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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재와 사약재 그리고 진실된 보약처방과 사약처방에 대하여

강남할아버지한의원 2022. 10. 13. 14:20
일반인들 혹은 일부 전문가들조차도 흔하게 혼동하는 개념이 있는데 그것은 보약재와 보약처방의 다름에 관한 것입니다.
책에 보약재라고 나와 있으니 보약재를 많이 먹으면 몸이 보하게 된다는 인식이 젊은 분들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나이 든 분들한테는 대부분 퍼져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보약재와 보약처방은 많이 다릅니다.

1. 보약재와 보약처방을 같은 개념으로 보는 이유는 생리와 병리에 대한 무지 때문입니다

예컨대 인삼 녹용은 대표적인 보약재입니다. 몸을 보하는 재료라는 뜻인데 그렇다면 몸이 허해지면 인삼 녹용을 많이 먹으면 몸이 건강해질까요?  아마도 많은 이들이 경험했듯이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몸이 허해지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디 가 어떻게 허해졌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늘 상체에 열이 많은 사람들은 가만있어도 에너지 소모가 큽니다. 왜냐하면 열이 난다는 말은 에너지를 소모시키기 있다는 말과 같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소모가 크면 당연히 몸은 허해집니다.
이런 경우에 인삼 녹용을 먹으면 몸이 편해질까요? 아마 반대로 몸은 더 허해질 것입니다. 열도 더 나고요.
왜냐하면 인삼과 녹용은 기분과 혈분에 열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몸은 더 나빠지는 것입니다.
이런 분들한테 필요한 것은 상체의 열이 몰리는 것을 해결해주는 것이 최우선이 됩니다.
즉 보약재 섭취가 몸에서 요구하는 것과는 반대로 작용하게 된 것입니다.
병리를 모르고 몸에 좋다는 아무거나 복용하면 이런 황당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입니다.

한편 보약재의 반대 개념은 사약재입니다. 사란 설사할 때의 사자로( 瀉 ) 몸의 나쁜 것을 빼낸다는 뜻입니다.

2. 보약재의 종류

보약재란 약재가 내 몸의 정분(= 세포의 구조적인 건강성)을 채워주는 것을 말합니다.
위에서 말한 인삼 녹용이 대표적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보약재는 개별적인 개성(기미)이 다릅니다.
비록 정분을 채워주는 것이라 해도 인삼은 기운을 돌리는 데에 더 개성적이고
녹용은 피를 돌리는 데에 더 개성적입니다.
숙지황은 정분을 윤택하게 해주는 것에 개성적이고
백출과 복령은 습기를 말리거나 순환시켜주는 것에 개성적이죠.

거듭 강조하지만 보약재는 몸의 세포를 건강하게 해주는 것이 보약재입니다.
거듭 강조하는 이유는 보약재는 기혈을 순환시켜 힘을 내게 해주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혈액순환에 좋은 대표적인 약재는 계피나 흔한 커피인데 이들을 섭취하면 혈액순환이 증진되면서 당장 피로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행혈제는 세포의 건강성을 서서히 해치게 됩니다. 왜냐하면 과도하게 에너지를 소모시키기 때문입니다.

흔하게 알고 있는 공진단이라는 보약처방은 보약처방이 아니라 그 반대인 사약처방이 됩니다. 공진단은 보약재에 사향이라는 사약재를 구성한 처방이지만 사약처방이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자란 정력을 그 병리에 대한 이해가 없이 이 처방으로 정력을 증가시키면 결과적으로 내 몸을 깎아 먹게 됩니다. 그래서 사약( 瀉藥 ) 처방이 됩니다. 즉 몸의 정기를 쏟아내게 해주는 처방이라는 것이죠.

3. 보약처방은 몸의 생리와 병리를 알아야 처방이 가능합니다.

이미 몸의 균형이 무너져 여러 증상이나 혹은 병이 생겼을 때
첫째는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고
그다음은 그 원인이 어떤 병리 과정을 거쳐 밖으로 증상이 나타났는지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아주 극단적인 예를 든다면, 누가 밥이 없어서 온몸이 아프다면 원인이 배고픔이니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것이 처방이 됩니다. 그런데 기운이 없고 혈색도 창백하니 이것은 인삼과 녹용을 주면 낫겠다고 한다면 본인은 책대로 처방했다고 스스로 자위할 수는 있겠지만 진실로 의자의 자격이 없는 것이죠. 이해를 위해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현실에서는 의외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일 것입니다.

반대의 예를 든다면 어떤 이가 심장비대증 부정맥 등의 심부전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이것은 심장이 허하니 자감초탕이나  귀비탕 등의 보약재 위주의 처방을 한다면 당장은 조금 나아지는 듯하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심해질 것입니다. 그 이유는 심부전증의 원인과 병리를 생각하지 않은 탓입니다. 이런 경우는 대체로 사약재 위주로 된 처방이 진실로 보약처방이 되는 것입니다.

4. 요즘 사람들한테는 사약재 위주의 처방이 진실된 보약처방이 됩니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 사례를 들어봅니다.
요즘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영양은 충분합니다. 즉 몸이 허해지는 이유가 예전과는 달리 영양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따라서 주요 병인은 업무로 인한 피로 누적과 경쟁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과 과잉 영양 등등으로 인한 습담(=노폐물이 쌓이는 것) 것입니다. 따라서 보약재 위주로 구성된 처방은 극히 드물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사약재 위주의 처방이 진실한 보약처방이 되는 것이죠.

최근에 평소에 일이 많으신 분께서 긴급한 부탁이 들어왔습니다.
가을에 얼굴을 보여야 할 행사가 많은데 코로나와 예방 주사로 인하여 극심하게 체력이 떨어져 있어 큰일 났다는 것입니다. 오래가지 않아도 좋으니 당장 힘을 내주는 처방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다행히 이분도 당장 힘을 내게 해주면 나중에 힘을 끌어 쓴 만큼 그 허한 빚을 갚아야 한다는 기본 생리는 알고 있었기에 당장만이라도 힘을 내게 해달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비상적인 처방이 필요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 분의 병리는 여전히 몸 안에 습이 많고 간열이 높아서 실없이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이 병리이니 습을 없애주고 간열을 내려주는 처방을 해주었습니다. 모두가 순순히 사약재로만 구성된 처방입니다. 그러니 몸 전체가 소통이 쉽게 되니 저절로 코로나 후유증도 없어지고 밥맛도 나고 힘이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쁜 일정도 가볍게 소화시키고 있고요.

필자가 그 병리를 모르고 보약이라고 해서 보약재로 처방을 구성하였다면 어쩌면 정말 미래의 행로를 바꿀 수 있는 큰일이 났었을 것입니다. 즉 진짜로 사약(死藥) 처방이 되는 것이죠.

끝으로 보약재와 보약처방은 다르다는 것과
진실한 보약처방은 그 사람의 생리와 체질과 병리를 알아야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