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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어머니가 되는 이유와 씨앗과 땅의 관리에 대하여

강남할아버지한의원 2019. 8. 2. 16:11

주로 서쪽 나라들의 이야기들 가운데 땅은 어머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유는 다들 생각하는 바와 같이 땅에서 우리들의 먹을거리가 나오니 결국은 우리는 땅에 의해 생리적 성장을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생활에서 식물을 기르다 보면 화분에서 기를 때와 땅에서 기를 때가 그 식물의 생명력이나 성장이 확연하게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나아가 같은 땅이라고 하더라도 온실에서와 노지에서의 생명력이 다르고 또한 거름기가 많은 곳과 거름기가 적은 곳의 생명력의 차이도 뚜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생육하는 과정에서 엄마의 몸 상태가 중요하듯이 식물의 - 나아가 생명현상을 식물에 의존하는 동물들마저도 - 성장발육은 뿌리를 내리는 땅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 땅은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라는 말은 합당합니다.



그런데 땅이 어머니라면 땅의 상대적인 개념인 하늘은 아버지라고 불러야 할 것인데 이 부분은 조금 표현이 약한듯합니다. 물론 기독교인들이 기도할 때 아버지하느님 이란 표현에서 하늘이 아버지로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동아시아는 어떨까요?
동아시아는 상대적인 사물에 대해 음양으로 인식하다 보니 땅은 음 하늘은 양이란 개념으로 우주공간을 구분합니다. 음양으로 보면 엄마는 음 아빠는 양이니 이를 연관시켜보면 당연히 땅은 어머니 하늘은 아버지로 인식될 수밖에 없습니다.
음양이란 개념은 음은 기흐름이 느리고 양은 빠릅니다. 따라서 어머니는 가정을 지키는 편이고 아버지는 외부로 돌아다니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이런 음양의 흐름이라는 인식 체계로 보면 명심보감에 나와 있는 父生我身 母育我身 이란 구절이 이해가 갑니다. 필자도 어렸을 때 이 구절을 보고 이건 뭔가 말이 안 된다고 오랫동안 생각했었습니다. 명심보감이란 책이 좋은 말만 모아놓은 것이지만 이런 표현은 가부장적인 유교사회에서 남자의 위치를 추겨올리는 의도로 해석해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음양론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자 이 말의 의미가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즉 밭에 씨를 뿌리는 것은 남자이고( 정자로 수정) 그 씨앗이 자라게 하고 성장시키는 것은 여자이니까요.(잉태 )
그리고 덧붙이자면 남자는 밖으로 돌아다니니 ( = 양 ) 여기저기 씨를 뿌리고 여자는 잉태하여 집안을 지키는 것 (=음)이 일반적인 사회현상인데 이것 역시 음양론에 합치합니다. 더구나

남자는 활동성을 이용하여 경쟁자와 다투어야 하니 자신의 씨를 보존하기 위하여 집안의 체제를 만들어 여자를 보호하게 되니 그 단위 집안체제를 우리는 아직도 씨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씨는 남자의 성으로 이어가는 것입니다.

사람은 비록 아버지의 씨를 받았지만 그러나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생리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어머니의 영향을 오랫동안 받을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도 일생을 살아가는 감성적인 영향을 이린 시절부터 어머니로부터 받게 됩니다. 그러다 점점 더 사회적 훈련을 받으면서 독립적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죠. 결국 아버지는 씨앗만 주고( 부생 아신) 그 씨앗이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주는 일은 어머니와의 생활입니다.( = 모육아신 이죠)

식물이 땅속에 뿌리를 내리면 일단은 잘 자라는 조건을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렇다고 하늘에서 바람과 비 그리고 햇볕이 없다면 성장이 충분하지 못합니다. 같은 이치로 어머니가 생리적, 감성적인 바탕을 만들어 준다고는 하지만 사회라는 시공에 독립된 인격체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적절한 자극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물론 개인에 따라 의지가 강한 경우에는 스스로 다 갖출 수는 있습니다만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에는 아버지의 자극이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수저론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치의 연장선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이치의 연장선이 바람직 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식물이 열매를 맺는 과정을 년년히 살펴보면 식물들이 해걸이를 합니다.
일 년은 열매가 많고 그 다음 해는 열매가 적어지기 때문에 농산물을 상업적으로 재배하는 경우에는 해걸이를 상쇄시키기 위해 비료를 주게 됩니다. 왜냐하면 열매를 맺는 일은 그만큼 땅기운을 빼앗아가기 때문에 땅에 없어진 영양을 보충해주어야 하기 때문이죠. 사람도 동물도 같은 이치가 적용될 것입니다. 다만 사람이나 동물은 영양이 모자라면 스스로 움직여 이를 보충하려는 경향을 나타낼 것입니다. 그러나

환경이 여의치 않다거나 혹은 몸의 생리상태가 이런 활동에 제한을 주게 된다면 당연히 이를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사람은 동물에 비해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왜냐하면 지혜가 발달했기 때문이죠.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임부의 몸 상태가 불안하면 ( 실제로 옛날에는 영양부족과 추운 날씨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 수명을 살기는 어려웠었습니다.) 이를 위해 약처방을 발달시켜 왔습니다. 예컨대 한의학에서 가장 널리 참고하는 처방집인

"방약합편"에서도 전반부는 일반적인 성인용 처방이지만 후반부는 임산부를 위한 처방들이 나열되어 있는 것이 이를 뒷밭 침해 주는 증좌입니다.

요즘 농사일을 살펴보면 씨앗 관리와 밭 관리가 아주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옛날에 비해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를 우리 삶에 그대로 투영시켜보면 후손을 위해 씨앗 관리와 밭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씨앗 관리는 정자가 튼실하게 몸의 생리적 활성도를 올리는 것이고 밭 관리는 엄마의 몸을 겨울에 밑거름 주고 봄에 씨를 뿌리고 난 후에도 웃거름을 주듯이 임신 준비부터 출산 이후까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무조건적인 영양공급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균형 있는 생리활동이 필요한 것입니다.

위의 활동성을 올리는 방법에는 한약처방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식물의 종류에 따라 씨앗 관리가 다르고 밑거름과 웃거름이 다르 듯이 그 사람의 체질과 환경에 따라 기미에 맞는 처방이 필요한 것입니다. 옛날에는 비록 사대부 집안이 아니더라도 이런 교육이 생활로 이어오던 내용인데 이 사회가 고난을 겪고 또한 잘못된 자기비하적인 인식으로 인해 이런 정보가 마치 특정한 사람들한테만 공유되거나 혹은 반대로 무가치하게 보이는 세상살이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