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의 돌팔이란 말이 있는데 그 어원은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돌팔이 의미와 발음을 생각해 보니 돌아다니면서 뭔가 대충 대충 파는, 그래서 책임도 물을 수 없는 그런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돌(돌아다니다) 팔(팔다) 이(사람)으로 추정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영어는 어떤가 찾아보니 희한하게도 같은 뜻을 갖고 있습니다. 즉 영어로는 quack 이라고 하는데 이 말 뜻도 찾아보니 길거리에서 "골라, 골라" 하면서 연고제같은 약파는 사람을 뜻하는 네델란드 말에서 온 것이라고 하니 사람사는 모습은 동서양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자격미달인 사람이 얕은 지식정보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사람을 통칭하여 돌팔이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의료계에서는 사이비 의료인을 가리킵니다. 물론 사이비라고 해서 늘 잘못된 것만 파는 것은 아닙니다. 정보가 전혀 없는 사람들한테는 비록 가벼운 정보라도 때로는 그런대로 가치가 있는 법입니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인식해서 지적질을 해도 좋은 경우와 해서는 안되는 경우를 구별하지 못하는 데에 있습니다. 사람이란 누구나 그럴 수 있듯이 정보가 부족한 사람들을 상대로 좀 아는 척 하다보면 종종 자신을 전문가로 착각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알게 모르게 매사에 뭔가는 꼭 아는체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빠지게 되면 그 때부터는 거짓말도 서슴없이 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의 거짓말은 자신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말이 꼭 맞는 말 같이 느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되실 것입니다.)
소위 민간의료 혹은 민속의학 등등의 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사실상 전부 이런 예에 속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위에서 말한 내용을 누구보다도 자신들이 더 잘 이해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이 종종 경험했었기 때문입니다. 한편 오지나 고립된 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종종 만나는 의료적인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의료정보를 쌓다보면 단편적인 의료정보가 곧 바로 자신의 교범이 되어 자신이 지금 어디에서 헤메이는 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그런 폐쇄된 시공간에서 벗어나서도 자신의 습기를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습기는 주위 사람들에게뿐 아니라 소위 SNS 상에서도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얼토당토않는 얘기를 서슴없이 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이렇게 습관화되다 보니 주위에 누군가 몸이 불편해하면 당장 뭔가 해주고 싶어서 안달하거나 혹은 의료기관에 가서도 특별히 해주는 것이 없으면 당연히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불만을 터뜨리곤 합니다.
매체에 뉴스에 나오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기본적인 프로 정신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에 뭔가 서두르지 않을 때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임을 돌팔이들 뿐 아니라 돌팔이 말에 부화뇌동하는 일반인들도 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늘 듣는 흔한 예이지만 요 며칠 사이에도 들었던 내용을 나열해 보면(말투에는왜 한의사가 이런 상식적인 것도 모르냐는 분위기가 배어 있는 듯한) ;
- 애들은 녹용 먹는 것이 아니잖아요?
- 왜 돼지고기나 밀가루를 먹지 말라고 말씀안하시죠?
- 얼음찜질 하는 거 아닌가요?(얼음찜질을 많이 해서 이미 관절에 동상이 생긴 한 생활지도인이 하는 말)
- 속 안좋은데 당장 무슨 약이라도 먹여야 하는 것 아닌가요?
- 발 접찔렀는데 아프진 않아요. 근데 사진찍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이외에 많은 예를 일일히 나열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위에 사례만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은
1) 전문가라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을 일반인이 이런거 너도 아냐라고 묻고 있는 것들, 이는 마치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이 수학교수한테 동급생들이 어려워했지만 자신은 용케 해낸 기억이 남아 있는 곱셈 나눗셈을 아느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2) 자신의 정보가 근거없음을 모르는, 그러나 조금만 생각하면 바로 터무니 없는 정보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돼지고기나 밀가루 얘기인데 이건 한약이 발달한 대륙사람들의 주식인데 그 사람들이 한약먹기 위해서 주식을 포기할까 생각해 보면 답이 금방 나오는 것이죠.(실제로 의서에 그런 말은 없습니다.)
3) 병리가 설명되지 않는 상태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응급조치를 모든 경우에 적용하려는 응급조치는 위험한 것입니다.
4) 일단 병증이 생기면 바로 아무 약이라도 먹여야 한다는 생각은 참으로 위험합니다. 그 전에 병증에 대해 그 이치를 생각하고 치료해야 할 것과 그냥 두어야 할 것(이것도 치료입니다.)을 구분하는 눈이 먼저입니다. 요즘 교양엄마들의 천박한 지식으로 애들이 열나면 해열제, 설사하면 지사제, 배아프면 소화제, 결막염이나 비염이 있으면 소염제, 체했다고 하면 사관을 따는 것 등은 진실로 엄중하게 생각해야할 생활정보입니다.
5) 발 좀 접질렀다고 사진을 찍을 필요는 없습니다.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갈 정도면 이미 그 정도가 심한 상태이니 피하출혈이 있거나 혹은 이미 몸이 많이 약해진 상태이거나 입니다. 그러므로 건강보험으로 값싸게 사진을 찍는다고해서 사소한 병증에도 툭하면 사진을 찍게 되면 그 만큼 암에 노출될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입니다.
일단 주위에 갑자기 병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으면, 응급상황이(아주 심하게 통증을 호소하거나 혹은 정신을 잃거나 혹은 몸 자체를 움직일 수 없거나 혹은 피를 많이 흘리거나 등등) 아니라면 그냥 하루 정도는 관찰을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증상을 지속적으로 호소하면 전문가에 맡기면 됩니다. 어설픈 의료정보를 바탕으로 잘못된 처치를 직접 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