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풍수와 혈에 관한 이야기는 사람이 곧 하나님이란 진리를 말하기 위한 것이라면 오늘은 선족의 후손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이 나라의 기운을 살펴보고자 한다. 과학의 발달로 우리가 살고 있는 하늘과 땅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볼 수가 있으니 큰 지역의 풍수를 불편함이 없이 읽을 수 있어 좋다.
우선 지구본을 갖다놓고 지구의 땅과 바다를 보라. 우리가 어디에 있는가? 바로 지구상의 가장 큰 땅덩어리(유라시아 대륙)와 가장 큰 바다(태평양)의 경계선 상에 있다. 또한 위도는 38도이다. 이것이 뜻하는 과학적인 의미는 동서로는 대륙과 해양의 비열의 차이로 인한 한열과 조습의 이동이 가장 많은 곳이고 남북으로는 햇볕의 과다로 생긴 열에너지의 교환이 가장 빈번한 곳이다. 쉽게 말해서 지구상에서 동서남북으로 기의 흐름이 가장 크고 또한 가장 변화가 심한 곳이다. 이런 환경에서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아주 강한 정신력으로 외풍에 버틸 수가 있든지(선인) 아니면 환경의 변화에 재빨리 적응하는 민활함과 지혜가 필요하다(만신). 가까운 역사를 보면 선인시대부터 지금까지 이 땅의 사람들은 처음에는 일부의 선인시대에서 나중에는 대다수가 만신으로 민족혼을 잃어가며 살아오지 않았을까 한다. 이 땅 위의 삶이야 어찌되었건 지구상에 가장 많은 에너지가 흐른다는 것은 지구상에 가장 훌륭한 혈자리라는 뜻이다. 하긴 그 옛날에 스스로 하늘의 후손이라고 말을 했던 선족들이 이 땅을 우연히 찾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정리해보자.
지구의 대혈(大穴)은 히말라야산이다. 또한 히말라야는 유라시아 대륙의 주산이다. 이것이 동쪽으로 뻗어나가 혈맥이 맺힌 곳 - 즉 혈자리가 백두대간이 된다. 즉 히말라야에서 태평양으로 남면하면 백두대간 전체가 혈자리이고 좌청룡은 동시베리아와 알래스카에 이르는 지맥이고 우백호는 인도지나반도와 섬들이 된다. 바다건너 남미대륙은 머나먼 안산이 된다. 지구의 온도가 낮아 서해가 없었다면 더 뚜렷했을 것이다.
다시 지구에서 시야를 조금만 좁혀 동아시아만 보면 백두산은 주산이 되고 백두대간은 혈맥(穴脈)이 되어 대간의 남쪽 끝인 지리산이 혈자리가 되고 일본열도와 중원이 좌우한다. 따라서 우리와 멀지 않았던 선조들이 자신을 잃지 않고 선왕의 의미를 제대로 알았다면 이 나라의 역사는 이태리 반도의 로마의 역사와 비슷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지나간 일이야 어찌할 수 없고 우선 산경표를 앞에 놓고 한 번 더 시야를 좁혀보자. 백두대간을 주산으로 삼고 혈자리를 찾아보자. 백두대간의 가운데를 보면 우는 해서정맥 좌는 충청도에서 관악산으로 뻗어 나오는 한남정맥을 좌우로 하여 그 가운데 한북정맥이 혈맥으로 내려온다. 그 한북정맥의 끝자락인 북한산이 바로 가장 중요한 혈자리가 된다. 만일 서해가 없었다면 아마도 강화도 마니산이 더 중요한 혈자리가 되었을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스스로 의식하던 안하던 기가 많이 흐르는 곳으로 모이려고 한다. 따라서 사람들도 혈자리 근처로 모이려는 본능이 작동하는데 여기에 생활용수와 평야가 있다면 사람들이 몰려 저절로 도시를 이루게 된다. 서울은 누가 정해서 서울이 된 것 같지만 그러나 그 심층구조에는 혈이란 풍수가 작동되어 이루어진 도시다. 해서정맥과 청남정맥을 좌우하여 두 강이 모이는 곳 아래에 위치한 평양도 마찬가지다.
종종 영험하다는 무당들이 계시 받은 곳이라 하여 산속에 찾아가 기도하는 곳을 보면 뜻밖에 혈바위 아래에 초와 향을 켜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무당이라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은 주변의 기 흐름에 예민하여 본능적으로 나름대로 인연이 닿는 혈자리는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무당은 어떤 두려움에 그 혈자리에 올라가서 남면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바위 아래에서 혈자리를 숭배하는 것은 바로 스스로가 하나님이라는 것을 잊고 신에게 자신을 맡기어 그 신을 섬기기 때문이다. 이 말은 아무리 자리가 좋아도 그 자리에 거하는 사람이 정신을 잃으면 주변에 의해 휘둘려 혈자리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앞에서 이미 말한바 있지만 남면하는 주재자가 사신(四神)의 거느리지 못하고 오방신(五方神)의 하나가 되는 순간부터 우리는 그렇게 휘둘려 오지 않았을까 한다. 참고로 고구려의 벽화에는 사신도가 나오는데 아마도 그 때까지는 그런대로 선을 유지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는 알수 없지만 귀인들사이에 사신도대신 일월오봉도가 그려지고 민중에서는 선왕당이 천시되고 무당의 깃대에 사신대신 오방신을 표할 때부터는 이미 선의 흔적이 우리 선조들의 인식에서 적어도 겉으로는 완전히 사라져버렸을 것이란 생각이다.
이제 선왕이 잊혀진지 적어도 2천년이 흘렀으니 그 사이 하늘도 변하고 땅도 변했을 터이다. 그 정도의 세월이면 그 후손들이 혼미에서 깨어날 때도 된 것으로 생각한다. 이 민족이 지구상의 가장 훌륭한 혈자리인 백두대간에 재하면서 자신들의 행운을 제대로 써먹을지 혹은 그냥 그대로 묻히게 할지는 전적으로 이 민족의 각성에 달려 있다. 그 각성은 단순하다.
사람이 곧 하나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