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대변을 서너 번씩 보거나 대변의 양상이 설사 형태로 자주 하시는 분들과 얘기해 보면 이런 증상을 너무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보입니다. 즉, “나는 대장이 약해서 늘 그래” 하면서도 고치려 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만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앞섭니다. 그런 분들 가운데 대부분이 한약, 양약 혹은 건강식품 등을 복용해 보았으나 여전히 증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타고난 바탕이 대장이 약한가 보다 하고 더 이상 자신을 돌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전문가들이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고 이름을 붙여주면 마치 병을 다 이해했으니 됐다고 생각만 하고 실제로 치료할 생각을 안 합니다.
왜냐하면 과민성대장증후군 이라고 하면 양방에서는 별 치료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몸은 간(肝), 심(心), 脾(비), 肺(폐),신(腎) 오장과 담(膽), 소장, 위, 대장, 방광의 오부가 있습니다. 장(臟)은 음(陰)으로 양(陽)인 부(腑)보다 생명을 유지하는데 더 본질적인 기관으로 병증이 생겨도 천천히 생기고 병증이 나아질 때도 천천히 낫습니다. 그에 비해서 부는 병증이 쉽게 생기고 쉽게 낫습니다. 따라서 약을 먹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빈번한 화장실 가는 증상은 그 원인이 대장에 있는 것이 아니고 오장에 있기 때문입니다. 오장이라 함은 때로는 심장, 때로는 간이, 때로는 콩팥이, 때로는 비장이, 때로는 폐장이 나쁘면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을 모르고 대장만 다스리려 한다면 나아지지 않습니다. 이는 마치 수돗물에 오염물질이 보이면 수도꼭지 주위만을 살펴보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술자들은 수원지부터 살펴보고 내려오는 것이 정상적인 과정인 것처럼 빈번한 설사도 역시 대장이나 항문 주위보다는 오장을 다스려야 합니다.
치료 사례를 들어봅니다.( 이 역시 20년 정도 지난 일입니다.)
지난가을에 몸집이 큰 스님이 오셨습니다. 명산에 있는 유명한 암자에 계신 스님이셨습니다. 그 스님의 증상은 하루에 열 번 정도 설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양약, 한약 기타 좋다는 건강식품 등은 다 먹어보았으나 차도가 없어 매우 마음이 상해있었습니다. 그 스님은 구도자이자 평소에 몸을 위한 무술을 연마하였으므로 자신의 몸에 이런 증상이 생긴 것에 대해서 무척이나 실망하셨고 이로 인해 육체를 포함한 정신수련 자체에까지도 불신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전체를 진단해 보니 스님의 설사는 오장 가운데 간에서 비롯되었으니 한 석 달간을 다스려 주면 나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더니 그제야 자신의 가족에 대한 병이 모두 간계통의 병이라며 그럴 수도 있겠다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나 한 제를 복약한 후 연락을 해보니 약을 다 먹었지만 아무런 차도가 없어 더 이상 약을 먹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처음의 마음과 나중의 마음이 바꿔지는 경우는 가끔 겪는 일이기에 다시 설득하여 두 번째 약을 복용토록 하였습니다. 두 번째 복약이 끝날 무렵에 전화가 왔습니다. 다 나았으니 꼭 더 먹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필자로서는 오장의 증상은 서서히 변화되는 것이니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나중에 증상의 재발이 빠를 것이고 그러면 한약 먹어도 좀 낫기는 해도 별 수가 없다고 받아들일 것 같아 조금 더 강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증상이 없어진 것 일뿐 아직은 간의 기능이 정상화되었다고 하기는 이르니..." 지속적으로 복약하기를 권유했고 이후 세 번째 한제를 더 복약했습니다.
2년 후에 다시 설사가 시작하여 복약을 다시 하셨고 바로 증상은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미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고 판단되었는데, 이후에 들리기는 몸이 힘드니 따뜻한 남쪽 지방으로 내려가서 수련 중이라고 하였습니다.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렀으므로 어떤 상태인지는 조금은 궁금합니다. 필자가 알려준 생활섭생을 유지하셨다면 아직은 건강하실 것이고 타고난 체질대로 간기울결이 여전하였다면 아마도 간으로 인한 증상으로 고생하시지 않을까 큰 방향에서 추측해 봅니다. 왜냐하면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산생활이란 그저 아름답게만 보일 뿐이지만 막상 체험해 보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생활섭생을 잘 지켜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산중에서 야채 위주의 식생활은 속을 냉하게 만들어 오장의 기능을 떨어뜨리기 쉽습니다. 불가에서는 종종 고수라는 나물로 (고수의 기미는 따듯하고 발산시킵니다. 그래서 고수가 성욕을 자제시킨다는 말은 이치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찬 기운을 살짝 보상하기는 하는데 역시 모자랄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산중 생활에서는 최소한의 육식도 필요하고 고추나 마늘 생강 같은 기미가 뜨거운 음식 재료를 응용해야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경험자들이 이야기해 주듯이 몸이 성해야 도(道)도 닦는 것이니까요.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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