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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본 한사(寒邪)로 인한 병증사례

강남할아버지한의원 2021. 1. 28. 13:11
찬 기운은 몸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주의하려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마도 현대의 생활이 전에 비해 따듯하고 잘 먹는 환경이라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옛날에는 따뜻한 겨울나기란 상상도 못했던 생활환경이었죠. 예컨대 필자의 어린 시절만 해도 겨울에는 방에 연탄 한 장으로 창호지 문과 얇은 벽돌로 된 방안을 덥혀야 했었습니다. 그러니 겨울에는 방안에 있는 요강이 어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그래서 누구네 집은 불이 잘 들어온다( 방고래가 잘 되어서 ) 하는 소문이 나면 이웃집 아줌마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그 집으로 몰려들곤 했었습니다. 물론 아랫목에는 이불이 깔려 있어 발을 넣고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먼 얘기 같아도 지금 나이가 50줄에 든 사람들은 대부분이 어렴풋이 기억이 날 것입니다.
그리고 70년대에 들어와 연탄보일러가 크게 유행하고 그리고 80년대 후반에 들어와 아파트가 널리 퍼지게 되어 혹독한 겨울 추위란 개념이 옅어졌습니다.

그런데 필자가 어렸을 때인 6-70년대에는 동네에서 아주 가끔 환갑잔치가 벌어졌었습니다. 왜냐하면 잔치는 돈도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 당시는 환갑 전에 많은 사람들이 생을 마감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춥고 배고픔이 가장 큰 것이었습니다.

지금 보면 춥고 배고픔이 별거 아닌 듯해도 막상 그런 상황을 당해보면 그것이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알게 됩니다. 전방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이 말을 조금은 이해가 갈 것입니다.

배고픔이야 지속되면 죽는다는 것은 체험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추위도 그렇다는 것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그런 환경에 노출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종종 뜻하지 않게 가을밤이나 겨울에 야외에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만일 그때 찬 기운에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몸에는 정말로 깊은 상처처럼 남습니다.

약 2천 년에 한의학의 최초의 임상서인 "상한론"이란 제목의 책이 있는데 그 내용은 찬 기운에 몸이 상했을 때의 병리와 처방을 기록한 것입니다. 제목 자체가 상한론이라고 한 것은 그 당시의 많은 사람이 외상보다는 찬 기운에 노출되어 병을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겨울에 웃통 벗는 실없는 객기를 보이지 말고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입니다.

한사가 얼마나 무서운지 좀 더 가까운 사례를 들어 추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합니다.
3 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이 있었습니다.
그 전해 12월부터 추위가 와서 그해 연초부터 정말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행사를 위해 참여했던 공연 참가자들 가운데 반드시 건강에 문제 있을 것이란 것은 맘속으로 예측은 했었지만 최근에 우연히 병증으로 고생한 분들의 소식을 듣고 보니 공통점이 평창올림픽을 위해 열심히 뛴 분들이었고 예측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까움으로 남습니다.

어느 방송인은 시력이 위태롭고( 그 정도라면 몸의 다른 부위도 많이 약해졌을 것입니다. )
어느 분은 돌아가시기도 했고
가까운 지인 중의 한 분은 이후에 체력이 너무 많이 떨어졌고( 물론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또 다른 지인은 이후에 심장수술을 해야 했고
그리고 알려지지는 않았겠지만 참가자 중 적잖은 분들이 중풍이나 기타 기저질환이 악화되었을 것입니다.
( 거기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분의 얘기를 들어보니 파카를 겹으로 끼어입어도 너무너무 추웠다고 합니다. )

이는 옛 문헌의 말대로 상한(傷寒)입니다. (요즘 개념으로 체온 유지에 너무도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니까요)
상한이 되면 가장 먼저 몸조리를 해야 하는데 이후에 추위를 벗어나니 몸에 대한 관리는 저절로 무시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번 몸에 깊이 남겨진 상처는 없어지지 않듯이 상한도 몸에 남습니다.

여러분들도 겨울에는 각종 놀이도 좋지만 반드시 양볼을 덮는 모자를 쓰고 찬 기운이 살 속까지 퍼져들어오지 않도록 충분히 보온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상한이라고 생각되면 꼭 한약치료를 받기를 권합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