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되면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기운이 없는 것입니다.
물론 노인 가운데 근육이 튼실하면 근육이 없는 젊은이들보다도 물리적인 힘은 더 셉니다.
그러나 근육이 튼실한 노인이라고 하더라도 근육 없는 젊은이들한테서 느끼는 힘이 솟는 느낌은 없습니다.
이유는 늙으면 생체에서의 에너지 생산능력이 떨어지기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이라는 피할 수 없는 삶의 현장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생각은 많아지게 됩니다. 물론 젊은 사람들처럼 밤새우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한시도 쉬지 않고 본인과 주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살아온 경험이 있으니 생각하는 범위가 크고 또한 상황 판단이 자신의 젊었을 때보다는 낫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생각하는 자체가 에너지 소모가 크다는 것입니다. 근육을 움직이지 않고 생각만 하니 마치 몸이 피로하지 않을 거라는 예상은 분명히 잘 못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두뇌에는 몸에서 가장 많은 모새혈관이 분포되어 있는데 이는 바로 에너지 소모가 단위세포당 그만큼 많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생각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바로 에너지 소모입니다. 즉 뇌의 피로인 것입니다.
뇌에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은 노폐물을 배출하고 새로운 에너지원을 공급한다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서 기운을 담고 있는 피가 가고 대사가 끝나 노폐물이 있는 피는 나가는 - 소위 순환이 원활해야 합니다. 그런데 들어오는 피가 모자라거나 기운을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하면 얼굴에 핏기가 없거나 어지럽거나 합니다만 반대로 종종 나가는 피가 바로 빠지지 못하면 두뇌의 혈류량이 적체되어 혈관이 팽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로 인해 혈압도 높아질 것입니다. 결국은 머리의 순환이 막히면 위험한 순간이 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인체에서는 이런 위험에 대응하게 됩니다. 위험을 피하기 위한 여러 방법 가운데 혈관이 팽창되어 뇌혈관이 터질 듯한 경우에 압력을 줄이기 위해 뇌혈관 가운데 뇌속이 아닌 얼굴 부위의 혈관을 터트리는 것은 확실한 예방이 됩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주로 코 점막이나 귀 그리고 안구 등에서 피가 나게 됩니다.
즉 이런 출혈은 운나쁜 것이 아닌 진정으로 운이 좋은 경우 라고 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뇌출혈을 예방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사례를 들면,
전에 지주막하 출혈로 고생하셨던 노인이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최근에 갑자기 콧속이 간지러워서 손가락으로 쑤셨다니 코피가 나오는데 엄청나게 쏟아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상님께 감사드려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만일 코피가 터지지 않았다면 전처럼 뇌속에 있는 혈관에서 터지게 될 텐데 그러면 이번에는 힘들었을 것이라구요.
처방을 해드리면서 제발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표정이 조금 굳어지십니다.
더 묻기가 거시기해서 적당히 분위기를 돌렸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 몸이 위기시에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기전을 발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어떤 이유로 이러한 방어기전이 무너지면 위험은 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방어기전이 작동되게 하기 위하여 오장의 개성을 변증한 한약처방은 늘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