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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화전에서 수술은 떼어버리고 하세요.

강남하라비한의원 2021. 4. 15. 10:18
요즘은 음식을 만들어 내보일 때 이뻐 보이게 하는 차림이 유독합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음식이 맛도 있고 보기에도 좋으면 바랄 나위 없습니다.
다만 음식 차림에 멋내는 데에 지나치게 치우치면 불필요한 수고가 들어가니 적당한 선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 영향인지는 몰라도 봄이 되면 단골로 진달래 화전이 매체에 많이 보입니다.
그런데 필자의 장모님은 진달래 화전을 만들 때 꽃의 수술을 떼어내고 잎만으로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수술을 독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왠지 필자도 장모님 말씀이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 진달래 꽃잎을 먹어본 기억 때문입니다.

필자가 산에 들에 나다닐 때는 60년대였습니다.
겨울은 늘 추웠고 또한 배도 고팠으니 햇살이 밝아진 봄은 그 자체로 힘이 나는 것 같고 구체적인 대상도 없는 막연한 기대가 저절로 생기는 계절이었습니다. 그러니 학교가 파하고 나면 동네 야산이나 밭고랑을 돌아다니며 놀았는데 어른들이 말하기를 진달래 꽃잎은 먹어도 된다는 것에 동네 아이들은 뭔가 좋은 기대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연히 산에 올라 칡도 캐서 먹고 진달래꽃도 따서 먹었습니다.

그런데 진달래꽃은 아카시아꽃과는 달리 달거나 고소한 맛이 없어 금방 싫증이 났었습니다. 더구나 수술이 커서 씹는데 뭔가 불편한 감촉이 입안에 느껴지곤 해서 저절로 기피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은 지났고, 나이가 더 들어 풀들을 바라보다가 풀들은 가만히 두면 저절로 번창해지는 모습에서 어떤 생리가 느껴졌습니다. 풀들은 동물처럼 이동할 수 없으니 뿌리로 퍼지는 것이야 스스로 할 수 있지만 멀리 번식하기 위해서는  그 씨앗이 바람이나 곤충이나 새들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식물들의 씨앗이나 잎들이 조금이라도 멀리 퍼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위를 지나가는 모든 이동 물체를 잡아두는 능력으로 진화되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무엇을 이용하여 멀리 퍼지든 일단 퍼진 이후에는 최적이라고 생각되는 장소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가시가 있어 주위에 꽂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누구나 체험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번 풀밭에 나갔다 오면 옷에 여러 가지 풀잎이나 눈에 보이지도 않은 작은 먼지 같은 것들이 붙어 있습니다. 즉 식물의 이동 욕구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죠. 이 중에는 아주 큰 바늘 같은 씨앗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풀잎은 표면이 거칠어 날아가도 어딘가에 들러붙기 좋게 발달해 있습니다.

특히 수정을 해야 하는 수술은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예컨대 진달래꽃 수술도 곤충이 비활동적이면 ( 3-4월이면 추워서 아직은 곤충이 비활동적일 것임 ) 바람에 날려서 다른 진달래의 암술에 붙어야 할 가능성을 엿봐야 하므로 나름대로 갈고리를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바로 이런 갈고리가 필자가 어렸을 때 진달래 꽃잎을 먹을 때 입안의 점막을 불편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그래서 호흡기가 약해서 조금 부어 있는 상태에서는 꽃가루나 혹은 마른 풀잎 가루가 날라들어가면 인후부 점막에서 떨어지지 않고 소위 알레르기 생기거나 폐로 깊숙이 들어가면 염증이 생기는 것입니다.

음식과 살림살이에 관해서 참으로 현명하셨던 필자의 장모님은 수술에 독이 있으니 피하라고 하신 듯하고요. 철쭉은 독성이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데 같은 친척인 진달래는 독이 없다는 것이 이린 시절에 신기하게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나중에 부모님으로부터 진달래도 심하지는 않지만 독은 좀 있다고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집에서 진달래 뿌리로 담금주를 만들면서 어머니께서 한 번에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었습니다.

꽃잎이 색깔이 이쁘게 나려면 광물이 흡수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꽃잎은 잎보다 일찍 폐기되는 부분이고요.
그렇다면 결국은 꽃잎에는 그 식물에서 필요 없는 요소들을 처리하는 생리기전이 들어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되도록이면 보기에 좋다고 꽃잎으로 음식이나 차를 만들어 먹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말합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