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음식을 먹기 전에 기도합니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여러 민족들의 풍습가운데 음식을 들기 전에 그들의 신 - 주로 조상신이나 숲의 신 수신 산신 등에 감사의 기도를 합니다. 물론 기도하는 대상은 사람마다 혹은 문화권마다 다를 것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음식에 들어 있는 성분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아니 구태여 바쁜 세상에 이런 과정이 없어도 몸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1. 그런데 현대생활에도 이런 기도행위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하라비는 현대생활에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마음과 몸은 결코 따로 놀지 않기 때문입니다. 몸의 변화는 마음에 영향을 주고 역으로 마음의 변화는 몸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없어서 그렇지 실제로는 보통 사람들도 경험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전에는 양의학에서는 이런 상호영향을 부정해 왔습니다만 요즘은 비록 그 구체적인 인과관계는 몰라도 인정을 합니다. 그래서 그런 증상은 심신증( psychosomatic disorders ) 이라고 합니다. 심신증의 구체적인 병증은 외상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내과증상을 포함하니 실제로는 외상도 포함한 모든 병증에 마음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2. 선의학의 세계관으로 보는 음식의 기미 선의학의 기반이 되는 존재론은 심즉기 공즉시색 본질에서의 영혼백의 분화 등등 표현은 다르지만 본질적인 진리에서 시간과 공간이 생기고 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기(氣)라 하였습니다. 기의 형상 가운데 눈에 보이면 물질이고 눈에 보이지 않으면 요즘 개념으로 에너지로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역으로 어떤 물질에는 반드시 진리의 모습인 공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즉 마음이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마음이란 사람들의 마음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예컨대 길가에 서 있는 나무의 잎의 마음은 햇볕을 많이 쬐고자 하는 마음이 길을 걷는 사람들 마음보다는 더 많이 들어 있을 것입니다. 즉 나무 잎을 이루고 있는 물질과 사람의 세포 속에는 탄소라는 물질이 다 같이 들어 있지만 나뭇잎의 탄소분자의 마음과 우리 몸 속의 탄소분자의 마음은 이미 조금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종합하여 단위 성격으로 나타내는 감성을 기미(氣味)라고 하였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 이런 기미도 좋고 비록 기미를 모른다 해도 음식 속에 들어 있는 탄소를 생각해도 좋습니다. 예컨대 음식 속에 들어 있는 하나의 탄소는 우리의 몸보다도 무한에 가깝게 이곳 저곳 그리고 이 생명체 저 생명체를 윤회하면서 수 없이 많은 조각마음이 스며들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조각마음은 그 탄소를 자신의 몸안으로 들이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과 방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음식을 먹을 때는 현재의 자신보다도 더 오래동안 세상을 돌아다닌 탄소한테 자신의 마음을 전해주는 것이 나쁠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냥 이렇게 말하면 될 것입니다. 내 몸속에 들어가 내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방향으로 일해달라고요. 물론 이런 바람이 반드시 눈으로 나타나리는 보장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밥상 에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렇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 기를 받는 ) 행위가 손해 볼 것은 없을 것입니다. 물론 그런 수고가 싫은 사람이야 어쩔 수 없는 것이구요.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우주에 형상을 이룬 에너지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어딘가 어느 시간대에 반드시 물질화되어 현실이 되는 것만큼은 확실하다는 것입니다.이런 것을 불가에서는 업(카르마) 라고 부르나 봅니다. 3. 약도 마찬가지 입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약이나 음식이나 같습니다. 그러니 약을 만드는 사람들이나 약을 복약하시는 분들이나 같은 마음으로 대하면 약효는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4. 선의학에서 하는 음식과 관련된 기도와 종교나 기타 토속신 안에서 하는 기도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기도하는 마음은 같습니다. 그 마음이 깊어 서로 통한다면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다만 선의학에서는 기도의 대상이 바로 음식 자체입니다. 음식 자체에 친구처럼 말하고 음식 자체에 들어 있는 무한한 존재에 대하여 감사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말이 다를 뿐 종교의 대상과도 같은 뜻이기도 합니다. 다만 인식이 다른 것은 주종의 관계가 아니고 그냥 서로 다르지 않고 나와 전 우주가 동일하다는 개념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이런 마음이 어찌 음식이나 탕약에 그치겠습니까? 그 옛날 조상들과 진인들의 핏 속의 기운을 전해주는 공기, 온갖 약효를 다 먹은 물방울, 온갖 곳의 이야길 다 알고 있는 스치는 바람, 세상 모두에게 기운을 돋아주는 따사로운 햇볕, 금방이라도 말을 걸듯한 별빛 등이 다 그러합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마음을 조용히 하고 이들과 이야기 해볼 것을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