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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노년들의 은퇴증후군 - 안면홍반

강남할아버지한의원 2014. 7. 18. 11:25

사람들의 병증도 시류를 탑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를 들자면 병증에 있어서 70년 대 이전의 시대와 현대와의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병인입니다. 전시대는 대부분의 증상이 허냉(쉽게 말해서 춥고 배고파서)에서 비롯된 것들이 대부분이라면 현대는 열습(쉽게 말해 잘먹고 편해서)에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이유로 아직도 옛날 시장가의 한약방에 다니시던 분들의 기억 속에는 보약이면 감초 대추 생강 인삼 계피 녹용 부자 등이 들어가는 것이 한약 혹은 보약인 줄 알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공이 떨어지는 일부의 한의사들조차도 개인의 병리를 구하지 못하고 아직도 여전히 한약처방이라면 습관적으로 생강과 대추를 넣기도 합니다. 그러한 온열한 기미를 갖고 있는 본초는 그 당시의 허하고 냉한 몸에 대충은 맞아들어갈 수가 있어 막말로 말해 힘들면 아무나 생강 대추를 다려 먹으면 힘이 나곤 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얼마나 우아한 모습으로 먹고 자느냐에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 세끼 잘 먹고 겨울에 따듯하고 여름에 시원하게 지냅니다. 그러다 보니 몸은 열하고 몸안의 습이 증가하여 몸안에서 뭉치는 병증이나 이 뭉친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각종 자가면역성 증상들이 많아졌습니다. 이런 병증을 이해하면 병리이해가 빠르고 또한 비록 본초의 기미를 알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꺼꾸로 가는 처방은 하지 않을 것인데 종종 치료가 막히면 자신만의 오랜 경력을 근거로 한의학을 탓하기만 하고 결코 자신의 미천한 공부를 돌아보지 못하는 한의학도를 볼 때 참으로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는 마치 건설현장에서 반세기를 보냈어도 십장도 되지 못하는 노동자가 제대로 공부한 건설기술사들의 설계나 시공을 의심하는 것과 같습니다.

공부에 앞서 이런 서두를 꺼내는 이유는 언젠가 테레비에도 나왔습니다만 소위 전문치료를 한다는 한의원(한방병원)에서 개인별 병증에 관한 병리나 처방이 막히거나 (혹은 개념 자체가 없거나) 바라는 바대로 호전이 안되면 치료과정에 양약인 스테로이드가 섞인 한약처방을 넣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뉴스가 나온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으니 요즘 서서히 그런 몰지각한 한의사들이 다시 나타날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들기도 합니다. 한편 그런 천박한 한의학도들가운데 양한방을 통일하자고 주장하며 마치 자신들이 진실로 인술을 베푸는(?) 것인양 포장하고 속으로는 양약을 대놓고 쓰자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 그런 주장의 허상을 미리 넘겨짚어 보는 이유도 있습니다.

이제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

요즘의 중년이나 노인들은 사회경제적으로 너무도 빠른 변화를 체험한 세대입니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눈으로 보지 않았으니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만 70년대만 하더라도 이 나라는 도시와 시골이 마치 현대와 고대가 공존하는 사회였습니다. 전보다는 나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배고픈 시절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자원을 소비하는 인구 수(5,60년대 생들)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었구요. 80년대에 들어서자 서구가 탈 공업화하여 정보산업 금융산업으로 들어서면서 제조업 하청공장과 해외걸설 노동시장으로서 아시아의 몇 나라들은 돈을 벌기 시작합니다.( 서구는 당시 4룡이라고 칭찬 반 비웃음 반으로 표현하였음). 이 나라도 당시는 인구 수가 계속 불어나고 있었고 돈도 계속 불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60대 넘어가는 노인들한테는 세상은 그저 계속 앞으로만 나아가는(비철학적인 부문에서) 것으로만 보아왔고 그것이 이미 감성화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데 컴퓨터가 발달하고 정보화가 급속으로 진행되자 참으로 믿지 못할 현실에 마주치게 됩니다.(물론 아직도 현실 자체를 인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쌀은 없는데 남은 사람이라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아기를 낳지 말아야 한다고 정부에서부터 떠들기 시작하더니 이젠 스스로 아기를 갖지 않으려 합니다. 왜냐하면 그 사이에 이미 이 나라는 무한경쟁사회로 진입하였고 아기들한테 그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어주기 위해서는 많은 자녀가 너무도 버거워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구는 줄어 수요도 줄어가는 현실에 더구나 노동집약적인 산업 중 제조나 서비스 관련업은 신기술로 대치되고 농업이나 단순 노동집약적인 공업은 다른 아시아 나라나 아프리카 나라로 이전되어 지금의 상황은 누구나 느끼다시피(현실을 몸으로 느껴도 현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끝없이 성장하는 듯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나이 6,70대 사람들이 당황하게 됩니다. 물론 50대도 그런데 그래도 오십대 전반부의 사람들은 그런대로 현실의 각박함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합니다만 6,70대는 이미 정서적으로 굳어져 작금의 현실을 감성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냥 여러가지 주변 탓으로 돌리거나  개인 운으로 돌리기도 합니다.

즉, 개인의 감성과 사회구조적인 변화 사이에 큰 거리가 생긴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주위에 너무도 많을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괴리에서 오는 병리적 증상이 하나의 유행병증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스스로 명백합니다.

크게 보면 그 괴리는 두가지 면에서 병증으로 나타납니다.
첫째가 정신적인 면이고 그 다음이 육체적인 면입니다.
전자는 소시민적인 유흥이고 이 부분은 각종 매체기자들이 눈 앞을 현란하게 함으로써 세상과 자신을 잊게 해주고, 후자는 어쩔 수 없이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데 강한(량이 아닌 속도에서) 양기(陽氣)를 가진 간과 심장이 항진되는 병증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주로 육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사람들은 은퇴적에 상위층에 있는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물론 개인마다 나타나는 증상의 범위는 매우 다양합니다. 예컨대 전자는 어떤 사람들한테는 콜라텍을 출입하게 되기도 하고 후자는 열받아 돌연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체로 하나의 흐름은 간심의 허열증상입니다. 이것을 필자는 이제부터 은퇴증후군이라고 이름을 붙이겠습니다.
  
아래 사례는 이 사회에 상위층에 속했던 분이 은퇴 후에 나타나는 간심의 허열 병증에 관한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전형적이란 말은 앞서 유행적 병증이란 말과 통하는 개념임을 다시 상기합니다. 은퇴증후군에 가장 흔한 증상은 불안증과 함께 얼굴에 홍반이 생기거나 충혈이 잘 되거나 머리에 비듬이 많아지는 것 등입니다.

1. 인적사항
ㅎ 0 0, 60대 중반, 남
중고위 연구직 공무원
과천시

2. 주소
은퇴후 서서히 얼굴에 뭔가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수개월 전부터 갑자기 얼굴 전체가 홍반이 가득하게 됨.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체중도 빠짐.

3. 부수증상
1) 혈압약을 10여년 째 복약하고 있다. (그러나 맥상으로는 여전히 저혈압임,)
2) 어지럽기도 하다.
3) 소변 횟수가 적다.(하루 3-4회)
4) 음식에 까다로운 편이다.
5) 부부관계는 없는 편이다.
6) 피부묘기증
7) 입안에 침이 많이 고인다.
8) 눈물이 자주 흐른다.

맥 : 현, 긴, 미부, 미실, 세, 약
설 : 질암홍 첨거태, 백미후, 치흔
흉복 : 큰 갈우, 상복부에 실핏줄이 발달
         우 CVA 타통

4. 변증
간간허울
심소심강
비대비강
폐미약
신평

5. 병리
1) 간울심소페허로 체질적으로 자가면역성 피부체질임.
2) 심리적 화가 간울 심화를 악화시킴. 참고로 이 사회에서는 은퇴는 단순히 돈벌이하고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고 권력, 권위, 사회적 지위, 가족내의 지위 상실을 동반함.
3) 열습이 열을 타고 얼굴로 몰려 얼굴 전체가 붉은 홍반으로 나타남.
4) 따라서 치료는 간심의 허열을 빼주는 것인데 허열이므로 열기는 사하되 혈은 보해야 함.

6. 치법
이수거습
소간발표
청열행혈

7. 투약및 결과

1차 투약
청열이수 위주

1차 결과
얼굴의 홍반이 절반이상 없어졌다.
관절통증은 거의 없어졌다.
혀에 침이 고이는 것이 절반정도 없어졌다.
눈물도 줄었다.
줄어든 체중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직 기립성 어지러움은 있다.

2차 투약
청열거어제 가미

2차 결과
홍반, 두통, 관절 등은 거의 없어졌다.
하초의 힘은 여전히 없다.
혈압약을 1/3을 줄여서 복약했지만 혈압이 오르지 않는다.
어지럼은 좀 나아졌다.

3차 투약
청열발표제 증가

3차 결과
그 동안 있어 왔던(그 전에 말하지 않았던 내용인) 협심증 증상이 훨신 줄었다.
하초에 힘이 들어가는지 아침에 발기가 된다.
혈압약은 2/3만 복약하는 데에도 혈압은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덕분에 혈류량 개선으로 어지럼증이 없다.

안면 홍반은 해결되었지만 혈압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계속 복약하기로 함.

4차 투약
행기제 가미

4차 결과
모든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 왔다.
혈압약은 이제 1/5만 복약한다. 그래도 혈압은 오르지 않는다. 다음 복약 후에는 완전히 끊을 예정이다.

배에(횡격만 부근) 나타났던 어두운 보라색의 모세혈관이 거의 없어져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다.
-> 아주 중요한 변화입니다. 이 기전을 스스로 생각해 보세요. 참고로 이런 모세혈관이 밖으로 발달하는 증상은 간경화에서도 나타납니다. 양방에서는 비가역적인 변화라고 알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비가역적인 변화가 가역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만일 한의학에 눈을 뜨면 지금의 양방이론중 많은 부분의 오류가 교정될 것입니다.


5차 투약
혈압약을 완전히 끊어가기 위해 복약을 지속하기로 했음.
이수거담제 증가.

현재 투약 중임.

후기

이 사례에서 말해주는 것 몇 가지를 정리해 봅니다.
1) 은퇴 후에 심리적인 고통은 비록 그 연원이 잘못된 사화관에서 비롯될지언정 일단 몸에 병증으로 나타나면 치료가 급하다는 것입니다. 방치하면 병증이 나타나는 방향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2) 고혈압은 혈류를 개선하면 바로 치료되는 증상입니다. 그러니까 혈압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몸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중요한 것입니다. 혈압약을 줄이자 바로 하초에 힘이 들어가고 아침에 발기되는 이유가 그런 것입니다.
3) 비가역적인 변화라도 그것이 완전히 구조화 되기 전이라면 한약치료로 되돌릴 수가 있습니다.
4) 치료기간에 환자와의 대화를 통하여 일반 사람들이 세뇌되어 이미 고착화된 개념을 돌려 놓으면 몸의 변화는 예상외로 빠르게 회복됩니다. 사례의 주인공은 연구가 주요한 일이 었으니 생리해설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바로 바로 이해할 수가 있었고 또한 스스로의 공부가 몸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끌고 가는 것에 공헌을 많이 한 경우입니다.

후기 2(10월 초)

고혈압약을 끊은 것을 지인에게 설득시키고자 지인과 함께 래원했습니다.
단골로 다니는 양의사한테 솔직하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나이든 분이라 양의학(혹은 동등한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허상)에 세뇌되다시피한 분이라 의심을 쉽게 버릴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한약으로 고혈압 다 치료했다고 하였더니 그럼 몇 번에 걸쳐 확인하자고 해서 몇달을 두고 다니면서 혈압을 체크했다고 합니다. 겨우 120/80 근처에서 왔다 갔다하고 때로는 저혈압으로 나오자 그 양의사가 더이상 혈압약을 드시지 말라고 말하면서 한약의 효과를 인정했다고 합니다.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씁슬했던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