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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내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린답니다.

강남하라비한의원 2023. 5. 16. 16:25

오장 가운데 심장은 근육 운동을 하는 장입니다. 보통은 내장은 갈비뼈 안에 있고 음의 성격을 갖고 있어 비록 근육 운동을 하더라도 겉보기에는 조용합니다. 그런데 드물게 보입니다만 심장이 크게 뛰는 상태가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우선은 본인 스스로 느끼지만 심하면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박동의 움직임 감각적으로 느껴지곤 합니다. 때로는 복대동맥이 뛰는 모습이 배 위의 옷이 앞으로 나왔다가 들어가는 움직임을 반복하기도 합니다.(복대동맥 항진증이라고 부르더군요)

물론 이런 증상 자체가 부정맥임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그러나 생리에 대한 지식이 짧은 보통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구나 혹은 전에도 그랬는데 그냥 지나가더라 하는 인식으로 이 증상의 심각성을 알지 못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증상은 아주 심각한 증상입니다. 왜냐하면 언제라도 돌연사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흘러서 비록 그런 증상이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의 병리적인 문제는 남아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증상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보통은 두근거림이나 동맥항진증 혹은 한의학 용어로 동계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그 강도와 증상의 깊이에 따라 미래의 심장 병증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곤 합니다.

수년 전의 사례입니다. (8113, ㅂ ㄱ ㅅ)

하루는 20대 후반의 청년이 전신소양증으로 래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방에서는 아주 간단한 증상이고 치료 또한 간단하지만 나이가 젊어서 그런지 가려울 때마다 양약을 먹어 잠시 증상을 가라앉히기를 근 10년 가까이 지나왔습니다. 문제는 이제는 양약을 먹어도 가려움증은 가라앉지 않고 점점 더 심화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고생하다 한방으로 눈을 돌려보자고 해서 찾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더 심각한 심장에 있었습니다.

분당 맥박수는 100회를 넘어가고 숨차고 두근거리고 무엇보다도 친구들이 자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린다고 한다는 것입니다. 가려움증이야 불편한 증상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심장의 항진은 언제라도 돌연사가 예상되는 증상이니 필자로서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단 심장 증상에 대해 말해주었지만 젊은 사람한테는 그것은 귀에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가려움증만 가려앉혀주기를 원합니다. 물론 그것도 치료해 줄 것이지만 문제는 지금 당장 위험한 상태에서 벗어나야 하니 생활섭생부터 고쳐야 한다고 그리고 오늘 밤이라도 응급실에 갈 수 있음을 잊지 말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부수 증상으로는

- 소변빈삭

- 등에 모낭염

- 내의가 누렇게 변하는 증상

- 머리에 다한

- 박동 불안정으로 가다가 쉬는 부정맥

- 탈모

- 맥은 빠르고 크고 실하고

설은 어두운색에 설태가 가득하고

복은 단단하고 등에는 여드름이 가득한 상태였습니다.

변증은 간울이 심하고 심장의 허열도 심하고 그리고 구강이 잘 붓는 비염 체질이었습니다.

따라서 심장 항진의 원인은 전신의 습담인데 특히 뇌혈관이 습담으로 혈액순환부진으로 뇌출혈 등의 긴급한 상황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아마도 미세한 뇌출혈을 지금도 지속되고 있고 그러다 한 번 큰 게 터지면 정말 위험한 상태라는 직감이었습니다.

본인이 싫어하는 전신소양증이나 머리의 다한은 그런 습담을 배출시키기 위한 몸에서의 방어적인 조치인데 양약으로 그러한 발산을 수 년 간 막아 왔으니 이제는 몸도 비상 상황이 되어 양약이 듣지 않은 지경에 이르른 것입니다.

처방은 습담을 없애주는 것이 위주가 되어야 하겠죠.

약 보름 후에는 맥박수가 80대로 덜어지고 가려움증도 대부분 줄고 다만 등과 팔에만 심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한 달 후에는 심장이 뛰는 것이 스스로도 느껴지지 않는다 합니다.

물론 맥박수는 여전히 80대였고요

두 달 후에는 등가 팔에 가끔씩 가려움이 나타났다 없어진다고 합니다. 물론 그 사이 양약은 끊었다고 합니다.

세 달 후에는 배가 단단했던 것이 많이 부드러워지고 맥박수도 70대로 떨어졌습니다. 물론 혀도 작아졌지요.

그리고 복약을 끝냈었는데 필자로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왜냐하면 아직은 심장이 안정된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당해 환자는 일단 가장 힘들어했던 가려움증이 없어지자 모든 증상이 다 사라진 것으로 판단하였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예상대로 수 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래원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소양증은 없는데 불안증과 다한증으로 온 것입니다.

즉, 바로 우려했던 심장 증상이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그리고 치료받고 (여전히 충분하지는 않고 좀 안정되면 자신의 증상을 잊어버리는...) 또 증상이 나타나면 또다시 오는 그런 현상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다시 왔을 때 심장의 항진증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당시의 뇌 부위의 병리는 확실하게( 이 부분은 본인도 모르고 양방의 사진으로도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필자의 병리적 추론으로 보면 거의 확실한 병변임) 없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필자로서는 이 분을 볼 때마다 아하 이 사람! 하고 감회가 새롭지만 정작 본인은 어떤 위험이 지나갔었는지 모르고 그냥 가려움증을 고쳐주신 분하고 지나가겠죠. 세상일이란 늘 그렇듯이 이 또한 삶의 소소한 풍경입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