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공감

운동은 몸을 건강하게 해준다는 착각에 대하여

강남할아버지한의원 2024. 8. 30. 14:02
소위 영어로 말하면 well-being 붐을 타고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은 정도를 지나 이제는 생활의 필수적인 활동으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생활의 편이와 IT로 대표되는 기술의 발달은 평균 수명을 급격히 늘어나게 하는 반면에 경제 활동에서는 은퇴를 빨리하도록 강요하는 이율배반적인 현상이 바로 우리 눈앞에 오래전부터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나이 들어서 가족들에게 정신적, 물질적인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나아가 자신의 활기찬 노년을 위해서도 건강하게 산다는 것이 과거 어느 때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필자 역시 운동을 좋아했던 편이라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는 우선 감성적으로 반갑습니다.
그러나 모든 면에는 좋은 면이 있으면 나쁜 면도 따라오게 돼있으므로 운동에 대한 명암도 한번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운동을 한방적인 관점에서 풀어보고 운동과 건강과의 관계가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있는지를 알아봅시다.
운동이란 말은 기를 순환시킨다는 운(運)과 몸을 움직인다는 동(動)이 합쳐진 것으로 뜻을 붙여 해석하면 기를 순환시켜 몸을 움직인다는 것이며 동시에 몸을 움직여 기를 순환시킨다 것입니다. 한의학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몸을 움직여서 기운을 돌린다고 해석하는 것이 보다 더 이해가 쉬울 것 같아 여기에 근거하여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한의학에서는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기가 먼저 가고 그리고 혈이 따라가고 그 이후에야 근육이 움직이는 것인데 이런 개념은 한의학에 숙달된 사람들만이 수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몸의 최소 단위는 세포입니다. 그리고 세포 안에는 역시 우리 몸 전체와 같이 하나의 생명체로서 세포에 영양과 물 그리고 공기를 주고 배출하는 기능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다만 세포 안의 구조는 다르겠죠. 즉 구조는 달라도 호흡하고 영양을 흡수하고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기능은 우리 몸 전체와 같습니다.
우리가 운동을 한다는 것은 근육의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과정인데 근육 세포의 에너지가 소모되면 세포들도 생명을 이어가기 위하여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영양을 흡수하고 배출하면서 그 과정에서 호흡도 하게 됩니다. 결국 운동은 우리가 소홀히 하고 있던 세포들에게 일을 시킴으로서 늘 새로운 기운을 받고 탁한 기운은 내뿜도록 해주는 것이죠.. 이렇게 기운이 돌아가면 세포가 활성화되면 생명력이 강해지니 몸 전체가 건강하게 됩니다. 그래서 운동은 건강한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활동이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기운을 돌리는 데에는 또한 기(氣 =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외부적인 요인으로서 적당한 온도나 습기 그리고 기를 만들어 주는 영양이 필요하고 내부적으로는 기의 순환을 명령하는 열려있는 마음이 필요한 것입니다. 운동은 이러한 요소를 갖춘 이후에나 의미가 있습니다. 만일 이러한 요소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을 하게 되면 기는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고 노폐물의 형상으로 쌓이게 되어 피로를 누적시키게 되는데 그러한 상태를 그 정도에 따라 기체(氣滯) 담음(痰飮) 어혈(瘀血) 정손(精損) 등으로 표시합니다.
예컨대 심장 능력이 다른 장부에 비해 떨어지는 사람이 심장에 부담이 큰 운동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비록 멋있게 보이는 근육은 생기겠지만 심장에는 어혈이 쌓이게 되어 심하며 마치 다리근육이 쥐가 나듯이 굳어져 소위 돌연사를 당할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심하게 근육운동하는 사람들의 사고 소식들을 종종 접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운동을 무리하게 하는 경우입니다. 운동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 것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면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운동도 되니 일석이조가 됩니다만 만일 몸은 달리고 있는데 머릿속은 어떤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득 차 있다면 오장 중 간(肝)이 쉽게 망가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스트레스는 에너지 소모가 크고 지속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심장뿐 아니라 간에 과부하가 크게 걸리는 것이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체력과 건강을 같은 의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운동은 체력 즉 골격근의 활동성은 증가시키지만 그러나 건강은 생명력의 본질인 오장의 균형인데 운동이 때로는 이 균형에 대해 매우 부정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건강하면 체력이 좋지만 체력이 좋다고 해서 건강한 것은 아닙니다. 마치 자동차가 힘이 세다고 해서 고장이 안 나는 것은 아닌 것과 같습니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작은 승용차보다는 대형 트럭이 고장이 더 잘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힘이 세기 때문에 그만큼 무리한 일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주위에서도 보면 늘 골골대는 할머니는 오래 사시고 힘 좋은 아저씨는 일찍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바로 체력보다는 오장의 균형이 건강에는 보다 본질적이라는 것입니다.
참고로 우리의 옛 조상들은 수련의 한 방편으로 무술을 연마할 때는 약을 복용하고 주먹이나 팔꿈치, 발 등에 바르기도 하였습니다. 신선의 몸이 아니 평범한 사람의 몸으로서는 호흡 수련 만으로는 운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술 수련 시에는 동반될 수밖에 없는 몸속에 어혈을 풀어주기 위해 수시로 약을 먹고 또 외부에 바르고 하였던 것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그냥 파스나 부항만 알뿐 탕약을 복약하는 것은 모를 겁니다. 그러나 필자의 젊은 시절에는 이런 예를 흔하게 보아왔었고 아직도 무협지에는 소위 영약이라는 표현으로 남아있습니다.)
웰빙에 대해서는 - 즉 건강에 대해서는 단군 시대 이전부터 동아시아에 내려오는 선가(仙家)의 지혜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통하는데 이런 선대의 지혜를 제대로 전하는 이가 거의 없고 또한 전하고자 해도 정보의 홍수 속에 묻혀버리고 더구나 상업성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의 단편적인 건강 상식들보다는 유혹성이 전혀 없어 많은 사람들에게 멀리 떨어져 있거나 반대로 몇몇 사람들에게는 맹목적으로 신비화되어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무리한 운동은 만병통치가 아니라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으니 몸에서 어떤 불편을 호소할 때 “이 정도는 내가 이겨 낼 수 있어.” 하는 교만함 혹은 무지한 오기를 버리고 사소해 보이는 그 불편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