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공감

쑥과 냉이의 기미(氣味) 비교해서 조리해 봅시다.

강남하라비한의원 2024. 3. 26. 14:59

사람살이가 혼란스러운 시절이라 그런지 때도 때대로 오가지 않는 느낌입니다. 겨울인 게 확실한데 봄날 같고 봄날 같은데 초여름 같기도 하고 그러다 갑자기 춥기도 하고요. 소위 기상이변이라는 말이 피부에 와닿는 그런 시절 같습니다. 자연이 그러하니 그 안에서 적응하여 살아가는 동식물이나 사람들 역시 혼란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춘분이 지나간 요즘은 분명히 봄은 봄입니다.

봄 하면 물론 벚꽃부터 생각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나이 든 분들한테는 아마도 겨울을 버티며 속으로부터 움트는 생명에 대한 희망, 아마도 그 희망 가운데 실제적으로 봄나물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각인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런 감성은 보릿고개라는 말을 모르는 젊은 분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쑥과 냉이는 봄나물의 가장 대표적인 것입니다. 비슷한 땅에서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나오는 나물이지만 그러나 쑥과 냉이를 섞어서 요리하는 경우는 아마 거의 없지 않을까 합니다. 왜냐하면 쑥과 냉이는 기미가 다르기 때문에 옛 엄마들도 본능적으로 따로따로 요리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두 나물의 기미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1. 쑥과 냉이의 공통점

1) 늦겨울이나 이른 봄에 햇볕 잘 드는 들에서 나온다. 즉 양기에 대한 반응이 가장 빠르다.

2) 어디서나 손쉽게 채취가 가능하다.

2. 쑥과 냉이의 다른 점

1) 쑥은 처음 올라올 때는 잎을 먹는데 냉이는 뿌리가 주재료이지만 그러나 전초도 같이 먹는다.

2) 쑥은 계절이 바뀌어도 계속 자라 가을이 되어야 씨앗을 맺는데 냉이는 봄에 바로 씨앗을 맺는다.

그래서 쑥은 좀 자라도 여린 잎은 떡도 해먹지만 냉이는 꽃이 피면 안 먹는다. 그래서 냉이는 활동이 짧다 보니 가장 좋은 땅기운을 먼저 가지게 되므로 봄에는 들에 나가 직접 캐서 들기를 권합니다.

3. 쑥과 냉이의 기미

1) 쑥은 조금 따뜻하고 냉이는 조금 차다.

2) 쑥은 기분(氣分)에 주로 작용하고 냉이는 주로 정분(精分)에 작용한다.

3) 그러나 둘 다 기분에서는 발산한다.

4) 그리고 조습(燥濕)에서는 둘 다 조하다.

5) 쑥은 냉이에 비해 생명력 자체는 아주 강하다.

4. 요리에의 응용

1) 쑥은 어린잎이라 하더라도 질겨서 소화에 부담을 준다. 그래서 여린 잎일수록 좋고 조금만 넣어도 향이 가득하다. 그러므로 쑥만 가지고는 조리하기가 불편하다. 그래서 된장국에 넣어 먹거나 혹은 쑥버무리를 만들어 먹는다.

그래도 향이 진하고 소화가 어려우므로 현명한 엄마들은 쑥맛을 중화시킬 수 있는 쌀뜨물로 된장국을 끓이는데 거기에 잘 으깬 찹쌀이나 백미를 넣으면 맛도 좋고 그런대로 한 끼가 될 수 있다.

2) 냉이는 이른 봄에는 뿌리에 살이 오른 상태이므로 그 자체로 정분에 도움을 준다. 즉 배고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말임. 따라서 냉잇국은 그냥 된장국에 별도의 첨가물이 없어도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다만 맛을 위해 고기를 넣으면 좋을 뿐이다.

3) 쑥은 기미가 따뜻하므로 속이 찬 사람들한테는 더 맛있게 느껴지고 (따라서 속열이 많은 분들한테는 별로지요)

냉이는 기미가 서늘하므로 속열이 있는 사람들한테 더욱 시원하게 느껴진다.( 간열이 있는 분들한테는 좋지요)

4) 기의 수발은 둘 다 발산하므로 몸이 무거운 분들한테는 좋은 식재료가 됩니다.

남들이 좋다니 나도 해야지 하는 것보다는 위와 같이 기미를 구별할 수 있으면 음식 조리를 몸 상태에 따라 조절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 글이 어려우면 아주 간단히 생각해 보면 분위기가 파악됩니다.

즉 겨울에는 움츠린다고 하잖아요. 봄이 되면 세상을 보아야 하니 움츠림을 펴야 하고요. 그런데 바로 위의 봄나물은 몸과 마음을 펴게 해주는 (기를 발산시키는) 것이므로 자연스러운 음식섭생이 되는 것입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