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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성탄절과 동아시아 음력설의 우주론

강남할아버지한의원 2014. 12. 25. 14:09

이 글을 쓰는 아침은 2014년 12월 25일 성탄절 아침이고 먼 산 위에 해가 막 오르기 시작할 때는 7시 56분 부터였습니다. 아침 해를 보고 하나의 송년부로서 글을 씁니다.

(글 시작)

동지가 엊그제니 이젠 밤보다는 낮이 길다. 음양으로 보면 태음이지만 그러나 이제는 양이 자라는 형국이니 생명의 탄생을 뜻한다. 그래서 이집트를 포함한 서아시아에서는 동지 근처를 위인들의 탄생일로 삼는가 보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는 자연의 절기와 사람의 생명활동과는 조금 차이를 두었다. 즉 절기는 자연의 순환인 태양의 순환에 두고 그대로 농사에 써먹고 있지만 그러나 사람의 생명활동이 시작하는 탄생의 의미는 좀 더 시간이 흐른 - 즉 3절기 뒤인 입춘에 두었다. 그래서 입춘 근처에 있는 설날을 우리 삶의 탄생으로 여긴다. 이건 태양의 활동에 달의 활동을 가미해 사람의 생활에 맞게 보정한 것이 바로 음력이라는 개념이다. 그래서 동아시아는 음력설이 한해의 시작을 뜻하고 서아시아문명의 영향을 받은 서양은 성탄절이 한해의 시작을 뜻한다.

음력설은 음양으로 보면 태음에서 조금 지난 시기인데 이걸 조금 세분하여 말해보면, 음양을 다시 음양으로 나누면 4괘가 되는데 현실생활에서는 그렇게 기계적인 분석으로 접근하지 않고 (옛 의서를 보이듯이) 6단계로 나누었다. 예컨대 소음- 태음- 궐음-소양-양명-태양 이란 이름을 붙여 음양의 성쇠를 구분했다.

소음은 음이 이미 시작하여 강한 상태이고
태음은 음이 가장 성한 듯 해보이나 이미 속에서 양이 자라는 상태이고
궐음은 음이 아주 쇠하는 상태로 만일 이 부분에서 양이 강해지지 않으면 그 생명체는 죽음에 이르고 만일 이 부분에서 양이 강해지면 그 생명체는 다시 순환하는 개념으로서의 음의 단계다.
순환을 따르면 바로 양은 강해지는 것이니 이 때가 소양이고
양명이란 속과 겉이 다 같이 양이 아주 강한 상태를 말한다.
태양은 겉보기에는 양이 강해도 이미 속은 추진력이 떨어져 음이 자라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니까 동아시아의 탄생은 자연보다는 사람의 생활에 중점을 두어 자연의 양이 시작하는 태음에서 시작하는게 아니라(동지근처) 바로 동지보다 3절기 뒤인 입춘근처인 음력설에서부터 시작한다.(소양, 즉 계절로는 봄이고 성장으로 보면 아이들 시기를 뜻한다.)

참고로 6음양을 계절에 대응시켜보면
소양은 2,3,4월, 양명은 5,6,7월 태양은 8,9,10월 소음은 7,8,9월 태음은 10,11,12월 궐음은 1,2,3월이 된다. 이것 역시 이해를 돕기 위한 분석이고 양과 음은 늘 같이 있는 것이니 무엇을 이해하려고 하는가에 따라 표현은 달라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실없는 얘기가 되겠지만 항상 글자에 대한 몰입이나 개념에 대한 명확한 선을 긋기 좋아하는 한의학도들이 공부는 많이 해도 이치를 깨우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학문에 대한 기본개념(대상에 대한 이해)과 학문하는 방법론(글자나 개념정리)을 혼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즉 대상에 대한 접근하는 방법이 논리적이면 곧 바로 대상에 대한 이해가 될 것으로 혼동한다는 듯이다.  

우리 삶에 기반을 둔 계절로 보면 지금은 비록 동지를 지났지만 아직은 봄이 아닌거다. 그러나 아무리 음이 강해도 거기에는 반드시 양이 들어있음은 확실하다. 다만 때가 있을 뿐이다. 걱정되는 것은 봄을 맞이하려면 서서히 눈을 뜨려고 해야 한다. 그래야 볼(=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캄캄하다고 해서 영원히 해가 뜨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잠만 잔다면 나중에 남들이 깨울 때 당혹스러울 거다. 물론 문제는 자신은 깨어나서 열심히 일한다고 확신하는데 남이 보기에는 잠을 자고 있는 상태 즉, 자신이 꿈속에 있는 줄 모르는 사람들일거다.

벌거벗은 임금님을 볼 수 있는 어린 아이의 눈을 가지면 정말 세상이 제대로 보인다. 지금 이 순간부터 순진해지자. 세상을 향한 순진한 궁금증, 순진스런 물음, 바로 이것이 필요한 때가 이미 한참을 왔다.

(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