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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보는 한의학의 간주근(肝主筋)의 생리

강남하라비한의원 2023. 1. 10. 16:52

한의학의 생리나 병리는 얕은 얼핏 보면 참으로 엉성하고 체계가 없어 보입니다. 일반인은 당연히 그럴 것이고 한의학도 조차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생리나 병리이론은 양방으로 이해 내지는 외우고 처방은 한약처방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아마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어쨌든 이해하고 응용한다는 것은 좋은 것인데 정작 문제는 몸에 대해 자신이 이해한 것과 자신의 처방이 서로 통하지 않는 데에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감기라 하더라도 증상만 듣고서는 마황탕 소청룡탕 이진탕 불환금정기산 소시호탕 시경반하탕 갈근탕 쌍화탕... 등등의 적어도 수 십 가지의 처방을 골라야 하는 상황 속에 헤매는 것이 현실입니다. 만일 환자의 몸 상태를 상세하게 이해하고 위에 나열한 처방의 기미를 제대로 이해하면 처방을 고른다는 상황 자체가 필요 없는 것이죠. 왜냐하면 최적의 처방은 그 범위가 최소화되어야 하니까요.

그러면 위와 같은 현실은 한방의 생리와 병리의 이론적인 불합리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필자가 보기에는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세상의 모든 이론은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엉성한 이론을 합리화시켜서도 절대 안 될 것입니다. 다만 우리는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찾아가는 공부인이니 합리성이 높은 이론을 찾아가는 것일 뿐입니다.

한의학의 생리론은 포괄적이기에 단순합니다. 즉 상세하고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죠. 다만 개개의 임상에서의 응용은 의자가 생리론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응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의자의 실력이 황제의 스승인 기백처럼 스승이 되기도 하고( 醫師 ) 그냥 단순 전문직인 의사 (醫士)가 되기도 하고 의업을 매개로 사업인인(醫事) 되기도 하고 못난 의사가(庸醫) 되기도 합니다.

들어가는 글부터 길고 좀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한방생리에 대해서 이해를 높이자는 의도입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한방생리는 거시적이고 포괄적이어서 미시적이고 생화학적인 상세를 구하려는 이한테는 어려울지는 몰라도 의자가 환자의 몸과 마음의 전체를 이해하는 데에는 매우 본질적이고 체계적입니다.

여기서 생리론의 전체를 말하기는 어렵고 그 가운데 널리 알려진 단어인 간주근(肝主筋)이란 생리론을 알기 쉽게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간주근이란 간이 근육의 주인이란 말이니 근육의 병리는 간에서 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잠깐 비유해 봅니다.

돈 버는 가장은 돈 쓰는 아이들을 관리하게 (=주관하게) 됩니다. 아이가 구멍가게서 사탕을 사 먹든지 뽑기를 하는 것까지는 가장이 어쩔 수 없지만 그러나 큰 범위에서 애들한테 주는 용돈의 한계는 정하게 되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같은 이치로 우리 몸에서 돈을 버는 부위는 오장이고 그중에서도 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돈을 쓰는 아이에 해당하는 부위는 뇌나 근육 그리고 여러 작은 기관들입니다.

그러니 만일 근육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우선 적으로 간을 편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설사 다쳐서 근육이 손상되어 있을 경우에도 여전히 간이 우선이 됩니다. 그 이유는 간에서 다친 근육의 회복에 필요한 모든 물질을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한의학 이론으로 설명하면 간은 음장으로 몸에 필요한 음분(陰分)을 생산하는 장이기 때문에 손상 부위를 회복시키는 데에 필요한 음분 ( = 혈분의 기로서는 영기 )을 보해 주어야 하므로 당연히 간을 편히 해주어야 하고

양방 이론으로 설명하면 간은 화학공장이라고 부르듯이 역시 미세한 영양 작용과 회복에 필요한 세포적인 물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간주근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그러니까 근육과 관련된 부분은 어떤 경우라도 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발목 접지는 곳에서부터 전신 곳곳의 근육통 그리고 근육 마비 혹은 중풍 등으로 근육운동이 통제가 안되는 경우 등 모든 증상에 평간( = 간을 평안하게 해주는 ) 은 기본이라는 것이죠.

그다음은 어떻게 평간을 해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은 좀 더 전문적인 공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개별적인 변증이 필요하고요. (아마 양방 이론에 한약처방을 쓰는 분들이 바로 이 부분에서 막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만일 양방 이론을 이용하여 한약처방을 내리려 한다면 일단 양방 이론 자체를 한방이론으로 재해석해야 처방이 가능할 것입니다. 예컨대 고열이라고 할지라도 이것을 한방이론을 바꾸기 위해서는 속이 냉한 고열인지 속과 겉이 동시에 나오는 고열인지 혹은 상체만 고열인지 아니면 국부적인 고열인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것이 현실 상황에서는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

평간이란 결국은 간이 일을 잘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가장이 돈을 잘 벌어오도록 해주는 것이죠.

그런데 애들이 아프거나 어쩔 수 없이 고액과외라도 해야만 한다면 가정의 평화를 위해 돈이 많이 써야 하니 결국은 가장은 일을 더 많이 해야 합니다. 만일 그런 상황에서 가장이 일을 더 많이 하지 않으면 가정의 평화는 깨질 것입니다. 가장은 잠이 모자라도 소위 투잡이라도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정상적인 가장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간도(오장) 마찬가지입니다. 몸이 어딘가 불편하여 간이 일을 많이 해야 한다면 간은 피로해집니다. 그런 현상이 양방적으로는 간수치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죠. 여기서 흘려버리지 말아야 할 부분은 간수치가 높아졌다고 간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간이 평소보다 일을 더 많이 한다는 뜻이지 결코 간병인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이런 변화가 정상적인 가장이 할 일이라는 것이죠. 다만 간수치가 올라간 것은 정작 간을 피로하게 해주는 이유가 몸의 다른 부위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일 뿐입니다. 마치 심장이 빨리 뛰는 이유는 몸의 어딘가에서 피를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지 심장에 병이 들어서 그런 것이 아니듯이요.

바로 수치 변화의 원인이 되는 이러한 부분들을 찾아서 간수치를 낮추어주거나 맥박수를 줄여주는 처방 이론이 바로 한의학 병리론의 변증시치론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눈을 뜨게 되면 바로 한의학의 체계나 이론에 경탄을 금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간주근이라는 한 단어만을 칙 뿌리 씹듯이 자꾸 씹다 보면 창문은 작은데 창문을 통해서 보는 세상이 한없이 넓어 보이듯이 한의학이 가없는 하늘같이 보일 것입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