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비의 자연 프로를 보면 늙은 사자들의 얼굴을 가까이 보여주는 장면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얼굴에는 한결같이 적지않은 상흔이 새겨져있습니다.
이것은 비록 사자라도 사냥감은 마지막까지는 저항한다는 뜻이고
또 하나는 늙을 수록 그 상흔은 많아질 수 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그 생채기는 늙은 사자의 삶이 쉽지 않았음을 입증해주는 흔적입니다.
이런 흔적은 다른 동물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육식을하지 않는 하마나 물소같은 경우도 몸에는 여기 저기 상흔이 보입니다.
즉 지구 위에 어느 삶이든 오래동안 살아간다는 것은 늘 생명의 위험을 그 만큼 오랫동안 안고 가는 것입니다.
사람도 역시 그러합니다.
사자의 입주위에 해당하는 사람의 일하는 부위는 손입니다.
따라서 늙은 사람의 손은 거칠어지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또한 정상입니다.
그 거침은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한 삶의 흔적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나이가 들어도 손이 고운 늙은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를 보고 사람들이 말하기를 좋은 집안에 태어나서 편하게 살아온 것을 부럽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삶은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이유는 사람이 형체를 갖고 이승에 태어나는 이유는 영적으로 진화하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린시절부터 늙을 때가지 어떤 고생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영적인 진화의 과정이 없었다는 말이 됩니다.
예컨대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라는 고생을 안하고 편히 다닌다면 구태여 학교에 다닐 이유가 없습니다.
개인의 상황과 업과 영적인 진화 수준에 따라 이승의 삶에서 그 고달픔이나 고생은 다양할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무언가 육체를 움직이고 마음도 고민 속에서 생각과 판단을 해보고 감성도 희노애락을 모두 겪어야 진화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요즘 매체나 혹은 매체를 통해서 나오는 연예인이나 혹은 무작위로 나오는 일반 사람들이 마치 젊은 것에 대한 추종이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풍조는 얼핏보면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그러나 조금 깊이 생각해보면 이런 경향 자체가 한국인들이 의식적으로는 가장 싫어하는 물신주의에 이미 젖어있는 듯해 보입니다. 역으로 말하면 이 땅에서 아무리 종교가 유행해도 정작 종교에서 지향하는 영적인 발달은 전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삶에 의미나 가치에 대한 생각은 점점 옅어지고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에 관심을 두게 되다보니 희망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시키는 경우가 안타깝게도 세계 1등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어린 아이들의 얼굴에는 자연스러운 생기와 호기심이 돌아야 합니다.
청년의 얼굴에는 욕망과 의지가 보여야 하구요,
장년의 얼굴에는 고뇌와 여유가 동시에 나타나야 하구요,
늙은이의 얼굴에는 주름살과 흰머리 그리고 세상을 보는 깊은 눈길이 느껴져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책을 많이 읽었다고 혹은 재주가 뛰어나다고 혹은 돈이 많다고 혹은 종교적 수련을 많이 했다고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냥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과 성실함이 늙은이의 눈빛을 만들어 줍니다. 예컨대 가방끈이 짧아 글을 몰라도 한 가지 일에 오랜 세월 몰두하다보면 저절로 그 일에 대한 이치가 깨우쳐지고 그런 깨우침은 다른 분야에 까지 퍼지게 됩니다. 그래서 소위 손에 굳은 살이 박힌 장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말과 표정에는 어떤 경건함이 흘러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나이들어가면서 노동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고
얼굴에 주름잡히는 것을 가리려 하지말고
한 숨쉬는 것을 ( 한숨이란 한 박자 더 여유있게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아쉬워하지 말고
계절의 변화를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하게 되면
이것이 수련이자 동시에 최고의 섭생입니다.
그리고 절로 후손을 위한 덕을 쌓고 복을 짓는 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