는 이런 화장술이 분명히 필요하기는 하다. 문제는 화장술로 본 얼굴을 처음부터 보지 못하게 가리는 것이다. 특히 건강과 관련한 분야에서는 너무도 심각할 정도다. 매일 뉴스시간에 같이 내보이는 양방의 건강관련 정보도 그런 것 가운데 하나다. 언제나 들어보아도 하나같이 병증의 무서움은 과장되이 그려지고 가장 중요한 병증의 원인이나 그 환자의 섭생에 관해서는 대충 지나간다. 그리고 마지막 중요한 내용은 일찍 검사하고 수술하고 혹은 관리를 위해 평생 복약하고 예방은 운동을 하거나 물을 많이 마시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중들은 평소에 접하지 않은 병증 사진이나 생화학적인 용어에 그대로 감전되어 자신들이 무엇을 보지못하고 지나갔는지조차 모른다. 일부 아줌마들이 종교단체에 일주일 나가면 벌써 사부가 되고 전도사 되듯이 이후부터는 보통 사람들도 의사연하여 주위 사람들한테 확신을 갖고 어설픈 정보를 전파하기 시작한다.

오늘날 모든 만성질환에 관한 화장술이 이렇게 만연되고 있다. 밥이 허공에서 저절로 생기지 않듯이 병증도 몸에서 저절로 나오지 않는다. 밥하면 쌀가게 운송차 벼 논 농민 기후 토질 등이 떠오르듯이 만성 병증 하면 원인의 원인을 찾아 그 뿌리인 오장이 생각나야 한다.  

양방이야 학문의 구조적인 허점 때문에 병증의 뿌리인 오장을 보지 못하다 하더라도 적어도 한의사는 오장을 보아야 한다. 그런데 요즘 한의계의 일부 유행은 양방 영향인지는 몰라도 오장보다는 증상에 메여 본질보다는 화장술에 치중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한의학의 존재가치는 본질치료에 있다는 것을 다수는 몰라도 한의학을 지켜주는 소수는 알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