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테레비를 보면 전 세계인들의 음식문화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습니다. 음식문화란 기본적으로 그 지방의 기후와 풍토, 그리고 그 지방사람들의 생리적인 특징에 따라 발달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프로를 보다보니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보입니다.
첫째, 음식을 손으로 먹는 나라가 의외로 많다는 것입니다. 주로 열대 아열대 혹은 사막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인종 민족 음식의 종류와 무관하게 손으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둘째, 국물있는 음식은 손으로 먹기 어려울 것입니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식사 중에 국물을 먹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일부 유럽지역에서는 수저와 포크를 씁니다만 코카서스인종의 음식 역시 거의 국물이 없습니다.
셋째, 국물과 함께 먹는 음식문화는 국수를 먹는 동남아와 동아시아인데 그 가운데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일본과도 달리 국수가 보편적인 음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물이 유난히 많습니다.
우리 상차림의 기본이 항상 밥과 국이 핵심이고 또한 국물이 들어가는 찌개와 국물이 많은 김치류가 기본 상차림에 들어갑니다.
결국 우리나라 음식의 특징 중의 특징은 국물이 많은 것입니다. 흔히들 우리 음식이 짜고 맵다고 하는데 이건 좀 생각해 보아야 하는 말 같습니다. 우리 음식이 미국음식보다 더 짜지 않고 매운고추나 후추가 들어가는 멕시코나 서아시아의 음식보다 더 맵지 않습니다. 다만 옛 시대에 음식 재료 자체가 모자랐으므로 한번 준비하면 봄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도록 오래 보관해야 하고 또한 적게 먹어야 하기 때문에 발효반찬이 짜게된 것인데 이런 류의 반찬은 적게 먹으니 결코 우리가 짜게 먹는 편은 아닙니다. ( 우리가 짜고 맵게 먹는다는 선동적인 지식정보에서 종종 식민지교육의 열등의식이 보여 안타가움을 느낍니다.) 물론 여름에 땀흘리고 일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 보다는 짜게 먹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생리에 맞기 때문이죠. 그런 이유로 우리의 남부지방 음식은 북부지방 음식보다 맵고 짭니다.
중요한 것은 왜 우리 음식에서 국물이 많을까 하는 점입니다.
첫째, 한의학의 시원이 항화유역의 북방민족, 즉 우리 선조들이었다는 것을 알면 보다 이해가 쉬어집니다. 한의학은 옛부터 탕약이 발달해 왔습니다. 바로 그 이유와 같습니다. 즉 물에 끓이면 음식재료 속에 있는 모든 성분이 녹아 나오니 음식재료 속에 들어 있는 기를 빠짐없이 섭취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음식재료를 그냥 섭취하면 건조하고 또한 덩어리를 소화시켜야 하므로 소화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합니다. 그런데 국물과 함께하거나 물기있게 발효시키면 이러한 소화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화기관이 약한 편입니다. 또한 이 지역에서는 온도의 일교차와 연교차가 심하고 습도의 연교차가 심하여 몸에 많은 량의 에너지를 비축하기에 부담이 되므로 몸은 좀 가볍게 유지시키기 위해서도 소화기관은 발달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셋째, 대체로 몽골 요동 만주 조선 땅은 건조하거나 경사가 급하여 토지가 척박합니다. 즉 음식재료가 늘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식구들한테 가장 편하게 나누는 방법은 탕을 끓여서 나누는 것입니다. 탕으로 끓이면 나누기도 쉬울 뿐 아니라 뼈 속에 있는 -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이 녹아져 나오기 때문에 이 또한 음식재료의 최대의 경제적인 활용이 됩니다.
넷째, 끓이거나 소금에 절이면 그 자체가 위생적인 음식이 됩니다. 이에 관한 설명은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시래기를 말리더라도 살짝 삶아서 말리는데 그러면 해충들이 죽으니 건강과 음식재료의 안전한 보관을 생각한 것이죠. 혹자한테는 이런 해설이 마치 결과를 모르고 억지로 갖다 붙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옛 책을 깊이 있게 읽다보면 옛 선인들이 일 손이 더 감에도 불구하고 시래기 하나에도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만들어 놓은 것은 그 바탕에 깊은 과학적 통찰이 깔려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다섯째, 우리의 선인들의 조리 문화가 서아시아로 전파되면서 밀가루로 빵이나 개떡을 만들어 먹는 것으로 변화를 겪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중앙아시아 유목인들이 사는 곳은 물도 적고 또한 적량의 물을 갖고 이동할 수도 없었으므로 안전한 조리를 위해 적은 량의 물로도 밀가루를 반죽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물이 적다 보니 그렇게 밀가루를 주식으로 하면서도 수제비나 칼 국수가 서쪽에는 없는 이유입니다. 다행히 양자강이남의 사람들은 정착민이고 물이 흔하니 국수를 만들 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이태리 피자는 마른 밀개떡에 반찬올려 놓은 것입니다. 우리는 물을 많이 쓰니 그냥 부침개로 해 먹습니다.
대체로 위와 같은 이유로 우리 음식문화에는 국물 문화가 발달했다고 판단됩니다.
한편 하나의 문화는 또 다른 문하를 변화시키듯이 우리의 국물 문화는 또 다른 면에서 특징을 나타나게 됩니다.
첫째, 탕이 발달하다보니 육류나 생선을 구워먹거나 날 것으로 먹는 면이 드뭅니다.
삼겹살 구이나 구운 닭 등이 유행한 것은 서구문화가 들어온 최근의 것이고 (옛날이라고 아주 없지는 않았을테지만), 생선도 대체로 탕이지만 시간과 재료가 부족하면 간단히 부뚜막의 남는 불을 이용하여 구워서 먹게 되었습니다.(날것으로 먹는 회도 역시 최근에 유행하게 된 것입니다. 종종 육회도 있습니다만 육회는 주로 육류를 잡는 사람들이 일하는 자리에서 새참으로 빨리 먹기 위한 이유가 가장 큽니다.)
둘째, 물을 많이 먹다 보니 당연한 결과로 차 문화가 없어지게 됩니다. 차는 술을 마시지 않고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목을 축이기 위해서 마시는 것이고 만일 말을 많이 하되 술을 마실 줄 아는 사람들은 막걸리로 목을 축였습니다. 식후에 먹는 입가심용으로도 숭늉을 먹게 되는데 이것 역시 쌀 한톨이라도 아끼려는 목적과 입가심이 합치되는 것입니다. 대신 물을 적게 먹는 다른 나라들은 차문화가 발달하게 됩니다. 미국인, 유럽인들, 서 아시아인, 중앙아시아인 인도인 중국인이나 일본인들까지 차를 많이 마시게 됩니다만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요즘에 갑자기 차를 마시는 이유는 생리적인 이유보다는 문화적인 이유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요즘은 우리 생리와 맞지 않게 물이나 차를 많이 마시게 되니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소위 물병(=습병) 이 많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습이란 자체가 모든 내과적 질환의 원인이기도 하고 또한 외과적 병증을 포함하여 모든 병증이 생기면 그 결과로 습병이 따라오니 결과적으로 2차 병증을 유발시키는 중요한 원인입니다. 습은 이렇게 중요한 개념이지만 의료권력이 서양의학이 독점하다시피하니 중요한 개념이 일반인들한테 퍼지지 않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기만 합니다. 습병은 대표적인 증상은 두통등 중풍을 포함한 뇌질환 부종 각종 물혹 고혈압 심부전 신부전 비염 매핵기 관절증상 위장장애 각종 근육병 등입니다.
어떤 문화이든 그 바탕에는 그 문화의 주체가 되는 사람이 있고 사람에는 그 삶들을 지속시키는 생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하나의 문화는 겉보기에는 그저 우연한 흐름같이 보여도 그 바탕에는 그 주체자들의 생리가 끊임없이 작용하는 것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인문사회학자들이 이 생리에 관해 무지내지는 무관심으로 문화적 흐름의 속성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함이 늘 안타깝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