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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노인의 실금

강남할아버지한의원 2021. 9. 24. 17:30

노인이 되면 신체의 모든 감각과 기능이 떨어집니다. 일반적인 감각이 둔화되는 것이야 생활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행동을 느리게 하고 주위에서 도움도 주니까요.

그런데 심한 감각둔화가 대소변이 자신도 모르게 나온다면 이것은 정말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스스로도 그렇고 주위에서 작은 도움을 주려고 해도 멈칫멈칫하게 될 테니까요. 만일 치매가 있고 행동이 자유스럽지 못하다면 당연히 시설에 보내지게 될 것이지만 정신은 멀정하고 더구나 행동도 특별히 장애가 없다면 시설에 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큰 문제이긴 합니다. 왜냐하면 본인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바로 여기에 해당되는 분의 치료 사례입니다.(9516)

약 5년 전에 얼굴이 떨리고 재채기가 심해서( 이것을 대형병원에서는 알레르기라고 했다고 합니다.) 한약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80대 중반의 노인의 이야기입니다. 당시에 여러 증상이 몇 달 복약 이후에 호전되었던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른 요즘에 자신도 모르게 대변이나 소변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대소변이 실금이 되어도 본인이 인식할 수가 없어 그런 상태로 외출도 하게 되니 주위에서 불편해하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그러다 나중에 속옷을 보면 실금이 되었구나 알게 된 것입니다.

당연한 과정이지만 최고의 병원에서도 이유를 모른다고 하니 스스로 답답하기만 할 뿐입니다. 검사에서도 노인들한테 흔한 치매나 우울증 같은 진단에는 모두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그렇게 고민하시다가 마침 수년 전에 치료받았던 필자가 생각이 나서 아차 하시면서 바로 내원하셨습니다.

동반되는 증상은 옛날과 비슷하여 얼굴 전체와 특히 아래턱을 덜덜덜 떠는 것과 전신 소양증이 있었습니다.

일단 실금이 되는 과정에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관련 부위의 신경이 뇌로 전달되지 못하는 것은 확실하니 그 원인부터 찾아야 합니다. 예부터 있어왔던 두선증(머리흔들기)은 뇌습이 원인이고 이제는 뇌습 뿐 아니라 척수신경도 그렇다고 판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습이 쌓이는 원인은 혈행이 부진한 탓이고 이것은 심장과로로 판단되었습니다.

그래서 거습담과 안심혈행을 목적으로 처방을 해드렸습니다.

약 한 달이 넘어가자 이제는 실금은 없어졌습니다.
두 달이 되자 주위의 사람들이 얼굴을 흔드는 것이 많이 없어졌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추가로 말씀이 어눌하고 발음 자체가 힘들었는데 이제는 말씀도 잘하십니다.
무릎 아픈 것도 덜하다고 합니다.


5년 전의 기록을 보니 그때 몸이 너무 힘들어 80세 넘으면 죽을 것 같다고 스스로 말씀하셨는데 그에 대해서 필자가 답하기를 아마도 90세는 넘길 것 같다고 답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길게 예측한 이유는 이 분의 용기를 살려주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고 그 생리적인 배경에는 이 노인의 정기가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정기가 강하다는 말은 어떤 병증에 제대로 치료만 해주면 회복이 빠르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분의 사례가 바로 그렇게 기적 같은 치료인 것입니다. 기적이라고 표현하니 필자의 치료기술이 우수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바로 이 분의 정기가 강하다는 것이 기적의 배경인 것입니다.

불과 얼마 전에도 외출 시에 팔다리에 똥이 묻어 고생하셨는데 이제는 그런 당황스러운 일은 없어졌으니 회복이 엄청나게 빠른 것이고 동시에 아직은 정신도 몸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물론 앞으로도 이렇게 관리가 필요는 할 것입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