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종편에서 방송대학 프로를 보는데 강릉 커피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내용 중에 커피의 역사를 잠시 보여주면서 우리 나라에서는 커피를 양탕국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커피의 옛 이름이 막연히 청나라에서 붙였던 이름인 가배(珈琲 : 커피를 소리나는대로 한자로 쓴 것이 珈琲인데 이것을 다시우리말로 읽으면 가배가 된다.) 라 생각했는데 의외입니다. 방송에서는 고종이 커피를 좋아해서 이름을 양탕국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양은 서양, 탕은 끓인 것, 국은 건데기를 우려낸 물이란 뜻입니다.
이런 말들은 그 당시 처음 본 대상에 대한 우리 감성이 그대로 녹아 있는 말이라 우리의 의식의 흐름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탕국이란 말도 있고 탕약이란 말도 있었는데 약처럼 쓰디 쓴 커피에 탕약이란 말을 붙이지 않았던 이유는 당시에 외국인들이 늘 먹으니 약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그냥 국으로 받아들였나 봅니다. 한편 고종이 가배란 말을 모를 수는 없었을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식으로 양탕국이라고 불렀다는 것 자체가 은근히 고종의 자주적인 마음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전에도 차란 말도 있었는데 커피차라고 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방송에서는 그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데 당시에 커피를 만드는 장면을 재현시켜주는 화면에서 왜 차라는 말을 붙이지 않고 국이란 말을 붙였는지 추정이 가능합니다.
즉, 당시에는 커피를 끓이는 방법이 커피알하고 설탕을 넣고 오랫동안 끓인 후에 그냥 마셨는데, 그야말로 이런 조리법은 탕국이지 물에 타먹는 차하고는 근본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국이란 말을 붙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탕국재료가 서양에서 온 것이니 양탕국이 된 것입니다.
고종과 같은 개념으로 요즘 우리가 흔하게 먹는 음식물에 이름을 붙인다면, 오렌지 쥬스는 양귤냉국이 될겁니다(서양귤로 만든 냉국) 피자는 양개떡이 될 것이고, 인도의 또디(맞나요?)는 천축개떡 중앙아시아나 아랍의 밀개떡은 서역개떡 콜라는 뭐라할까요? 양당냉국일까요?(당은 달다는 뜻) 그러면 사이다는 양당냉수가 될 것입니다. 불란서나 독일 빵은 양떡, 케익은 양당떡 등등 요즘에 들어오는 각종 어려운 외국 식품도 우리 정서에 맞게 이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커피에 관한 2007년도에 쓴글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한 것인데 1985년에 예멘지식인한테 들었던 내용입니다. 즉 커피는 시원지인 예멘에서는 환약초로 쓰였다는 내용인데 아래에 링크겁니다.
http://www.harabiclinic.com/list/view.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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