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란 인간의 심층에서 나오는 감성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원초적인 말일수록 그렇다. 그런데 심층이란 인간의 마음 가운데 깊고 깊은 곳을 말하는 것이니 이는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공통의식을 말한다. 따라서 말은 발음이 비슷하면 거기에는 인간의 공통된 감성이 들어 있다. 하물며 조상이 남겨준 동아시아문화의 시원인 고문(한자어)에서는 그런 면이 더욱 두드러진다. 예컨대 통신(通信)은 통신(通神)의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활동면에서 보면 현대사회의 특징은 통신의 시대다. 소위 SNS로 대표되는 통신(通神) 시대로 지역 국가 인종 계급 사회체제 성 나이 등의 벽이 허물어져가고 있는 시대다. 이 변화는 전시대에 없었던 변화이고 또한 그 변화의 속도가 너무도 빨라 통신(通神)이 사회를 앞으로 어떻게 변화시킬지 좀처럼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다. 요즘 각계의 전문가조차도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기준을 잡는 것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한다. 혼란스러움의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전문가들의 한계는 사회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지 못하는 데에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뒤집어 말하면 사회를 감성을 가진 생명체로 보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을 이해하는데 한의학이 양의학보다도 우수하듯이 사회를 이해하는 데에도 한의학적인 관점이 모든 학문적 분야에 필수적 갖춤이 되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한방생리의 기본은 상부구조는 신(神)이고 하부구조는 기흐름이다. 또한 기흐름을 주관하는 기관인 오장과 기흐름의 형태인 경락을 이용하여 상부는 하부를 조절하고 하부 역시 상부에 끊임없이 정보를 제공하고 그로 인하여 상부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결과적으로 전체가 합목적적인 생명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단순한 기흐름의 순환기전은 양의학이나 양의학의 모태인 서구적 학문방법에서는 부족한 개념이다. 왜냐하면 서구의 학문은 정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발달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SNS는 사회의 경락을 열어놓았다. 그러자 갑자기 사회변화의 축이 상하좌우로 변동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실제로 지금의 세계는 혼란의 소용돌이로 가고 있지만 기득권에서는 그 누구도 해결책은 커녕 제대로 된 인식조차도 말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는다. 기껏 나오는 해결책이란 것이 SNS통제 혹은 여론조작 등 이다. 이런 것들은 자가면역성 증상에 스테로이드나 진통제처방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조차도 늘 한쪽에서 바라보는데 익숙해져 있으므로 당황하게 된다. 즉 이제는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세계관이 필요하다. 그러나 새로운 세계관은 필연적으로 이익집단의 반동을 불러일으킨다. 기존의 극소수의 독점적인 신위(神位)는 유지될 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심해질수록 빅브라더쉽은 그 만큼 강화된다.
진실로 미래사회의 건강을 위해서는 오장과 경락 그리고 신을 볼 수 있는 한방명의가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눈이 밝히고 주위를 돌라보라. 선진국과 제 3세계, 기독교와 이슬람교, 백인과 황인,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1프로와 99프로, 남과 여, 노인문제와 인구감소, 첨단산업과 저임노동자 도시와 농촌 등 다양한 범주에 속해있는 사람들의 복잡한 갈등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갈등이 깊어지는 이유를 인식해도 어떻게 처방을 내려야 할지 모르면 현상유지를 위해서 기득권은 보수반동체제를 더욱 거세게 밀어붙일 것은 당연하다. 물론 이런 대응은 스테로이드 처방인 줄을 알지만 딱히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것은 자연의 생리다. 봄이 오면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들에 나가 상춘하는 것은 사람의 생리다. 이렇게 각 분야의 기득권은 통신시대가 가져오는 사회적 생리(자연의 생리)를 알아 공생하는 이치(사람의 생리)를 배워야 한다.
이러한 고민을 서구의 1프로의 자본가들은 일찍부터 해왔던 것 같다. 몇 해 전 거의 동시에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2012년”과 “아바타”가 바로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서로 대립되는 두 종류의 세계를 그렸다. 영화 자체가 이미 예언적인 성격을 갖고 있듯이 관람객들의 감동수준과 수에서 아바타가 2012년을 앞질렀다. 다 아는 바와 같이 2012년은 양방처방이고 아바타는 한방처방이다. 이것의 상징적인 - 그러나 사회변화의 심층적인 진실 - 의미를 알아야 한다. 즉 현대인들이 바라는 사회는 상하좌우가 구분되는 피라밋 형의 정적인 구조가 아니라 상하좌우가 없이 순환이 지속되는 원형의 동적인 구조라는 말이다. 늦었지만 이 나라의 학문이 단순히 선진국의 복사를 벗어나서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그 바탕에 반드시 한의학의 오장론과 경락론을 기저철학으로서 깔아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