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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와 라면국물은 찰떡 궁합

강남할아버지한의원 2007. 1. 23. 11:58
보통 사람들이 특별한 일이 있어 저녁을 밖에서 먹고자 할 때 양식당을 찾는 경우는 아마도 이런 경우가 아닐까요? 모임의 성격이 조금은 공식적인 분위기를 띄우거나 혹은 젊은 남녀들이 데이트하면서 주위에 신경을 뺏기지 않기 위해 혹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날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을 때라든지 하여간 평시와는 뭔가 다를 때 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메뉴나 식당 분위기가 집안의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는 것처럼 편한 것도 아니고 가격도 비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와서는 라면국물을 찾게 됩니다. 비싼 저녁에 비하면 라면국물로 마지막을 마무리해야 하는 것이 특별한 날의 기분을 흐트려 놓기도 합니다. 이런 부조화를 불만스러워 하면서도 라면국물을 찾게되는 이유는 거의가 속이 느글거려서 그렇다고 말합니다.

속이 느글거리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화기가 약한데다 오랫동안 고추에 익숙해진 터라 속을 무겁게 만드는 양식이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양식메뉴의 구성을 보면 빵과 고기와 치즈와 감자 버섯 오이피클 샐러드등이 대부분인데 이런 메뉴는 그 구성 성분(成分)으로 보면 영양이 풍부한 것으로 들어 있겠지만 그러나 그 재료들이 우리 몸에서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기운인 기미(氣味)로 보면 대부분이 기의 흐름을 느리게 하거나 수렴하는 것들입니다.

라면 국물은 매운 기미로 기를 발산시켜 위장관의 기운을 북돋우고 동시에 물로 위의 소화액이 밀가루나 고기 사이로 침투시키게 만들면 위의 부담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면 뱃속에 개운한 느낌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개운한 느낌이란 말그대로 열리고(開) 운행하여(運) 소화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음식에는 고유한 기미가 있습니다. 기미란 화학식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와 내몸을 이어 흐르는 생명력의 변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음식을 성분으로 분석하면 음식이 화학식으로 표현되는 무생물로 느껴집니다만 그러나 기미로 받아들이면 하나의 생명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예컨대 토마토를 성분으로 보면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음식이 될수 있겠지만 기미로 보면 토마토는 속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내 몸에서 흐르는 기의 방향과 토마토가 내주는 기의 흐름이 서로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옛 부터 우리 조상은 이 기미를 잘 이용하여 우리들에게 맞는 먹거리를 만들어 왔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전통음식이 그런 것들입니다. 다만 소위 궁중음식이라고 하여 각종 영양가 많은 음식들은 양식과 마찬가지로 우리 몸을 무겁게 만드는 것들이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대표적인 음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예컨대 콩을 메주나 청국장으로 만들어 먹는 이유를 기미로 보면 콩의 기미는 차지도 않고 따뜻하지도 않지만 기운이 뭉치게 하는 습성이 있어 몸에 습담이 잘생기는 사람들에는 부담이 됩니다. 이련 경우에 발효를 시키게 되면 콩의 기운이 활동적으로 변하여 몸에 습담을 만드는 것을 피해주게 됩니다.

라면이 이 나라 사람들의 주요한 간식재료로 자리잡은 것은 라면제조회사들이 이 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입맛(기미)를 잘 이해한 탓이라고 봅니다. 요즘에 대중매체를 통하여 몸에 좋다는 음식재료들이 너무도 범람하고 있는데 기미를 이해하면 어떤 경우에는 어떤 음식을 취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미 전통적으로 자리잡은 메뉴는 어떤 목적으로 발전되어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기미를 아는 양식당 주인이 있다면 스테이크 코스에 매운 김치국물을 곁드릴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