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체조라는 운동을 배워왔고 또 지겨울 정도로 많이 했습니다.
맨손체조 혹은 우리한테는 아마도 모든 국민이 해야 하는 운동이란 뜻으로 국민체조란 이름이 붙은 운동입니다.
그런데 수없이 해온 운동임에도 매번 그 순서가 몸에 배지 않아서 한 번씩은 헷갈리기도 합니다.
특히 학생 때 대규모 운동회 등 집단으로 체조를 할 때는 순서를 잊을까 조마조마하면서 그리고 옆의 사람들을 훔쳐보면서 율동을 맞추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나이 든 요즘도 어쩌다 국민체조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는 하나 여전히 순서도 그렇고 손발의 움직임도 박자를 맞추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마치 진리처럼 받아들여온 국민체조가 정말 좋은 최선의 운동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에 대한 생각을 풀어봅니다.
우선 운동이란 말 자체를 음미해 봅시다.
운( 運 )이란 일정한 궤도를 뜻하고 동 (動 ) 이란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운동이란 말이 언제부터 쓰였는지는 알아보지는 못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19세기에는 운동이란 말이 널리 쓰인 것은 사실입니다. 동아시아의 고전에 있었거나 혹은 서구의 movement나 exercise를 번역할 때 만든 말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이 운동이라 말 자체에는 이미 동아시아의 생리가 들어간 개념이란 것입니다. 즉 쉽게 말해서 한의학의 생리가 들어있는 말이란 것이죠.
한의학 생리의 본질은 기 흐름인데 이 기흐름이 아무 데나 막 흘러가는 것은 아니고 몸 안에 혹은 몸 안팎으로 일정한 궤도 ( 즉 경락 ) 를 따라 흐른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몸을 움직인다는 동이 같이 붙어 있는 이유는 몸을 움직여 경락의 흐름을 좋게 한다 혹은 몸의 움직임을 좋게 하기 위하여 기를 경락이라는 궤도에 맞추어 운행한다는 뜻이 들어있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동아시아의 운동이란 개념은 기흐름을 좋게 하여 몸을 건강하게 한다는 뜻이지 요즘의 매체에서 말하는 근육을 크게 하거나 혹은 몸 기술을 연마한다는 뜻은 아니란 것입니다.
서세동점 이후 서구도 일방적인 침략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영향을( 예컨대 대륙의 태극권 )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인지는 몰라도 근세에 이르러서야 서구에서도 남녀노소가 모두가 할 수 있는 맨손체조가 만들어집니다. 물론 실마리는 동아시아에서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응용은 아마도 해부학적인 의료정보가 바탕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 결과가 오늘날의 체조이고 이 체조는 다시 각 나라의 전문가들에 의해 조금씩은 변형되었을 것입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체조를 말하기 전에 일단 지금의 국민체조의 순서를 나열해보면,
다리 운동 → 팔 운동 → 목 운동 → 가슴 운동 → 옆구리 운동 → 등배 운동 → 몸통 운동 → 띔뛰기 운동 → 팔다리 운동하고 다시 반복 그리고 마지막에 → 숨쉬기 운동인데 이 순서를 생리적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1) 심장에서 공간적으로 거리가 먼 곳부터 움직여 심장 근처로 그리고 다시 심장 아래의 복부로 가고 그리고 전신운동에 정점이 되었다가 차분히 정리하는 순서입니다.
2) 물론 사지가 불편한 사람은 적당히 응용해야 합니다.
3) 음악이나 구령에 맞추어 하려면 나이 든 사람은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4) 한창나이에는 이 운동 자체가 너무 가볍게 느껴지고 또한 순서를 무시하고 아무 운동이나 해도 전혀 부담되지 않을 정도이나 노인들한테는 처음부터 다리와 팔을 움직이는 것은 생리적으로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필자는 보다 생리적으로 무리가 없는 운동 순서를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우선 순서는
가벼운( = 운동량이 충분히 적은 ) 목운동
가벼운 가슴운동
가벼운 팔운동
가벼운 허리운동( 등배운동 포함)
가벼운 옆구리 운동
가벼운 골반운동
가벼운 다리운동
가벼운 발목운동
가벼운 뜀뛰기운동과 전신 신장운동을 하고
다음에는 각자의 체력에 맞추어 강도를 조절하여 반복합니다.
이 순서의 생리적 이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갓난아기가 움직일 때 가장 먼저 힘이 들어가는 부위부터 움직인다는 것
2) 생리적으로 심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시작해야 혈류가 자연스럽다는 것
3) 움직이는 근육이 크거나 많은 곳에서부터 점점 작고 정교해지는 순서대로
4) 머리와 체간을 먼저 움직여 에너지 발산의 기본기관인 오장의 기운을 자연스럽게 발산시키고
5) 특히 나이가 들어 기혈의 흐름이나 오장의 힘이 약해진 노인들은 처음부터 다리에 힘을 주거나 앉았다 일어나는 운동은 무리가 갈 수 있으니 맨 나중에 말초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사람마다 운동의 속도나 강도는 차이는 있어야 할 것입니다.
누군가 이런 필자의 관점, 즉 생리적으로 자연스러운 체조를 다듬어 주기를 기대합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