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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학의 생활생리 - 설사는 왜 할까요?

강남하라비한의원 2014. 7. 23. 17:06

종종 사람들로 부터 설사에 관한 물음을 받습니다.
그러고 보니 너무도 흔한 물음에 대해 제대로 글을 쓰지 않았나 봅니다.

설사는 불편한 증상인데 과연 설사를 그치게 해야만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두어야 하는 것인지 알아봅시다. 그걸 판단하기 위해서는 설사가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병리를 먼저 알아야 할 것입니다.

1. 모든 설사의 기본적인 병리

어떤 종류의 설사라도 그 본질적인 병리는 몸 안에 있는 비생리적인 물질을 밖으로 내보내는 기전입니다.
따라서 설사시 인위적인 멈춤은 (병리를 고려하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 몸을 상하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왜? 설사가 나야만 하는가 입니다.

2. 병인 별 설사와 그에 대한 치료

설사의 모양을 보면 그 원인과 치료에 대한 기전을 알 수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죠? 이는 양방에서 혈액검사하는 것과는 겉보기에 매우 달라 보여도 실제로는 같습니다. 같은 점이란 몸 안의 물질을 눈으로 본다는 것인데 이게 가장 중요한 점입니다. 다만 다른 점은 혈액검사는 현미경이나 혹은 화학약을 이용한다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만 이것은 몸안의 물질을 눈으로 본다는 것에 비하면 그리 중요한 점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는 부분적으로 상세히 본다는 것인데 상세히 본다고 해서 본다 안본다의 차이를 넘어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소 엉뚱한 비유를 한 이유는 상당한 비율의 사람들이 부분적으로 상세히 본다는 것이 전체를 종합하여 본다는 것보다 더 가치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시각을 교정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가 숲의 생태,나아가 우리 삶과 숲과의 관계를 알기 위해서는 나뭇잎의 세포모양 보다는 숲의 형태, 나무모양, 잎모양을 이해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1) 병아리 색갈이 나는 노란 설사

이런 설사는 아기들한테 종종 나타나는 설사입니다. 아기들이 어떤 이유로 배에 한기(寒氣)가 들었을 때 생기는 설사입니다. 예컨대 물이나 찬 과일을 많이 먹었거나 혹은 배가 찬 공기중에 노출되었거나(이 때는 감기를 동반하겠죠?)  혹은 기미가 찬 항생제나 소염제를 먹었을 때입니다. 물론 성인들도 그럴 경우가 있습니다. 원인도 같습니다. 다만 성인이라 맥주나 막걸리 등을 연거퍼 마시게 되면 그럴 가능성이 조금 더 많아지는 것이죠. 한편 위장관이때로는 체온의 평균보다 낮거나 비위능력이 선천적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만 그런 경우는 아주 아주 특별한 경우일 뿐입니다.

원인이 위장관과 췌장 이자 간 등의 소화관이 냉하여 소화흡수 능력자체가 떨어져 생기는 설사입니다. 따라서 먹은 음식이 소화액과 섞이지 못하고 그대로 나오기도 합니다.(전문용어로 식곡리 라고 합니다.)

이런 설사가 지속되면 영양흡수가 절대적으로 모자라게 되니 몸에 힘이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설사는 속을 덥게 해주어 설사를 최대한 빨리 그치게 해주어야 합니다.

2) 갈색설사

갈색이 진할 수록 대장에 오래 머물러 있던 내용물입니다. 때로는 음주 등으로 내장에 작은 출혈이 있는 경우도 갈색이(초코렛 색이나 흑색) 진해지기도 합니다.

원인은 대장에서 흡수하는 내용물이 간이나 신장에서 걸러내기 어려울 때에 오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밖으로 내보내는 기전입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늘 그렇다면 변증시치해 근본원인을 없애 주어야 하고
가끔 그렇다면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설사의 특징은 설사를 하고나면 얼핏 힘이 없어보이지만 실제로는 몸이 개운합니다.
당연한 논리지만 이런 설사를 인위적으로 그치게 하면 간병이나 그 외의 속병이 나게됩니다.
양약 지사제 뿐 아니라 한약의 지사제( 병리상 잘 듣지는 않겠지만 육두구나 매실 혹은 감 등)도 피해야 합니다.

3) 쑥색설사

갈색이나 노랑색에 어두운 녹색이 들어간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간이 과로해서 쓸개즙이 과도하게 섞인 경우입니다.
여기에는 위에서 말한 설사의 이유와 간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 겹쳐졌기 때문입니다.
이 때도 설사를 그치게 해서는 안됩니다.
이런 경우는 간치료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4) 회색설사

드물지만 쑥색설사와는 반대로 쓸개즙이 전혀 섞이지 않은 변입니다.
바로 치료해 주어야 합니다.
이유는 간이 급격하게 기능이 떨어지거나 혹은 담석 등으로 담관이 막혀 있기 때문입니다.
황달이 생기고 복수가 차는 응급상황이 아니라면 그냥 한약처방으로 쉽게 치료됩니다. 담석도 역시 같이 치료됩니다..
물론 이 때도 지사제를 써서는 안됩니다.

5) 고름이나 코가 섞인 설사

장액이나 내장의 피부조직이 염증반응의 결과물로 변에 섞여 나오는 설사입니다.
원인은 다양합니다만 감염이나 상한 음식(감염이지만)입니다.

이는 마치 내장에 힘이 없어 과일껍질이 물러 벗겨지듯 내장의 피부가 벗겨져 그 체액이나 잔유물이 나오는 상태입니다. 예컨대 이질같은 장염이 오래가면 이런 증상이 보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그 원인을 없애주는 것이 급하기도 하고 동시에 장벽에 힘을 주는 것도 급합니다.

증상이 심하고 간이 튼실하다면 양약을 써도 좋습니다.
치료는 설사 자체는 구태여 그치게 하지 말아야 하고 동시에 곱똥(고름 섞인 똥)은 없애야 하니 이런 경우에는 한약처방의 지사처방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한약의 지사처방은 변을 인위로 막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운을 수렴하여 세포를 탄탄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예컨대 매실 혹은 감 같은 본초나 요즘은 불법이지만 양귀비 같은 본초 등입니다.

6) 위염 등의 한약치료 후의 설사

역류성식도염이나 위염 혹은 기타 위장관에 염증이 심한 분들이 한약을 복약하면 설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유는 한약처방이 소화관의 병증을 치료하는 과정에 필수적으로 생기는 염증부산물이 배출되는 과정에서 염증 부위의 부산물 뿐만 아니라 그 인근의 어혈이나 습담도 같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효율적인 통로가 대장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복부의 상태에 따라 빠르면 2,3일 정도에서 소화관이 크고 병증이 오래된 노인들은 길게가면 한 두 달까지도 설사를 하게 됩니다.

사실 이런 설사는 아주 중요한 기전을 말해주는데 바로 내장의 암을 예방해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기전을 모르는 당사자나 일부 한의사들은 이런 과정이 한약이 독하거나 몸에 맞지 않아서 생기는 것으로 종종 오해합니다. (실제로 한약재 중에 독한 한약은 오늘날 거의 유통되지 않습니다.)

물론 처방이 맞지 않아서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구분은 아주 간단합니다. 복진을 해보면 그렇게 설사를 하는데도 몸이 가벼워지거나 혹은 복부압통이 점점 줄어드면 이는 치료가 되는 호전반응이고 그냥 몸이 무겁기만 하고 먹을 때마다 토할 듯 하고(이건 꼭 들어감) 복부압통은 줄어듬이 없이 여전하다면 이는 처방이 안 맞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상세는 그 병리와 처방방향을 보아야 합니다만...)

3. 설사는 눈 코 입 귀도 하고 피부도 한다.

설사하는 기전을 이치를 따져 연장해보면 설사는 늘 항문으로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몸의 모든 구멍, 예컨대 눈 코 입 귀 자궁 피부 등도 위에 언급한 병리에 맞부닥치면 설사를 합니다.

검은색 덩어리 생리, 뭔가 들어갔을 때 나는 눈물이나 콧물, 재채기나 침, 갑작스럽게 많아진 귀지, 식은 땀 등은 실제로는 설사와 같은 병리인 것입니다. 다만 그 부위의 특징에 따라 음식물 찌꺼기나 담즙 혹은 장액대신 다른 체액이 나오기 때문에 설사로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백명이 모여 하얀 쌀밥을 같이 먹어도 나오는 똥(각종 피부로 나오는 똥 포함)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바로 이것이 개인의 체질적인 개성이거나 생리 혹은 병리인 것입니다.
늘 내 몸에서 나오는 것이 평소와 어떻게 다른 지를 눈여겨 보는 것이 건강관리의 가장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이런 기본은 행하지 않으면 정기검진조차도 무의미 합니다.   

한편 경험하신 분들은 알고 있겠지만 평소에 발에 무좀이나 습진이 있는 분들이 인공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게되면 한나절 쯤 지나면 바로 무좀 습진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역시 피부가 이미 염증환 된 부위를 통하여 관련 부위의 노폐물을 설사라는 과정으로 빼내는 기전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설사가 나면 설사를 그치게 하지 말고 왜(병리) 누가(어느 내장이) 문제가 되어 대장을 고생시키나 하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