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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열(虛熱) 이란? 쉬운 말로 표현해보자.

강남하라비한의원 2020. 2. 14. 15:37

1. 허열과 실열

허열이란 말은 한의학도가 아니더라도 흔하게 듣는 말입니다.
허열이란 말이 있으면 실열이라는 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일상에서나 임상에서나 허열이나 실열에 대해 정확한 구분을 짓기가 쉽지 않은 탓으로 종종 애매한 개념으로 쓰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허와 실이란 말 자체가 분명히 반대의 개념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거죠.

제번하고요,
허열은 내 몸 안의 에너지 생산기관인 오장이 항진되어 생기는 열이란 뜻입니다.
그렇다면 항진되는 원인을 알아야 허실의 구분도 명확해질 것입니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하여 우리 생활에서 늘 보는 자동차에 비유해보겠습니다.
차가 언덕을 오를 때나 혹은 차 안에 사람이 많이 탔을 때 엔진 회전수가 ( 알피엠이라고 하나요? ) 평소보다 올라갑니다. 그 이유는 그런 경우 과부하가 걸리니 엔진이 에너지를 더 많이 생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해야 할 때, 에너지 생산기관인 오장이 항진되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 급격한 상황은 아니나 그러나 오래 지속될 때, 우리는 허열이라고 부릅니다.
이때 체온계로 재면 체온의 변화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본인 스스로는 내부에서 열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열은 실제로 열이 나서 체온계로 재면 체온이 바로 올라가는 열입니다.
예를 들면 그 항진되는 강도가 아주 강하여 전신에 열이 팍팍 나는 경우를 실열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유행성 열병에 걸리거나 혹은 허열 상태가 오래 지속되어 웬만한 항진으로는( 야근으로 생각하시면 이해가 더 쉬울 것입니다.) 그 병리를 막아낼 수 없을 때 과도한 항진이 필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2. 허열과 실열의 병리

우리는 몸에 병증이 생기면 바로 어떤 약이란 감성이 먼저 생깁니다.
당장 치료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매체에 의해 누누이 세뇌된 - 병원균은 죽여야 한다는 감성화된 개념의 영향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병원균은 죽이지 않아도 내 몸에서는 이미 그런 병원균 내지는 기타의 원인들을 극복하기 위한 기전이 가동되기 시작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 일단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바로 그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바로 열입니다. 허열이든 실열이든 구분 없이 둘 다 적극적인 생리적 표현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열이 나면 열을 내린다는 생각보다는 먼저 그전에 왜 열이 날까?라는 이치를 한번 더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접하는 외부 환경에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병원균이나 바이러스 혹은 작은 생명체 혹은 노폐물들이 있습니다. 즉 우리는 아무리 맑은 하늘 아무리 맑은 물속이라도 우리 몸에 병리적인 원인이 되는 환경 속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금방 병증에 걸려 죽지 않습니다. 아무리 독한 병원균이라고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이유는 우리 몸에서 그런 환경에 대응하여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한의학 용어로 원기라고 합니다.) 갖고 태어났고 그리고 성장하면서 원기를 지속적으로 길러오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런 능력이 없으면 사람은, 나아가 모든 생명체는 일찍부터 사멸되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부분은 바로 원기를 바로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생활섭생도 필요한 것이고요.

자, 외부로부터 혹은 때로는 내부로부터 이런 병리적인 요인이 생겼을 때, 원기가 강하면 아무런 흔적도 없이 지나갑니다. 그러나 원기가 약해졌거나 혹은 외부의 나쁜 기운( 사기라고 부릅니다.) 이 강하면 이를 막아내기 위하여 오장을 평소보다 많이 가동해야 ( = 항진시켜 ) 합니다. 그러다 보면 대사가 활발해지면서 열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 열의 정도에 따라 허열이 될 수도 있고 실열도 될 수 있습니다.

대체로 허열은 강도가 약한 대신 지속적입니다. 지속적이란 말에는 구조적이란 말이 됩니다.
따라서 허열은 전신성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컨대 심장이 상대적으로 약한 체질인 경우 몸을 유지하기 위하여 심장은 늘 과로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가슴에는 열이 늘차게 되고 상대적으로 손발은 차가워지게 됩니다.( 이 부분의 인과관계는 생략합니다. ) 그러다 이 허열로서는 병리의 진행을 막기 어렵게 되면 그때는 항진의 정도를 심하게 올리게 되면 그때는 실열이라고 부릅니다. ( 이 실열 속에는 이미 허열의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

그에 비해 실열은 급격하게 오르고 전신적인 경우가 많고 그리고 체온계로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유행성 독감 같은 경우입니다. 갑작스럽게 전신을 항진시키니까요.
때로는 실열이 부분적일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넘어져 팔을 다쳐서 피가 나고 염증이 진행되면 상처 부위에서는 열이 많아집니다. 그렇다고 심한 상태가 아니라면 전신에 열이 퍼지는 것은 아니고 상처주위만 그렇게 열이 오릅니다. 즉 실열은 부분적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허열과 실열의 치료 원칙

허열이든 실열이든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열은 열입니다.
그러니까 열은 에너지이므로 아직은 몸 안의 원기가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원기가 많이 손상되면 허열조차도 생기지 않습니다. 예컨대 노인분들이 통증( 통증에는 열이 동반됨)을 잘 모르는 경우는 그만큼 원기가 손상되었다는 뜻입니다. 비록 중풍이라고 하더라도요.

허열의 문제는 구조적이고 지속적이므로 오장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오장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치료 원칙이 되는 것입니다. 양방치료는 글쎄요입니다. 예컨대 비염을 소염제로 치료되는 하지만 치료가 안되는 이치를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실열의 문제는 오장이 지나치게 항진되면 그로 인해 노폐물 생산이 많아지게 되고 그러면 순환에 장애가 생겨 새로운 에너지원이 공급되기 어렵습니다. 이런 과정을 양방 관점에서 보면 염증이 점점 더 악화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방에서는 실열의 문제는 청열( 열을 내리는 것)과 거담(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것)을 동시에 하게 됩니다. 양방에서는 염증 자체를 억제하거나 혹은 병원균이 원인일 경우 병원균 자체를 죽이는 것입니다. 양방의 치료는 바로 효과가 보일 수는 있는데 노폐물에 제거되지 않게 되므로 (물론 남아 있는 원기로 스스로 노폐물을 제거하게 되면 상관없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위에서 말했듯이 영양물질이 조달이 안되어 염증은 점점 더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4. 허열과 실열의 구분

유행병 전염으로 전신에서 열이 나거나 외부의 자극으로 염증화가 되는 경우는 비록 국부적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이 실열입니다.
그러나 내부적인 문제로 생기는 (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개념까지는 없고 그냥 저절로 생기는 ) 증상들은 거의가 허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허열과 실열은 정도의 차이일 뿐 섞여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정도가 심할 경우는 처방에 유의해야 합니다.
예컨대 전신 아토피인 경우, 전신의 피부에서 염증이 진행되므로 오장은 항진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실제로 체온계로 잴 때 체열이 올라갑니다. 그런 경우에도 위장관은 아주 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있는 연료를 다 소모시키니 속이 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 열을 돋우는 처방은 피부염증을 더욱 돋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차게 해주는 처방은 속을 더욱 냉하게 만들어 줄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허열과 실열의 악순환을 만들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처방의 정교함은 물론이거니와 환자 스스로의 생활섭생도 아주 중요합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손발이 차디찬 사람한테 (이런 경우는 100프로 심장열이 가득합니다. ) 열을 올려주는 처방을 하는 경우가 종종 보이는데 이는 참으로 위험한 경우입니다. 왜냐하면 가슴의 허열을 더욱 올려주어 감당하기 어렵게 되면 갑자기 실열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체의 변화는 너무 다양해서 허열이더라도 오래된 경우에는 열을 꺼주는 처방에도 오히려 속열이 더 나올 수는 있습니다. 마치 달구어진 쇳덩이에 물을 대면 수증이가 확 퍼지는 것처럼 열이 더 퍼져 보이는 것이죠. 그런 경우는 인체의 기전에 변화가 오면 새로운 기전에 적응하기 위하여 일시적인 항진이( 열이 더 남)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심한 증상의 경우는 일주일 혹은 길면 한 달 정도 가기도 합니다. (대체로 예외적인 사례이나 이런 예외적인 사례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요)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