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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건강했는데 왜 아프냐는 물음과 안전불감증

강남하라비한의원 2021. 9. 17. 14:36

한의원에 침 치료를 원해서 오시는 분들 가운데 조금 답하기 어려운 문의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야 많지만 그래도 빈도수가 높은, 그러니까 공통적인 물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그건 즉, 자신은 지금까지 한 번도 아픈 적이 없는데 요즘에 왜 아프냐는 물음입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는 분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나이가 좀 있고 체력도 좀 좋아 보인다는 것입니다. 보통 남자들이 많지만 종종 여자분들도 드물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필자도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 전까지 잘 나오던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화면이 갑자기 흔들리거나 혹은 꺼지기도 하잖습니까? 만일 그런 일이 처음부터 생긴다면 그런 제품은 불량인 것이니 이미 어떤 조치를 취했을 겁니다. 다만 오래 쓰다 그러면 낡아져서 그렇구나 하겠죠.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지금까지 괜찮았다는 말은 첫째 자신의 몸에 무관심했거나 둘째 지금부터 낡아진 양상이 표현되기 시작했다 뜻입니다. "

이렇게 답변해드리면 필자의 말 자체는 이해를 합니다만 그런 마음의 틀을 가지고 있는 분들 가운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성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는 필자로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이해를 극명하게 해드리기 위하여 필자의 동네에서 얼마 전에 겪은 일을 말해봅니다.

동네 입구가 굽어진 언덕이라 길 옆이 낭떠러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 상황을 이미 알고 있는 동네 사람들한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한 분의 차가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한 사고가 났었습니다. 또한 낭떠러지를 피하고자 안으로 운전하다가 마주 오는 차량과 접촉사고도 났었습니다. 그러자 언제 누구라도 비슷한 사고가 날지도 모르고, 밤에 오는 방문객을 위하여 콘크리트로 작은 안전벽을 올리자는 의견이 나왔었습니다. 당연히 만장일치로 안건이 통과될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만 마을회의의 진행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나이 든 몇몇 분들이 반대하시는 것이었죠. 그 이유가 황당했었습니다. 자신이 여기서 17년간을 살고 있는데 한 번도 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운전하고 다니면 문제가 없는데 왜 쓸데없이 (큰돈은 아니지만) 회비를 낭비하냐는 것이었죠. 그러자 한 젊은 분이 답하기를 17년 동안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앞으로 사고 날 확률은 과거의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니 꼭 해야 합니다 라구요. 결국은 불편한 다수결로 통과되어 안전벽은 설치했습니다만 그러나 이후에 서로가 반대되는 의견( 정확히는 감성이겠죠) 인간관계는 조금 소원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처럼 자신은 건강한데 아픈 게 이상하다는 감성을 가진 분들은 위의 예를 든 노인들과 같은 류라고 생각됩니다. 아프면 어딘가 생리적으로 잘못된 것이 있다는 것인데 그래서 치료를 위해 내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이상 없다고 생각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인식이 문제인 것입니다. 그것의 미래적 결과는 독자 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전에 없던 일이 갑자기 생겼다면 자신이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차분한 생각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없었으니 (이상하기는 하지만) 저 일도 없어질 것이고 없어져야 한다고 믿어서는 대비를 못합니다.
자신이 살아가면서 자신의 몸으로부터 받은 은혜가 적지 않을 것인데 몸은 언제나 봉사만 하는 존재로 받아들인다면 결코 자신의 건강과 삶을 유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몸은 틈틈이 돌보아주어야 합니다. 화려한 봄날이나 더운 여름이 오래가지 않고 하루하루가 변하는 모습을 인식할 수 있으면 우리 몸의 변화도 작은 변화조차도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